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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의 세종시 업무이관,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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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의 세종시 업무이관, 득일까 실일까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8.3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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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건축 인허가사무 이관 우려 가장 커… 행복청 위상강화·세종시 인력보강 등 현안 산적
지난 5년간 한 지붕 아래 불편한 동거를 지속한 행복청과 세종시. 사진은 행복청이 입주한 정부세종청사(좌측)와 보람동 세종시청사(우측).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지난 2006년 1월 개청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그리고 2012년 7월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 양 기관은 지난 2012년부터 한 지붕 아래에서 불편한 동거를 지속해왔다. 성과와 주도권을 놓고 건건이 부딪히기 일쑤.

그러던 양 기관이 31일 행복도시 정상 건설을 위해 협력하겠다고 선언했다. 행복청이 행복도시건설특별법에 근거해 수행하던 일부 사무를 지자체인 세종시에게 넘겨주는 게 협력선언의 골자다.

10년만의 정권교체가 이 같은 변화의 계기가 됐다. 국회의원과 시장이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뀌면서 힘의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행복도시를 국가주도로 건설하기 위해 조직된 행복청의 위상 강화나 세종시 인력확보 방안 등의 과제가 남아 있어 행복청과 세종시간 권한 또는 역할 조정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격적인 권한조정 타협, 어떻게 이뤄졌나

지난 2012년 7월 세종시 출범 이후, 행복청과 세종시는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불편한 관계’를 수시로 노출했다. 업무 성과를 둘러싼 공과 다툼이나 민원 핑퐁, 주도권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중앙과 지방 공무원간 보이지 않는 벽도 존재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갔다. ‘민원 찾아 삼만리’란 신조어가 양산됐다.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했다는 게 세종시의 입장.

이해찬 의원이 지난해 10월 행복도시건설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권한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행복청장이 행복도시 내에서 시장 대신 수행하는 14개 사무를 규정한 특례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이었기 때문.

양 기관은 이를 놓고 약 10개월간 팽팽히 대립했다.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 시장, 이충재 전 청장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이원재 청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사무이관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행복청이 내부 검토를 시작했고, 세종시도 대응 논리 개발에 주력했다. 최근에는 양 기관 간 실무협의가 여러 차례 있었다.

진통은 여전했다. 내부 불만이 속출했다. 행복청에선 기관 존폐 위기감마저 조성됐다. 양 기관 공무원들에게 ‘(논의 과정 일체에 대한) 함구령’이 내려지는 등 집안 단속 분위기도 감지됐다.

이춘희 시장은 지난 주 정례브리핑에서 권한조정을 금주 중 마무리 짓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건축인허가 업무 1년 유예… 하자민원 등 세종시도 부담 커져

이원재 행복청장(사진 왼쪽)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31일 양 기관간 권한과 역할을 조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서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권한조정 합의는 일단 무난했다는 평가다. 국가주도의 행복도시 건설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생활과 직결된 업무를 중심으로 사무이관이 이뤄졌다는 게 세종시와 행복청의 공식 설명.

하지만 권한조정에 따른 과제가 더 많다는 지적이다.

주택‧건축 인허가 업무가 가장 뜨거운 감자다. 양 기관이 업무이관까지 1년의 유예 기간을 둔 이유다.

국가기관이 수행하던 업무의 연속성이 지자체에서 그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행복도시의 정책목표, 지구단위계획 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하기 때문. 세종시 건축위원회 심의는 서면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행복청 심의는 훨씬 복잡한 게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행복청 건축위원회 위원은 “행복도시 건축물은 진화돼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한다”며 “국가기관이 해오던 사무가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그동안의 노하우가 단절될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축심의를 할 때 법규도 보지만 행복도시에서만큼은 색채, 경관, 디자인 등에 대해 훨씬 까다롭게 봐왔던 게 사실”이라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행복청이 갑질을 한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사무를 이관 받은 세종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아파트 하자 민원에 대한 처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시민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흔들림 없는 국책사업 추진’… 논의 대상서 빠진 행복청 위상 강화 아쉬움

지난 정부에서 행복도시 정상 건설의 컨트롤타워로 주목됐던 국무총리 직속 세종시 지원위원회 회의 모습. 그러나 업무 보고 수준의 형식적 기구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행복청이 지자체 대신 수행하던 14개 사무 중 8개를 세종시로 이관키로 했지만, 국가주도의 행복도시 건설 기조에는 공감대를 보였다.

양 기관의 합의에 따라 이해찬 의원도 지난해 제출한 행복도시건설특별법 일부개정안 내용을 일부 수정해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양 기관간 기능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행복청 조직의 축소는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반면, 세종시는 인허가와 유지관리 업무가 증가함에 따라 인력 충원 등을 준비해야한다. 양 기관이 티에프(TF)팀 신설 등을 통해 그동안 엇박자를 보인 업무 협의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업무 이관 과정에서 나타날 문제는 차근차근 풀어갈 부분이다.

문제는 이번 논란과 진통 속에서 ‘행복청의 미래와 위상 강화’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행복도시란 국책사업이 국토교통부 외청 수준에서 다뤄지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없었기 때문. 박근혜 정부가 이를 보완하겠다고 만들어놓은 국무총리 소속 세종시 지원위원회의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지 오래됐다.

그 사이 행복도시 건설은 지연의 역사를 되풀이했다. 세종국립수목원과 중앙공원, 아트센터, 국립박물관단지, 국립자연사박물관 등 최대 4년 이상 지연된 사업들이 수두룩하다. 2030년까지 행복도시 완성기까지 8조 5000억 원을 집행키로 한 계획도 매년 목표치의 70% 선에서 헤매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행복청 개청 11년 이래 최소치인 3000억 원을 밑돌 것이란 암울한 소식까지 전해지고 있다.

행복청 조직은 축소한 채, 막연히 ‘투자유치’와 ‘국정과제’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행복도시 정상 건설이 손 안에 들어오진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우려다.

행복청 역시 8개 사무를 세종시에 내준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정부 차원의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주도의 행복도시 건설을 주도해온 행복청의 존폐론만 불거지는 모양새다.

새 정부 들어 가시화된 것도 많지 않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이전 시기를 확정치 못했다.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내년 개헌 국면에서 행정수도란 최대 목표치를 달성하면 금상첨화지만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실패하더라도) 행복청이 대통령 또는 총리 직속 기구로 자리매김한다면 2030년까지 행정수도의 불씨는 지속해서 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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