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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삶의 에너지, 과하면 화 미쳐[박한표의 그리스·로마 신화읽기] <22-2>미다스의 교훈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지난주에 이야기한 미다스(영어로 마이더스) 왕은 역사상 실존 인물로 전해진다. 그의 나라 프리기아는 막강한 국력과 부를 자랑하는 왕국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엄청난 재산과 보물을 보유한 왕족을 바라보는 주변의 부러움과 시기심이 어우러져 ‘황금알을 낳는 손’에 관한 설화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다스의 재앙은 물질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욕망을 경고한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욕망이 필요하다. 식욕, 성욕, 명예욕, 소유욕 등 모든 욕망은 삶을 이끌어가는 에너지다.

그러나 배가 고프다고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나듯 욕망이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미다스 왕은 더는 넘지 말라고 그어놓은 합리적인 선을 뛰어넘어 너무 많이 가지려고 탐욕을 부리다 재앙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서 유래하여 오늘날 미다스는 ‘탐욕’ ‘과욕’을, 미다스의 손(Midas touch)은 ‘돈 버는 재주’라는 뜻을 지닌 숙어로 쓰인다. 또는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룬 사람’ ‘무엇이든지 잘 고친다는’ 긍정적인 뜻으로도 쓰이지만, ‘무엇인가를 만지기만 하면 대박이 난다’는 뜻으로도 많이 사용한다.

인생에서 대박은 없다. 손만 대면 고장 나고 화가 되는 손, 무슨 일이든 하면 실패하고 손해만 보는 손, 저주 걸린 손을 개그로 ‘마이너스 손’이라는 패러디가 사용되기도 한다.

인생의 성공이란 커다란 한 번의 성취, 대박이 아니라, 매일 매일의 작은 승부로 직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획기적인 승부처, 전환점만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 하루하루 조금씩 남는 삶의 빈틈에서 꽃을 피운다. 그 시간의 빈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다. 시간은 영혼을 만드는 유일한 재료다.

월계수관을 쓰고 앉아 있는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가 리라를 연주한 아폴론과 플루트를 연주한 반인반수의 사티로스인 마르시아스 중 마르시아스의 연주가 더 훌륭하다고 판결하고 있다. 화가 난 아폴론은 미다스의 귀를 당나귀 귀로 바꾸었고, 마르시아스는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형벌을 받았다. ‘아폴론과 마이다스 앞에서 플루트를 연주하는 마르시아스’ 노엘 쿠아펠, 캔버스에 유채, 121 ×132㎝, 17세기경, 마르세이유 미술관.

독일 작가 하인리히 뵐의 <노동윤리의 몰락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다.

일찌감치 고기잡이를 다녀온 뒤 선창가에서 졸고 있는 노인 어부에게 도시에서 온 관광객이 묻는다. “왜 고기를 더 잡지 않습니까? 더 많이 잡으면 어선도 늘리고 냉동 창고, 훈제공장을 마련해 큰돈을 벌 텐데요.”

그 질문에 어부는 “그러고 나면 어떻게 되오?”라고 되묻는다. 관광객은 “이 항구에 편히 앉아 햇빛을 즐기고 바다를 보며 꾸벅꾸벅 졸수도 있다”고 답한다. 그러자 어부는 “나는 벌써 그렇게 하고 있다. 당신이나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로 나를 방해하지 말아 달라”고 말한다.

관광객은 가난한 어부에게서 부러움을 느낀다. 지금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그것들을 최대한 즐기는 자세가 중요하다.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나라의 엘리스>에는 붉은 여왕이 나온다. 항상 달려야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멈추면 처지고, 앞서려면 남보다 두세 배 더 빨리 달려야 한다. 오늘날의 우리들 모습이다. 경쟁의 논리다. 누군가의 말대로 “경쟁은 잠을 자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붉은 여왕과 함께 달리자니 딱하다. 주변 경치도 음미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마음, 혹은 경쟁 문화에 길들여져서 나오는 마음으로 ‘빈곤의 심리’라는 게 있다. ‘이 세상에 좋은 것은 매우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남이 가져가면 그만큼 내 몫이 줄어든다’고 느끼는 심리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정확하게 빈곤의 심리를 나타낸다. 잘나가는 동창을 보면 괜히 우울해지는 것, 동료가 인정받으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 투자로 돈 벌었다는 이웃을 보면 마음이 급해지는 것 등등. 모두 빈곤의 심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빈곤의 심리를 가진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은근한 두려움을 조장하며 그걸 전수한다. “빨리 가서 좋은 자리 차지해야지. 네 자리가 없으면 어떡할래!” “바보야, 노트 필기한 걸 친구한테 그냥 주면 어떡하니? 네가 얼마나 노력한 건데….” “쯧쯧… 순진하기는! 네가 이용당하는 거라고.” 이런 분위기에서 노트 빌려 달라는 반 친구의 부탁을 당당하게 거절하는 아이들이 나오고,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려면 남을 무시하고 밟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상황적 영리함을 배우게 된다.

빈곤의 심리의 반대말은 ‘풍요의 심리’다. 세상에 좋은 것은 많고 풍요로워서, 남이 성공하고 인정받아도 내 몫은 남아 있다고 보는 패러다임이다. 남을 질시하는 좁은 마음으로는 크게 성공할 수 없다. 리더십을 키울 수 없다.

아이들을 리더로 키우려면 빈곤의 심리에 사로잡혀 작은 경쟁의 틀에서 세상과 사람을 보도록 하면 안 된다. 더 큰 이슈, 더 큰 기여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네가 친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부모가 자녀를 리더로 키우는 것이다.

박한표  webmaster@www.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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