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스페셜 박한표의 그리스·로마 신화
인간의 끝없는 탐욕, 마음도 다이어트 해야[박한표의 그리스·로마 신화읽기] <22-1>미다스의 손’
박한표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 문학박사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중에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가 있다. 이 단편에서 주인공 바흠은 물질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혀 파멸에 빠지는 인물로 그려진다.

소작인 바흠의 꿈은 자신의 땅을 경작하는 것이다. 그는 열심히 일해서 땅을 조금씩 늘려가는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항상 부족함과 아쉬움 속에서, 지금보다 조금만 더 많은 땅을 가질 수 있으면 정말로 행복해지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문을 하나 듣는다. 바시키르인들이 사는 마을에 가면 끝없이 넓고 비옥한 땅을 아주 싼 값으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전 재산을 정리하고 그 마을로 찾아가, 그 곳 촌장과 계약을 한다. 그 계약 내용은 1000루블을 내면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걸어서 돌아온 땅을 모두 갖는다는 것이었다. 단 해가 지기 전까지 출발 지점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땅을 한 평도 받지 못하고 돈만 잃게 된다.

그 다음 날 아침 바흠은 자신이 밟고 지나간 땅이 모두 자신의 것이 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점점 더 비옥한 땅이 눈앞에 펼쳐져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하늘을 보니 해는 어느덧 서산을 향해 질주하고 있고, 돌아갈 길은 아득했다. 그제야 바흠은 가던 발걸음을 돌려 출발 지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숨은 점점 가빠지고 다리에 힘은 빠져가는 데 길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이젠 돈도, 땅도, 꿈도 다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몸까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면 그럴수록 바흠은 더 힘차게 뛰어 마침내 출발 지점에 잘 도착했다. 그러나 곧 그는 피를 토하고 죽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바흠의 몸이 들어갈 정도의 땅을 파서 그를 묻어주었다.

물질에 대한 욕망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근로 의욕을 드높이는 촉매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재앙으로 몰고 가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바흠의 비극은 합리적인 선을 뛰어넘어 너무 멀리 달려간 탐욕에서 비롯된다.

이런 가정을 두 가지 해본다. 그가 만일 좀 더 일찍 욕심을 접고 돌아섰다면 넓고 비옥한 땅을 가지고 풍요롭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늦었다고 생각될 때 포기하고, 뛰지 않고 걸었다면 목숨은 잃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비극은 바르키르인들을 만나기 이전부터 이미 잉태되어 있었다. 그는 만족할 줄 모르고 항상 ‘좀 더 많이’를 외치며 살아왔다. 바흠의 탐욕에 마(魔)가 낀 것이다. 비만한 몸에 병마가 끼듯이 탐욕스러운 마음에 영혼을 좀먹는 악마가 끼어든다. 몸에서 비계 덩어리를 떼어버리는 심정으로 마음에서 탐욕을 벗겨버려야 한다. 몸매를 가꾸는 정성으로 마음의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이제는 바흠이 걸어간 길을 뛰지 말고 여유 있게 걸어본다. 그 길이 어쩌면 우리네 인생길일 수 있다. 휘파람 불며 걷다가 지치면 그늘에 쉬었다 가고, 나무도 어루만지고, 들꽃 향기에도 취하고, 시원한 물에 발도 담가본다. 그리고 눈길이 닿는 곳마다 더욱더 기름진 땅이 펼쳐진다 하더라도 더 가지 말고 발길을 돌린다. 행여 두고 온 땅에 미련이 남으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악마의 것이라 여기고 마음을 돌린다. 그것이 마음의 다이어트다.

프리기아의 왕 미다스가 겸손하게 무릎을 꿇은 채 포도넝쿨 관을 쓰고 비스듬히 서 있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소원을 말하고 있다. 신의 오른편에 술에 취해 앉아 있는 이가 실레노스다. ‘미다스와 디오니소스’ 니콜라 푸생, 캔버스에 유채, 98×130㎝, 1629~1630년경, 알테 피나코테크(독일 뮌헨).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요즘과 똑같이 좀 더 많이 가지고 싶어 하는 탐욕스런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왜냐하면 그리스 신화에도 황금에 눈먼 탐욕 때문에 혼쭐이 났던 한 인간의 이야기가 있어서다.

프리기아의 미다스(영어로는 마이더스) 왕은 어느 날 술에 취해 길을 잃고 방황하던 한 노인(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을 발견하고 왕궁으로 데려와 열흘 동안 잘 보살펴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디오니소스는 미다스를 찾아가 무엇이든 좋으니 소원 한 가지만 말하면 다 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미다스의 소원은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제 손에 닿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게 해주세요!” 미다스의 말을 들은 디오니소스는 그의 소원을 들어준다.

신들이 들어주는 딱 한 가지 소원은 위험하다. 미다스는 정원수, 조각물, 가구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황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만지기만 하면 황금이 되니 도대체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상심한 그는 무심코 자기 딸을 안았다가 기겁을 했다. 사랑하는 딸이 금덩어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뒤늦게 지나친 욕심을 반성한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에게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달라고 간청했다. 디오니소스는 과오를 깨달은 미다스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파크톨루스 강의 원천까지 거슬러 올라가 거기에 온몸을 담그고 탐욕의 죄를 씻도록 하여라.”

미다스는 시키는 대로 강물에 몸을 씻고 황금의 재앙에서 벗어났다. 미다스 왕이 몸을 씻은 파크톨루스 강은 그의 몸에서 씻겨 내린 황금의 마력으로 강바닥이 황금 모래로 변했다고 한다. 즉 황금을 만드는 힘이 강물로 옮아가 강바닥 모래를 황금으로 바꾸어놓았다. 이 금모래는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전해진다. 그 뒤 미다스는 헛된 욕심을 더 이상 부리지 않았다.

미다스가 왕관을 쓴 강의 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씻고 있다. ‘파크톨루스 강의 미다스’ 니콜라 푸생, 캔버스에 유채, 50×66㎝, 1626~1628년경, 페슈미술관(프랑스 코르시카 아작시오)

박한표  webmaster@www.sjpost.co.kr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한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