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영상·사진=김누리 인턴기자] 세종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6일 세종·충남 17개 시·군 최초로 파업을 선언했다. 세종시가 최저임금 맞추기 꼼수, 6개월 쪼개기 계약 등 정부 정책을 역행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1시 도담동 이해찬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들은 “현재 세종시는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은 커녕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상 요인을 피하기 위해 기말수당을 기본금에 합산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이는 곧 모범이 돼야할 지자체인 세종시가 최저임금법 위반에 앞장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세종시는 지난해 무기직 노동자들의 교통보조비 수당 12만 원을 기본급에 합산해 최저임금 수준을 맞췄다. 이들은 대부분 도로보수, 재활용 선별, 식당조리사, 보건소 방문 간호사, 일반 행정사무 보조, 수도 검침 등의 업무에 종사한다. 올해 5월 기준 파견·용역직을 제외한 세종시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300여 명이다.
세종시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광역자치단체인 세종시의 무기계약직 노동자 임금은 기초자치단체인 인근 아산시와 부여군, 청양군보다도 낮다. 전국 17개 시·도와 비교해봐도 연봉 수준은 11위에 불과하다.
이들은 “수당을 기본급에 합산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6개월 쪼개기 계약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피해가려는 행태도 보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교묘히 피하려는 것인데, 이런 만행을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시의 고용 방식이 현대판 ‘카스트 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단순히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 역시 시비와 국비 노동자로 나뉘어 차별받고 있다는 것.
이귀진 민주노총세종충남지역노조 위원장은 “세종·충남지역 17개 시·군 중 시비와 국비 노동자로 나뉘어 차별받는 곳, 기간제 노동자를 6개월씩 쪼개 계약하고 있는 곳은 명품도시 세종이 유일하다"며 "같은 당인 이춘희 시장은 물론 이해찬 국회의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종시가 전국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기준인건비 집행률에 상당한 문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행정안전부에서 책정한 무기계약직 기준인건비 예산을 모두 집행하지 않고, 내년도로 이월시키겠다고 하는데, 올해도 인건비로 118억이 승인됐지만, 83% 수준인 99억 정도만 집행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남은 예산을 이월시켜 사업비로 전용하겠다는 말이 곧 세금을 세탁하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한편 파업에 돌입한 세종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섭이 정상적으로 재개되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이해찬 의원 사무실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