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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암 진단, 작은 플라스틱 소자로 사람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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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 암 진단, 작은 플라스틱 소자로 사람 살린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8.18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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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과학자, 강소기업을 만나다] <2>바이오 진단 소자 플랫폼 개발 ㈜네오나노텍
㈜네오나노텍 김성훈 대표와 강성구 부사장, 은퇴과학자 최창억 박사가 개발해 낸 바이오 진단 소자 플랫폼이 곧 의료계 진단 분야에 획기적인 솔루션이 될 예정이다.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암으로 알려져 있는 난소암. 주로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 폐경기여성에게 발생하는 이 암의 획기적인 진단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다. 2015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같은 감염병 진단도 속전속결로 이뤄진다.

㈜네오나노텍 김성훈(53) 대표와 강성구 부사장(53), 기술닥터 최창억(63) 박사가 개발해 낸 바이오 진단 소자 플랫폼이 곧 의료계 진단 분야에 획기적인 솔루션이 될 예정이다.

김 대표와 강 부사장은 동갑내기다. 김성훈 대표는 미국 뉴저지 고분자 가공연구소(PPI)에서 15년 간 근무했다. 한국으로 귀국한지는 햇수로 5년째. 고분자 합성 분야 연구를 하다 보니 나노, 마이크로 소자 개발의 미래를 보게 됐고, 한창 떠오르고 있는 현장진단(point-of-care test, POCT) 분야를 기업의 주력 사업으로 정했다.

강성구 부사장은 화학을 전공했고, 나노 소재, 형광체 관련 분야 연구를 해왔다. 7년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근무하면서 리튬 2차 전지를 연구했고, 2000년부터 2016년까지는 교수로 대학 강단에 섰다.

기술닥터로 참여한 최창억 박사는 미세전자제어기술(MEMS) 분야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대전테크노파크 고경력 과학기술인 지원 사업에 참여, 지난해 10월부터 이들과 인연을 맺고, 반도체 공정 관련 기술 자문을 진행해왔다.

바이오 진단 소자 플랫폼이 완벽하게 구현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 접목이 필요했다. 덕분에 작지만 알찬 인력이 모였고, 김종수 박사, 김기성 박사 등 함께 연구하고 있는 연구 인력만 해도 5명에 이른다.

김성훈 대표는 “화학, 고분자, MEMS, 물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이지만 미래창조부 승인을 받는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소 기업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 소자 사출성형 기술 확보, 하버드 의대와 공동개발

바이오 진단 소자는 긴 원통형의 미세 채널이 수 천 개 박힌 플라스틱 칩 형태다.

시행착오 끝에 개발된 체외진단용 소자는 긴 원통형의 미세 채널이 수 천 개 박힌 플라스틱 칩 형태다. 이 소자를 양산화 하기 위해서는 사출성형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를 기계적으로 찍어내기 위한 반도체 공정이 쉽지 않았다. 미세 채널이 수 천 개 박혀 있는 구조여서 완벽히 본뜨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

소자를 대량 양산하기 위해서는 니켈 등 금속 도료를 활용해 도금을 하고, 이를 떼 내 ‘스탬프’라고 부르는 틀을 만들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던 중 최창억 박사의 기술자문을 통해 문제를 극복했다.

강성구 부사장은 “아주 작은 막대기, 영어로는 Micro Array Column이라고 하는데 이 기둥은 3:1의 고종횡비를 가지고 있다”며 “수 천 개의 기둥이 박힌 작은 소자를 찍어내기 위한 사출성형 과정에서 문제에 부딪혔지만 최근 완성에 가까운 형태를 구현해냈다”고 했다.

플라스틱 형태의 이 소자는 우선 의료분야에 활용 가능하다. 작은 기둥 하나하나에 항원·항체를 붙여두면 혈액에 섞인 병원균이나 암세포가 반응에 의해 붙게 된다. 암의 경우 소자에 혈액을 떨어뜨려 훑어주면 암세포가 붙는다. 이때 붙은 세포의 수까지도 카운팅이 가능하고, 빠른 시간 안에 적은 비용으로 암을 진단할 수 있다.

특히 같은 방식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MERS)과 같은 감염병도 손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김성훈 대표는 “난소암 진단과 관련해서는 현재 미국 하버드 의대와 공동개발 중에 있다”며 “난소암의 경우 여성 암 중 발견이 가장 늦은 암 중 하나다. 증상이 더디고, 진단까지 여러 가지 검사가 필요한데, 이 소자를 활용하면 쉽게 검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리포좀 합성기’ 개발, AI 예방 혁신

리포좀(liposome)은 3차원 구 형태로 비어있는 가운데에 백신 혹은 화장품 원료 등을 넣을 수 있다. 이 리포좀을 얼마나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기술의 핵심이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높은 우제류가축의 급성전염병으로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동물 질병이다. 감염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대부분 살처분된다.

바이오 진단 소자를 활용하면 구제역 발병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 동물에게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별한 기술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리포좀 합성기’다. 리포좀(liposome)은 3차원 구 형태로 비어있는 가운데에 백신 혹은 화장품 원료 등을 넣을 수 있다. 이 리포좀을 얼마나 균일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기술의 핵심이다.

리포좀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를 섞어 고속으로 회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보통 이 장치가 몇 억을 호가하는데, 비싼 기계를 쓰더라도 균일한 리포좀을 만들기 어렵다. 하지만 네오나노텍이 개발한 리포좀 합성장치를 활용하면 자유자재로, 얼마든지 균일한 리포좀을 만드는 것이 가능해진다.

리포좀 합성 기술은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 등 가축에도 적용 가능하다. AI 예방 백신의 경우 일일이 직접 맞추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 마이크로 비드 즉 리포좀 안에 백신이나 치료제를 넣은 후 사료에 섞어 섭취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면 쉽게 백신 투여가 가능하다.

강성구 부사장은 “리포좀 합성 기술은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이라며 “현재 이 장치는 동물질병관리본부와 연계해 구체적 시험 연구에 들어갈 예정이며 축산농가의 경우 성능인증 후 바로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맞춤의학 분야, 미국 시장 타겟

㈜네오나노텍 김성훈 대표

이들은 미국 시장 진출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글로벌 마켓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현장진단기술(POCT) 분야를 전폭 지원하고 있기 때문.

김성훈 대표는 “미국은 현재 현장진단과 맞춤의학 분야에 엄청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지난 5월 한 달 간 미국 출장을 가서 뉴저지, 텍사스 쪽 마케터들을 만났는데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 설립·운영 중인 종합병원은 7000여 개에 이른다. 매년 400만 명의 환자 중 약 5%, 8만 명 정도가 감염병으로 사망한다. 현장진단소자가 보급되면 이 숫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소자에 어떤 항원, 항체를 적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진단 검사가 가능하다”며 “소자 안에서 혈액 한 방울만 떨어뜨리면 혈액 속 혈장, 적혈구 등을 모두 분리해 원하는 대로 진단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현재 그런 소자를 실제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하버드 의대와 공동으로 작은 소자 안에 암 조기 발견 시스템을 구현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단계의 실험 과정을 하나의 칩 안에서 원스톱으로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남은 과정은 개발한 소자를 양산하는 일이다. 적어도 내년부터는 완제품을 출시해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으로 3년 안에 소자 패키징을 완료하겠다는 것이 네오나노텍의 로드맵이다.

김 대표는 “현재 체외진단시장은 6조원 규모”라며 “아시아 태평양 시장이 최근 매년 20% 이상씩 커지고 있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서 의료 수요가 커지고 있고, 진단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에 미래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인류 공영 이바지, 회사 키워 사회공헌 목표

㈜네오나노텍 강성구 부사장.

사람을 살리고, 동물을 살리고,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 바이오 진단 소자 플랫폼 분야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실제적으로는 인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 훗날의 꿈이다.

강 부사장은 “열심히 연구해 얻은 수익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것이 전 구성원의 생각”이라며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충분한 월급을 주고, 수익을 사회에 내놓는 것, 이것이 기업하는 입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라 본다. 교육이든 사회기반 조성이든 사회에 기여하는 세계 1위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성훈 대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인류 공영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여러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김 대표는 “쉽게 말해 이 기술은 여러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라며 “물론 기업가로서 회사 키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지만, 조금 거창할지라도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가끔 고분자 같은 것을 연구하다보니 ‘내가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지만 결국 이 이유 때문에 전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미국의 경우 은퇴 없이 70대까지도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한다”며 “한국은 대부분 60대 초에 은퇴하게 되는데, 60대에도 연구력이 왕성하신 분들이 많다. 중소기업이 이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연계 사업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은 플라스틱 소자로 이뤄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꿈. 글로벌 1위가 되고자 하는 그들의 목표 뒤에는 좋은 기술로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중소기업의 뚝심이 있다.

분자 진단용 전처리 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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