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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의면 벽돌공장 논란을 둘러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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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전의면 벽돌공장 논란을 둘러싼 진실
  • 이충건
  • 승인 2017.08.10 08:4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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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브리핑] 언론의 오판과 자만
세종포스트 대표 겸 편집국장

지난 6월 중순께였다. 신문사 편집국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흥분된 어조였다. 소음과 분진 등으로 자신이 정성껏 키워온 조경수들이 죽게 생겼다는 거였다. 오랫동안 고통 받았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벽돌공장이 들어서는지 꿈에도 몰랐고, 이제야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전화를 받은 본사 기자는 민원인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 놨다. 현장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기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보도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회의에서 이 사안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민원의 논리적 모순과 언론의 팩트체크

이날 아침회의는 당일 취재일정 확인에 이어 전날 전화를 받았던 기자의 민원내용에 대한 설명 순으로 진행됐다. 우리는 토론 끝에 제보된 민원을 보류하기로 했다. 세종시의 주요 현안인 난개발에 대한 문제제기로 받아들였지만 다른 일정을 우선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담당 기자의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 민원인의 문제제기 중 ‘소음과 분진으로 오래 고통 받았다’는 내용과 ‘피해를 줬던 게 벽돌공장이란 사실을 이제야 인지했다’는 내용 사이에 모순이 있다고 봐서다. 현장 확인은 일단 우리의 계획된 일정부터 소화한 뒤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차일피일 시간이 흘렀다. 어느새 우리는 제보 사실이 있었다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의 메일을 받은 건 그로부터 거의 한 달이 다되어갈 무렵이었다.

우리는 민원인이 전화로 제기했던 내용을 그제야 다시 떠올렸다. 환경단체의 주장은 세종시 전의면 벽돌공장 건축인허가와 건축과정에서 각종 불‧편법적인 사실이 확인됐으며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증거자료라는 사진까지 다수 첨부돼 있었다.

환경운동연합이 건축허가 전 불법적으로 터파기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로 제출한 사진. 하지만 삼일리드텍은 지난 1월 개발행위허가를 얻어 터파기공사를 진행했다. 따라서 불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주저할 필요가 없었고, 사실 확인 절차도 중요치 않았다. 신뢰할만한 시민단체가 직접 조사해 ‘성명’이란 형식으로 발표한 자료여서다. 더구나 세종시와 벽돌공장(엄밀하게 말하면 보도블록 공장) 간 유착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해보였다.

우리는 <세종시 벽돌공장 건축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2017년 7월 10일자)이란 제목으로 환경단체의 자료를 인용 보도했다. 전의면 유천리 주민들이 세종시청 앞에서 벌인 벽돌공장 반대집회도 <“세종시 보도블록공장 건축인허가 취소하라”>(7월 25일자)는 제목의 영상뉴스로 내보냈다.

삼일리드텍이란 보도블록 공장은 곧 우리 신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신청했다. 언중재에 제소되면 대부분의 언론은 상대방이 입은 피해를 걱정하기보다는 ‘혼꾸멍’을 내주기 위해 반론준비에 착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신청인의 청구취지를 검토하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오판이었고 자만이었음을 깨달아서다. 오판은 ‘팩트 체크’가 없었기 때문이고 자만은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를 떠나 그 주장이 진실일 것이라는 스스로의 판단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이었다.

늦었지만 팩트 체크에 나서기로 했다.

합법적 절차를 불법으로 만든 환경단체의 주장, 왜?

환경단체의 주장은 크게 네 가지다. ▲세종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현장 확인 없는 개발행위허가(2016년 12월) ▲건축허가(2017년 3월 16일) 이전 불법 터파기 공사 ▲민원 확인을 위한 현장조사(2017년 3월 14일) 이후 세종시의 말 바꾸기 ▲계획관리 지역 건폐율(40%)에 맞추기 위한 지상1층 편법 지하화.

먼저 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현장 확인 없이 개발행위를 허가했는지 여부다. 현장조사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외부교수진으로 이뤄진 위원회의 현장조사 의무는 없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실제 민선2기 들어 열린 위원회 중 현장조사는 4차례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의면 벽돌공장 개발행위 허가는 현장 확인이 필요 없었는지 모른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공장 부지였고, 부지조성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으며, 여러 차례 공장설립 인가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었기 때문이다.

사진 위는 2015년 6월 촬영된 '다음(Daum)' 로드뷰이고 사진 아래는 같은 해 7월 촬영된 '네이버(Naver)' 거리뷰다. 이미 오래 전에 공장부지로 허가를 받아 조성됐으며 삼일리드텍은 지난 1월 다시 개발행위허가를 받고 터파기 공사 등을 진행했다. 환경단체의 불법적인 공사 강행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결정적 증거다.

중요한 것은 건축허가 이전 터파기 공사가 불법이냐 여부다. 환경단체는 ‘불법’이라고 단언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개발행위는 이미 지난 1월 허가가 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불법적인 터파기 공사라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허위가 된다. 환경운동연합은 한 발 더 나아가 민원제기로 공무원이 현장방문을 통해 불법 터파기 공사를 확인했다고도 했다. 애초부터 적법적인 공사였으므로 공무원이 불법현장을 확인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더구나 삼일리드텍이 전의면 토지를 구매하기 이전부터 개발행위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2015년 6~7월 촬영된 포털사이트의 거리뷰는 이미 공장부지가 조성돼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원래가 공장 부지였던 곳에 건축허가를 득해 공장을 건축하는 행위를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공장‧창고 신축 임대’라는 현수막도 눈에 띈다.

세종시의 말 바꾸기 의혹은 말을 했다는 사람과 들었다는 사람의 주장이 상충돼 팩트 체크가 불가능하다.

건축허가(3월 16일) 이틀 전 세종시 건축인허가 부서인 건축과와 협의부서인 산업입지과, 환경정책과의 합동점검이 있었다. 이날 현장방문은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불법현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예정된 건축허가를 앞두고 보완사항이 있는지를 최종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환경단체는 이날 시 담당자가 ‘건축허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민원인을 안심시켰다고 했지만 당사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민원인과 시 관계자의 주장이 엇갈려 진위여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예상을 뒤엎고 현장방문 이틀 뒤 건축허가를 서둘렀다는 환경단체의 의심은 억측에 불과했다. 삼일리드텍이 설계를 끝내고 신청한 공장설립에 관한 승인과 토목공사를 위한 개발행위 허가는 지난 1월 이뤄졌고, 건축허가 신청은 같은 달 24일 시에 접수됐다. 신청부터 허가까지 거의 석 달이 걸린 것. ‘민원이 커지기 전에 허가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우스꽝스러운 이유다.

계획관리지역 건폐율(40%)에 맞추기 위해 지상1층을 편법으로 지하화 했다는 주장도 진실이라고 볼 수 없다.

공장운영은 물론 소음과 분진을 예방하기 위해 지하화 했다는 삼일리드텍의 주장에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 세종시도 건축인허가 과정에서 공장 지하화가 환경적 측면에서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부끄러운 언론의 자성

삼일리드텍은 소음과 분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을 지하화해 건축 중이다.

팩트체크는 부끄러운 언론의 자성이었다.

이 과정에서 민원인이라는 조경수 농장주가 삼일리드텍 부지의 일부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를 두고 당사자 간 법적다툼이 있는 모양이다. 언론이 개인 간 송사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은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조경수농장이 조성되기 이전부터 해당부지는 공장이 들어설 수 있도록 허가가 난 곳이었다. 바로 옆에 벽돌공장이 들어서는지 몰랐다는 주장도 믿을 수 없는 얘기다. 환경단체의 성명서에 첨부된 사진만 봐도 이미 공장건축이 상당히 진척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나에게 환경단체의 이데올로기 만큼 진보적인 주의‧주장은 없다. 환경이 곧 미래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우선시하다보니 적법한 벽돌공장 건축마저 눈에 거슬렸을지 모른다. 넓게 이해를 한다고 해도 사실과 다른 주장은 언론을 농락한 결과가 됐다. 사실 확인 없이 시민단체의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한 언론으로서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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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17-08-21 07:47:27
현재진행되고 있는 공장부지 공사가 불법이라면 당시 전의면장. 그리고 마을 이장은 무얼했는지 이제와서 피켓들고
반대운동 운운 하는지 알수가없네요. 자기면에 무슨공장이 들어서는지 자기마을에 무슨 업체가 들어서는지 멀랐다는건가.

사랑인 2017-08-17 16:28:33
멋지십니다. 이제 국민들이 똑똑해져서
언론도 그냥막올렸다간 오히려 신뢰를잃는듯합니다.
세종시민으로써 언론인들께서 정확한 팩트를 전달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세종시에 멋진 언론인이 계셔 다행이고 화이팅입니다

에네스토 2017-08-11 19:34:25
오래되지 않았지만 정론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어논입니다.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금개구리 2017-08-10 19:42:54
믿고 보는 언론 세종포스트입니다.
팩트체크 보도로 더욱더 신뢰을 주는 언론입니다.
환경운동하시는분들 좀더 논리적이고 사실에 부합된 일을 해주세요.
세종시는 세계적인 명품도시가 되야합니다.
환경운동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보다는 글로벌하게 해보세요.

dd 2017-08-10 10:03:04
농장주가 땅을 신나게 쓰고있었는데 공장이들어서니 자리를 비켜줘야하니까 난리가 난거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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