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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광과학 기술, 4차 산업혁명을 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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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광과학 기술, 4차 산업혁명을 넘보다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7.08.08 1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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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과학자, 강소기업을 만나다] <1>독보적 기술로 적외선영상장비 분야 ‘월드베스트’ 꿈꾸는 ㈜토핀스

[세종포스트 이충건 기자] 그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이었다. 경북대 사범대 물리학과를 나와 같은 대학에서 물리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여 년간 군사용 열화상 카메라를 연구했다. 30㎜ 자주대공포 체계에서 육안조준기 개발을 맡았고, 전차의 눈 역할을 하는 파노라믹 조준경과 포수조준경 개발에 참여했다. 육‧해‧공군 헬기와 무인항공기 열상장비, 인공위성 카메라 개발에도 참여했다.

ADD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도 자신이 설계하고 제작한 무기가 실전에 배치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 더군다나 그는 인정받는 유능한 연구자였다. 국방과학장려금, 국방과학상 등을 다수 받았다. 특히 장려금은 기술개발 성과가 실제 군 배치로 이어지면 국방부장관이 챙겨주는 두둑한 보너스다.

10년 걸린 광과학자의 사업가 변신

김현규 토핀스 대표이사는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원 출신이다.

그런 그가 사업가로 변신한 건 2004년이었다. 벤처창업휴직 제도를 통해서다. 벤처육성을 중점 추진한 김대중 정부가 1999년부터 창업아이디어를 보유한 교수나 연구원에게 휴직을 허용하기 시작했는데, 그도 도전의 대열에 합류했다. 자신의 열화상 카메라 기술을 민수분야에 접목시켜보고 싶었다. 이왕 시작할 거면 더 늦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단기필마로 ㈜토핀스를 설립한 그는 광과학자 김현규(63) 박사다.

김 박사가 처음 뛰어든 시장은 건축인테리어였다. 인테리어의 첫 작업은 먹줄 튕기기다. 먹줄작업은 적어도 2명이 해야 했고 3~4미터마다 한 번씩은 튕겨야만 한다. 줄이 조금만 길어져도 쳐지기 때문에 완벽한 수평측량도 불가능하다. 완벽한 측량을 위해 레이저레벨기를 쓰는데, 당시만 해도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된 제품이 고가에 팔리고 있었다.

김 박사는 이에 착안해 레이저레벨기 국산화에 나섰다. 그는 1년 반쯤 걸려 개발을 완료하고 제품 상용화를 앞뒀다. 그런데 중국산 저가품이 시장에 깔리기 시작했다. 개발 전후로 시장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던 것. 그는 양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을 하면서 그가 맛 본 첫 번째 쓴맛이었다.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2009년에 이르러서였다. 신종인플루엔자(신종 플루)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한 것. 김 박사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신종 플루 검색용 열화상카메라를 처음으로 국산화했다.

그는 열화상카메라의 핵심인 적외선렌즈모듈 설계기술을 갖고 있었던 터라 찾아온 기회를 잡기 위해 즉시 개발에 착수해 제품을 시장에 내놨다.

토핀스의 제품군. 독보적인 적외선 렌즈모듈 설계기술이 적용된 민수 및 군수, 또는 민군겸용 제품들이다.

순수 자체 기술로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는 체온을 측정한 모습을 빨강, 파랑, 노랑 등 다양한 색깔로 표현해준다. 멀리 떨어진 사람의 열화상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으며, 1초당 30회 이상 촬영이 가능해 급하게 지나가는 사람도 놓치지 않고 검색할 수 있다. 신종 플루 의심환자로 판단되면 경보음이 울리고, 동시에 대상 인물의 영상을 화면으로 표시해준다.

신종 플루가 사회적 이슈였던 데다 열화상카메라를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서 전량 수입해왔던 터라 토핀스는 단번에 국내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수입 장비에 비해 가격도 20% 정도 낮춰 출시했다. 주문제작으로 소량을 판매했지만 열화상카메라는 창업 후 처음 그에게 수익다운 수익을 가져다줬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수입품들이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재료를 대량 구매해 양산을 해야 경쟁이 가능한데 자금이 없었다. 국산 열화상카메라는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두 번째 쓴맛이었지만, 이 제품은 지금도 토핀스의 대표적인 판매제품 중 하나가 됐다.

끝없는 연구개발 끝 30억 투자유치

김현규 대표(오른쪽)와 유웅재 박사가 6㎞거리에 있는 소형드론까지 탐지가 가능한 중적외선 열화상카메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창업 이후 보낸 10여년 세월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 기술력 하나만큼은 인정을 받던 그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대전시 등 정부지원 연구개발과제를 끊임없이 수행했다. 마침내 30억 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건 2015년이었다.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기술의 진화를 이룬 덕분이다.

그는 적외선렌즈모듈 설계기술을 열화상카메라에 이어 열화상현미경에 적용했다. 국내 첫 국산화다. 열화상현미경은 초소형소자의 온도분포를 측정하는 장치다.

가령 LED발광소자의 크기는 5㎜이하다. 여기에 전자회로가 붙어있는데 열이 가해지면 온도가 높아져 수명이 줄고 빛도 약해진다. 발광소자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열을 외부로 빼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데, 열화상현미경이 아니면 볼 수 없다.

그는 2012년부터 열화상현미경용 적외선렌즈모듈을 유럽에 수출했다. 선진국 연구자들까지 인정하는 기술임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전차와 장갑차에 적용되는 열상잠망경은 전술적인 측면에서 ‘기도비닉(企圖秘匿)’, 즉 적에게 안 들키고 조용히 움직이는데 필수적인 장비다. 열상잠망경이 없으면 전차나 장갑차가 야간에 전조등을 켠 채 움직여야 한다. 적군에 발각되기 십상이니 승무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다.

독자 개발한 고성능 적외선렌즈모듈이 장착된 조종수열상카메라는 2015년 국방부 우수상용품에 선정됐으며, 군 장비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선 K-1전차의 조종수열상카메라에 장착됐다. 국방기술품질원이 군사규격에 관한 모든 평가를 거쳐 100㎞ 주행시험까지 완료해 성능을 입증 받았다. 현재 국내 전술차량 및 전투차량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수출을 위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어 그는 투자받은 돈으로 차륜형(바퀴형태) 장갑차 조종수열상잠망경 적외선렌즈모듈 양산을 시작했다. 창업 11년 만에 첫 양산품이 나온 것이다.

열상잠망경에 그가 개발한 적외선렌즈모듈을 탑재하면 매우 넓은 수평시야각을 확보할 수 있다. 최대 80도까지 가능하다. 시야각이 넓어지면 영상왜곡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그는 2% 미만을 구현해냈다. 시야각은 가장 넓은 대신 왜곡률은 가장 낮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수준. 특히 광기술을 적용해 영하 32도에서 영상 60도까지 온도변화에도 초점을 정확히 유지할 수 있다. 모터 구동 없이 자동초점 조절이 가능하게 된 것은 그동안 끊임없이 자체기술로 축적된  첨단 광학기술 덕택이다.

무궁무진한 국방과학기술의 적용

짐벌카메라는 360도 회전하면서 온도를 계측, 주요시설의 화재를 예방하는 데 쓰인다.

적외선렌즈모듈이 적용된 대표적인 민수용 제품으로 열화상 짐벌카메라가 있다. CCTV 등 보안 분야에서 사용하는 영상채집용 열화상카메라는 이미 국산화됐지만 온도계측까지 가능한 제품의 국산화는 토핀스가 최초다.

주요 시설에 이 카메라를 설치하면 화재를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360도 회전하면서 온도를 측정하고 문제발생 지역을 찾아 경보음을 울려준다. 현재 동남아 수출을 앞두고 있다.

중적외선 열화상카메라는 대전국방벤처센터(센터장 유재명)의 지원을 받아 민군겸용으로 개발했다. 원거리 감시용이다. 해안선이나 국경선에 배치해 적의 침투를 감시할 수 있다.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하고 돌아가던 북한 드론(무인기)이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됐다. 북한이 정찰 및 공격용으로 사용하는 드론은 300여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보는 물론 사생활 침해, 테러 등 각종 범죄에 드론이 악용되면서 세계적으로도 드론 감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 드론은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에 따라 미리 정해진 방식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라디오주파수 탐색이 어려운데다 생각보다 크기가 작고 조용히 움직여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가 개발한 중적외선 열화상카메라는 6㎞거리에 있는 소형드론도 탐지가 가능하다. 보안이 필요한 민간에서도 쓰임새가 크다.

그의 도전에는 끝이 없다.

오는 11월 시제품이 나올 예정인 스위어(SWIR, Short Wave Infrared) 카메라는 안개나 미세먼지 등으로 가시거리가 줄어들었을 때 CCTV에 비해 1.5배 이상 멀리 관측할 수 있다. 안개나 해무가 많은 국경선, 해안선 등에서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항공기, 선박, 자동차 등에도 접목이 가능하다. 김현규 대표는 악천후시 스위어카메라 영상을 모니터로 재현하여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향후 자율주행차량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제품이 나오면 안개가 많이 끼는 세종시에서 시험을 할 예정이다.

180도 열화상카메라, 360도 열화상카메라도 올 연말 출시 예정이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시야각은 120도다. 토핀스가 개발한 180도‧360도 카메라는 측면과 후면을 모두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열화상카메라를 장착하면 야간투시도 가능하다. 감시용, 전술 및 전투차량, 자율주행차량, 항공기, 선박 등 적용가능 한 산업분야는 무궁무진하다.

ADD 연구실 옮겨오게 만든 ‘기술닥터’

유웅재 토핀스 기술고문(기술닥터)도 ADD 연구원 출신. 그의 합류로 토핀스는 ADD 연구개발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사실 창조는 경험과 아이디어의 융합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걸 만드는 게 아니라 하늘 아래 있는 걸 드러내고 결합해서 새로운 생명체를 불어넣는 과정이다. 김현규 박사는 ADD에서 전자광학장비 기술개발을 담당했다. 하나의 무기체계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이 합쳐져 완성된다. 토핀스의 기술고문인 유웅재(66) 박사는 체계개발 전문가다. 김 박사가 렌즈모듈, 육안조준기 등 부체계를 개발하면, 부체계들을 모아 하나의 체계로 완성하는 게 유 박사의 몫이었다.

특히 무기체계는 항상 극한의 환경을 전제하고 개발이 이뤄진다. 민수품은 대개 실내에서 쓰이지만 군수품은 영하 60도의 극한 상황에서도 운용이 돼야 한다. 김 박사의 적외선렌즈모듈이 독보적인 기술력에 기반 했더라도 전차나 장갑차 조종수의 열상잠망경에 곧장 장착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환경이 바뀌어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 다양한 조건을 전제하고 예측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체계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김 박사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토핀스 연구실을 ADD 시절의 환경으로 만들어야 했다. 중소벤처기업에게 시행착오는 곧 돈과 시간이기 때문이다. 부분기술이 모여 벌컨포나 30㎜자주대공포 등 대공무기체계를 개발하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이를 가능케 해준 게 대전테크노파크다. 유 박사는 40년 이상 ADD에서 연구 활동을 했고, 퇴직 후에도 3년 이상을 전문연구위원으로 일했다. 김 박사는 테크노파크의 전문위원제도를 활용해 선배인 유 박사를 초빙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고경력 과학기술인(Senior scientist&Engineers) 활용 지원 사업을 통해 키스톤콤비를 이루고 있다.

유 박사의 합류로 적외선 렌즈모듈이 업그레이드됐다. 카메라에 발생하는 노이즈를 제거해 화질이 한층 깨끗해졌고, 진동‧충격 시 품질이 저하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40년 이상 ADD에 근무하면서 쌓은 군 관련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요자의 요구를 사전 파악, 제품완성도를 높여갔다. 연구개발과제도 3건, 10억 원이나 수주했다.

김 대표는 “군수품은 민수품과 달리 양산준비까지 마쳐야 개발을 완료하는 것”이라며 “유 박사 덕분에 기술시험평가 등 개발에서 양산까지 무난히 진행이 이뤄졌다”고 했다.

독보적 기술로 적외선영상장비 분야의 월드베스트를 꿈꾸는 토핀스. 노(老) 과학자들의 고군분투가 듬직하다.

스위어(SWIR)카메라는 안개지역 투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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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7-08-08 19:05:12
연구원이었는데도 좋은 기술에다가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고 늦은 나이에도 열정도 대단하시네요. 부럽군요. 훌륭한 강소기업으로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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