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합주, 세종시 마을학교 ‘스쿨밴드’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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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첫 합주, 세종시 마을학교 ‘스쿨밴드’ 탄생기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7.3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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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스트-세종교육청 공동캠페인] <2>고운동 으쌰으쌰 스쿨밴드
세종시교육청 마을학교 으쌰으쌰 스쿨밴드 강사진. 왼쪽부터 윤수찬, 서병재, 최지현씨.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난생 처음 접한 ‘밴드’의 매력에 푹 빠진 청소년들이 있다. 세종시 직장인밴드 멤버들이 재능기부로 참여하는 으쌰으쌰 스쿨밴드 마을학교 학생들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고운동 연주실에는 인근 초·중·고등학생 아이들이 모인다. 팀 당 7명 총 21명의 아이들이 들뜬 마음으로 찾는 이곳은 다름 아닌 밴드 음악실.

쿵쿵대는 드럼 소리와 기타 선율이 흐르는 연주실에서는 일주일에 한 시간, 학업과 잔소리에서 벗어나 음악에 심취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합주의 기쁨, 마을 이모·삼촌들이 알려주는 음악의 세계

마을학교 재능기부에 참여하고 있는 세종시 직장인밴드 멤버 (왼쪽부터)서병재·최지현 씨.

지난해 5월 구성된 세종시 직장인 밴드는 고운동에 연습실을 마련하고, 세종시에서 정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일반 회사원부터 교수, 의사, 공무원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직업군이 모였고, 이중 서병재(42), 최지현(36)씨는 각각 청춘리필, 우로보로스 팀에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다.

서병재 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해왔다”며 “마을학교에 선정되면서 아이들을 위해 이곳저곳 찾아다니고 부탁하며 안 쓰는 악기를 기증받았다. 개인 악기 없이도 배우고, 원하는 친구들은 대여해서 쓸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좁았던 연습실은 좀 더 쾌적한 공간으로 옮겨졌다. 공간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 한 결과, 같은 층에 위치한 시냇가교회 이창호 목사가 흔쾌히 임대료 없이 공간을 내줬다. 고운초 학부모이기도 한 목사님의 배려 덕분에 아이들은 밝고 안전한 공간에서 연주할 수 있게 됐다.

마을학교를 시작하면서 이들이 학부모에게 부탁한 사항은 딱 한 가지다. 귀가한 아이들에게 ‘오늘 뭐 배웠니?’라는 질문을 삼가달라는 것. 다행이 현재까지 이 약속은 잘 지켜지고 있다.

최지현 씨는 “마을학교에서는 평가받거나 다른 친구와의 비교, 연습을 요구하는 일도 없다”며 “결과를 떠나 이 시간만큼은 음악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푼다. 강사로 참여하면서 요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것에 목말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헤비메탈밴드 랜드마인 리더 윤수찬 영입, 전문가 연주 강습도

랜드마인 리더 윤수찬씨가 초등부 참여 학생에게 보컬 레슨을 하고 있다.

국내 몇 안 되는 정통사운드 헤비메탈밴드 ‘랜드마인’ 리더 윤수찬(28)씨도 마을학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직장인 밴드 멤버들과 인연을 맺어오다 마을학교 사업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

충남대 음대를 졸업한 그는 작곡부터 시작해 드럼과 기타, 건반, 보컬까지 못하는 것이 없는 멀티 연주자다. 2012년 밴드를 결성하고 자작곡 음반을 발매, 대전과 서울, 부산 등 전국을 오가며 공연을 펼치고 있다.

윤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보니 실력이 느는 것이 확 느껴진다”며 “곡 선정과 파트 배분까지 아이들이 논의해서 정하는데 의욕과 열정이 대단하다. 일반인이 아닌 아이들 대상으로 가르치는 것은 처음이어서 개인적으로도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으쌰으쌰 스쿨밴드 마을학교는 오는 9월 중순까지 운영된다. 아직 부족한 실력이긴 하지만, 학기 말 발표회 개최도 추진 중이다.

최지현 씨는 “현재 세종시교육청과 마을학교 밴드 발표회 무대를 협의하고 있다”며 “세종시는 학교 밴드 동아리가 많은 편이다. 직장인 밴드에서 경험한 공연 노하우를 살려 학생들이 직접 참여·기획하는 세종시 스쿨밴드 페스티벌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주 통해 느낀 희열, 오아시스 같은 1시간

고등부 '맹밴드' 리더를 맡고 있는 고운중 2학년 맹건호 군.

처음 접한 밴드활동에 푹 빠져 자신만의 악기를 구입, 남몰래 연습에 매진하고 있는 친구도 있다. 평소 음악을 즐겨들었던 고운고등학교 2학년 맹건호 군이다.

그는 “배울 때는 파트를 나눠 연습하는데, 나중에 모여 합주할 때면 말로 설명하기 힘든 희열과 전율이 느껴진다”며 “마치 시간이 멈추고, 우리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는 느낌이 든다. 비록 1시간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공부도, 걱정도 내려놓고 온전히 음악에만 빠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마을학교 고등학생 밴드팀 ‘맹밴드’의 리더이자 베이스 악기를 맡고 있다. 밴드 내에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 팀원들이 그의 성을 따 밴드 명을 정했다고 한다.

맹 군은 “베이스는 취미로 계속 배우고 연주할 생각”이라며 “밴드 활동은 부모님이 적극 권유해주고 계신다. 아직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보여줄 실력은 아니지만 베이스의 좋은 소리와 든든한 매력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세종시교육청이 지속 추진 중인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온종일 돌봄학교’ 공약을 내 건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과도 일맥상통한다. 올해 시교육청이 공모를 통해 선정·지원하는 마을학교는 총 14곳. 가장 어려운 점은 아무래도 ‘공간 확보’ 문제다.

끝으로 서병재 씨는 “마을교육공동체 참여 운영자들의 공통적인 고충은 바로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공간 확보”라며 “신도시 곳곳에 위치한 복합커뮤니티시설 등을 활용해 낮 시간대에는 주부, 어르신, 학생들이 쓰고 저녁 시간에는 일반 시민들이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마을교육 활성화는 물론 시민 문화 형성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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