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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세종시 중심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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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세종시 중심상권
  • 이충건
  • 승인 2017.07.23 17:17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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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브리핑] 을과 을의 고통분담

“ 〔…〕 지난달부터 장사를 너무 못했어요. 요즘은 하루에 겨우 20만원 팔고 있는 형편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직원 월급은 줘야 해서 임대료와 일부 자재비를 부득이 한 달 미뤄야 할 것 같아 미리 문자드립니다. 다음달 10일 이달 것까지 보내드릴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얼마 전이었다. 세종시 아름동 해피라움 상가의 A식당에서 작은 모임이 있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식당 주인 B씨도 자연스럽게 모임에 합류했다. B씨는 명퇴 후 서울에서 영업을 하다가 지난해 세종시에 정착했다.

세종포스트 대표 겸 편집국장

B씨는 9년 동안 장사를 하면서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장문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가게 주인 C씨에게 월세를 제 때 못 내는 사정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9월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가 어려워 가게 주인은 월 270만원이던 임대료를 250만원, 다시 220만원으로 내려준 터였다.

B씨는 열심히 장사해서 약속대로 다음달 10일 2개월 치 임대료 440만원을 송금했다. 하지만 B씨가 날짜에 맞춰 월세를 내지 못하는 일은 이후에도 되풀이됐다.

“이번 달 임대료 20일까지 보내드릴게요. 너무 장사가 안 돼 이것저것 막느라고 도저히 10일 날짜를 못 맞출 것 같아 미리 연락드립니다. 〔…〕”

B씨는 매번 통사정을 해야 했고, C씨의 넓은 마음에 감사를 표시해야 했다. 알고 보면 C씨도 사정이 딱하긴 마찬가지다. 역시 직장을 명퇴하고 고정적인 수익을 위해 어렵게 장만한 가게였다. C씨는 최근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사했다.

그러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종시가 중심상권 주차난 해소를 위해 주차타워(공영주차장) 2개동을 착공한다는 소식이었다. B씨는 물론 가게 주인 C씨에게도 희소식이었다.

“〔…〕 아시다시피 여기 해피라움은 완전히 폭격 맞은 상황입니다. 모두 가게를 내놓은 상태예요. 1층은 그나마 다시 공사하는 데라도 있지만 2층 이상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아름동 상권에 공영주차장이 건립된다고 합니다. 주차장이 생기는 8월까지만 어떻게든 버텨 보겠습니다. 고마움 잊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만 참아주세요.”

당초 8월에서 12월초로 완공이 연기된 세종시 아름동 공영주차장 조감도

B씨는 가게주인 C씨에게 다시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부푼 기대는 곧 무너졌다.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진 B씨는 결국 C씨에게 가게를 닫겠다고 통보했다. 지금으로선 폐업밖에는 길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세종시가 공영주차장 완공을 12월 초로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번엔 가게 주인 C씨가 영업주 B씨를 달랬다. 월세를 100만원으로 내려줄테니 공영주차장이 완공될 때까지 함께 버텨보자고 했다. 베이비부머 세대이자 명퇴자로 같은 시대를 살아온 둘은 고통을 분담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게를 위해 늘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직원들 모두 똘똘 뭉쳐서 잘하고 있습니다. 곧 우리가게는 정상궤도에 오를 겁니다. 열심히 할게요. 거듭 감사드립니다.”

B씨는 C씨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C씨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였지만 B씨가 폐업하면 새로운 영업주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B씨에게도, C씨에게도 어려운 나날이다.

공영주차장 건립이 늦어지면서 세종시 중심상권이라는 아름동 자영업자들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임대료 부담에 주차난이 겹치면서 문 닫는 점포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영업주를 구하지 못한 상가 주인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 말 아름동에 236면(연면적 9990㎡ 지상 6층), 종촌동에 160면(연면적 6027㎡, 지상 5층)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건립 중이다.

하지만 준공 예정이 8월에서 12월로 연기됐다. 관급자재 매입에 시간이 지체됐기 때문이다. 기존 설계에 반영된 자재 중 일부가 생산되지 않고 있어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한 것.

세종시의 철저하지 못한 행정으로 공영주차장 완공은 고작 몇 개월 지체됐을 뿐이지만, 그 사이 문 닫는 가게는 몇 개가 더 늘어날지 모를 일이다. 서로 양보하며 공생해보자는 을과 을의 아름다운 이야기에만 맡겨둘 일은 아니어 보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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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개구리 2017-07-23 23:24:49
이것은 행복도시 밑그림을 잘못 그린 세종시장 때문입니다.

영바위 2017-07-24 10:07:26
댓글이 길어져서 세종시닷컴에 게시글로 썼네요.
http://cafe.naver.com/1sejongcity/298658

세종시에 2017-07-26 19:23:03
사람은 없고 상가가 너무 너무 많아요 다 비어있는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인데 ... 작은 김포한강신도시보다도 상권이 활성화 안된거 같은데 상가 건물만 계속 올라가니 특정 거리 빼고는 휑한 느낌이에요... 세종시는 녹지 공원만 좋아요

세종시 2017-07-26 19:24:04
상가 분양 받은 사람들은 전부 망하고 아파트 분양 받은 사람만 셀프 프리미엄 붙이기에 쾌재를 부를거 같아요

오늘 2017-08-31 14:44:07
오늘 아름동 해피라움상가 이디야에서 차 마시려고 상가에 주차하려다가 주차하기가 힘들어서 공영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주차비가 완전 바가지인 느낌... 12시45분쯤 주차하고 2시15분쯤 나왔는데 4500원이 나왔더라고요...
조치원 시장 공영주차장은 시장 한~~~ 참 둘러봐도 저렴하다고 느꼈는데...
다시는 주차하지 말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시에서 운영하는게 아닌건지, 제가 느끼기에 비싼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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