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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범 5년차 갈등관리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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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출범 5년차 갈등관리 ‘사후약방문’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7.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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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아름초 보행터널·첫마을 악취·박근혜 표지석 갈등 등 해결책 '오리무중'
최근 아름동과 도담동 주민들간 보행터널 설치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1. 지난 2014년 ‘금개구리 보존’을 전제로 민‧관‧정간 사회적 합의에 도달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중앙공원 조성방안. 하지만 2~3년 사이 행복도시 입주민들이 급증, ‘금개구리 제3의 서식지 이전’을 주장하는 여론이 많아지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공원 조성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다.

#2. 첫마을 폐기물연료화시설과 수질복원센터는 세종시가 행복청으로부터 이관 받은 시설이다. 악취와 중금속(VOC) 문제로 한솔동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3. 아름초와 늘봄초 보행터널 설치는 이해찬 국회의원이 공약이었다. 지난해 총선을 거치면서 아름동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 도담동 주민들이 터널 설치에 반대하면서 갈등 국면이 조성돼 있다.

#4. 세종시청 광장 앞 박근혜 대통령 표지석 ‘해체’와 ‘존치’를 놓고 시민사회의 갈등과 이견이 표면화되고 있다. 세종시는 여론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데이터가 없다며 결정을 미루고 있다.

출범 5년차 세종시가 갈등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인구 25만 명을 넘어서면서 갈등 사례가 다각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갈등을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세종시는 지난 20일 제2회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열고 중점관리 갈등사례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다. 대부분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에야 대응책을 찾기 급급했기 때문. 2012년 7월 출범 때부터 갈등관리의 중요성이 누누이 강조됐지만 지금까지 위원회를 구성한 것 외에 행정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시-행복청 협치가 갈등예방 첫 걸음

세종시 한솔동 첫마을 아파트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가람동 폐기물연료화시설 지형도.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간 협치가 갈등예방의 첫 걸음이란 지적이다.

두 기관의 갈등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건설주체인 행복청이 시설 준공 후 관리‧운영을 위해 세종시에 시설을 이관하는 구조이기 때문.

2013년 호수공원 이관시점을 두고 벌어진 양 기관 갈등이 처음 부각됐다. 당시 행복청과 LH는 세종시에 호수공원 운영권을 인수하라고 재촉했지만 세종시는 운영예산을 감당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양 기관의 갈등이 증폭되는 경우는 크게 2가지 양상이다. 행복청과 LH가 일방통행이거나 세종시가 운영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낼 때다.

지난 2011년 첫마을 앞 국도 1호선 소음은 행복청과 LH가 예산을 줄이려는 꼼수를 부리다 역풍을 맞았다. LH는 결국 방음벽 설치란 추가 예산을 투입했다. 당시에는 세종시 출범 이전이었다.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급부상한 첫마을 악취‧오염물질 배출 논란 역시 발단은 행복청의 도시계획이다. 주거지와 약1㎞ 거리에 시설물 배치를 계획한 것 자체부터 문제였다. 결국 주민들의 강력한 저항과 반발에 휩싸여 있다.

세종시 중앙공원 2단계 조성안을 놓고, 시민사회의 2갈래 접근은 2년 가까이 공전 상태로 전개되고 있다.

중앙공원 조성안 역시 사업주체인 행복청‧LH, 운영‧관리주체인 세종시간 협치의 부재가 시민 갈등으로 표면화됐다. 관계기관은 입주자 단체와 환경단체 간 갈등을 지켜보고만 있는 상황이다.

아름동 보행터널 설치도 마찬가지다. 이미 입주가 완료 또는 시작된 늘봄초 옆 유럽형 단독주택마을 등 주요 변수를 고려치 못했다. 마을 조성이 터널 설치 이후에 이뤄졌다면 갈등의 소지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게 일부 지역민들의 인식이다. 행복청과 세종시가 이런 여건 변화에 기민한 대응과 협의를 이뤄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뒤늦게나마 기관 간 협치가 이뤄진 갈등 현안은 조금씩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첫마을 환경 문제다.

시 관계자는 “시의 운영 미숙 문제도 일부 있지만, 계획과 사업시행 주체인 행복청‧LH의 전향적인 협의와 공유 과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철 갈등관리전문가는 “(갈등이 표면화되면) 주민들의 이해와 요구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부터 출발해야한다”며 “갈등 해소기구로 만든 민간협의체를 관 주도로 이끌기보다 이해당사자인 주민을 공동위원장으로 선출하는 등 실질적인 시민 참여를 보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보람동 세종시청 광장 앞에 설치된 박근혜 대통령 친필 휘호 표지석. 여전히 철거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찬성과 반대’, 어느 쪽이 많나요?… 시민 의견수렴 ‘오리무중’

행복청과 세종시가 직면한 현실적 고민은 ‘찬성과 반대’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 수집이다.

지난 5월 중앙공원 최종안을 발표한 행복청은 아직까지도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찬‧반 양론의 무게 추가 어디에 쏠렸는지 심증만 있을 뿐 확증이 없어서다. 중앙공원 바로 만들기 시민모임이 의사결정 방식으로 제안한 주민투표 제안도 거부했다. 찬‧반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세종시 역시 비슷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말 일부 시민사회가 제기한 ‘박근혜 대통령 표지석 해체’ 여부다. 이춘희 시장은 주민 여론수렴을 통해 이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4개월여가 지나도록 결정을 못하고 있다.

시 홈페이지 내 ‘똑똑세종’란의 간이 설문조사와 전자공청회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것을 활용해 유의미한 결정에 이르기에는 표본 추출부터가 쉽지가 않다. 그렇다고 매번 돈을 들여 찬‧반여론 등에 대한 전수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도 부담스럽다.

특정 장소에서 순회 공청회를 개최해보기도 하지만, 참석률이 저조할뿐더러 낮 시간대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주민 참여와 의견수렴에 이르는 데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김정숙 충남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갈등관리는 두 가지 방향에서 진행돼야한다. 그 첫 번째가 설문조사 방식 등을 활용한 객관적 데이터 수집”이라며 “다음으로 피해 당사자들의 속 깊은 마음을 계속 살펴야한다. 때에 따라선 인센티브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갈등 해결의 첫 걸음은 정확한 의견수렴이다. 전자 민주주의 실현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온라인 활용한 직접민주주의 실현 대안 부상

갈등관리의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전자공청회와 전자투표 등 온라인 직접 민주주의 시스템 도입이다. 한번 시스템을 구축하면 첨예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안에 대한 신속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 찬‧반이 아닌 복합적 의견 수렴도 실현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지난 2000년대 초반 도입된 이후 대학가 선거에서 활성화된 바 있지만, 어느 지자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체적 여론이 드러나는 부담감도 작용한다.

인구 25만여 명을 돌파하고 평균 연령 36.8세(행복도시 31.2세)인 세종시는 직접 민주주의 실현에 최적화된 도시로 평가된다.

이재준 아주대 교수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발언한 제안은 참고할 만하다. 그는 “국민 욕구를 직접 반영할 수 있는 ‘온라인 거버넌스 플랫폼 도입’이 필요한 때”라며 “촛불 민심은 개개인 주장과 정책 시각들이 국가에 직접 반영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어야 새시대 지도자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세종시는 현재 ▲아세아산업개발 석산개발 증설 ▲세종 벤처밸리산업단지 조성 ▲첫마을 환경기초시설 악취 ▲아름초~늘봄초간 보행터널 설치 등을 진행단계에 있는 중점 관리 현안으로 분류했다.

연동‧부강 공공하수처리장과 부강면 목우연구소 설치, 금남면 국곡리 의료폐기물 임시 보관장 설치 등은 부서 자체 관리 가능 항목으로 분석했다.

충광농원과 고운동 축사 악취, 김종서 장군 묘역 성역화 사업, 대형마트 개설, 항공부대 통합조정, 용호보건진료소 이전 부지 선정, 광역버스노선 신설, 지적 재조사 사업 등 모두 10건은 종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잠재 단계에 있는 현안은 아직 발굴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종시 갈등관리위원회가 지난 20일 제2회 위원회를 열고, 향후 갈등 최소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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