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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덫’ 빠진 세종시 유일 아동복지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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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순환의 덫’ 빠진 세종시 유일 아동복지시설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7.20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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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명보육원 아동수 급감하며 노인시설 전환 의혹… 30명 미만 시설 전락해 직원 퇴사 잇따라
세종시 연서면에 자리잡고 있는 시 유일의 아동복지시설, '영명보육원' 전경.

[세종포스트 이희택 기자] 세종시 조치원읍에 사는 A씨. 그가 시 담당자의 소개로 연서면에 소재한 영명보육원을 찾은 건 지난해 3월이었다.

남편과 사별 후 생계가 어려워 3살과 5살 남아 2명의 양육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영명보육원은 세종시 유일의 아동복지시설. 하지만 A씨는 발길을 돌려야했다. 정원이 초과됐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A씨는 대전 유성의 아동복지시설에 아이들을 맡겼다.

A씨는 엄마와 생이별한 아이들이 떠올라 견딜 수 없었다. 1주일이 채 안 돼 아이들을 다시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활고를 이겨낼 수 없었다. A씨는 5개월 만인 지난해 8월 대전의 시설을 다시 찾았다.

세종시 유일의 보육원인 영명보육원이 열악한 환경과 관계 기관의 의지 부족으로 악순환의 덫에 빠졌다. 올 하반기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지정을 추진 중인 세종시가 풀어야할 또 하나의 숙제다.

A씨는 왜 대전 보육원에 아이들을 맡겼나

A씨 사례는 영명보육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A씨가 보육원을 찾았을 당시 입소인원은 남아 25명과 여아 16명 등 모두 41명이었다. 정원 기준인 48명보다 7명이 적어 수용인원에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보육원의 답변을 받게된다. 4개 숙소동을 남‧여 2개씩 배정하고, 1개 숙소 당 12명 기준을 맞추려다 보니 남성 아동을 추가로 받을 수 없었다는 게 보육원의 설명이다. 정황상 A씨 아이들을 받을 수 없는 여건이었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이 사는 조치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곳에 아이들을 맡겨야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보육원 아이들은 아이들 졸업과 가정 복귀 등 자연 감소 원인에 의해 지난해 말 37명, 올해 현재 25명까지 크게 줄었다.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당장 어려워 대전의 보육원에 맡기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입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A씨가 알았더라면 그의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가까운 보육원에서 지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타 시‧도 거주 아동을 수용하려면 해당 지자체, 즉 세종시와 대전 유성구간 정보 교환이 이뤄져야한다. 영명보육원과 세종시가 지역 아동 수용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시청 담당자는 지난해 여름 이후 대거 물갈이 됐다. 시 관계자는 “(A씨) 사연을 들어보니 안타깝다”며 “(영명보육원 등이) 적극적인 의지로 수용하려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A씨 아이들이 인지능력이 낮은 5세 이하였던 만큼, 여아 숙소에 임시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아의 자연 감소가 이뤄지면 숙소를 재배치하는 유연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최근 1년새 남아는 25명에서 17명으로 8명이나 줄었다.

시민 B씨는 “아이 2명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었을 텐데 대전 시설로 입소로 유도했다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며 “보육원의 대응도 문제지만, 이를 그대로 수용한 세종시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명보육원 아동수 변화 추이. 2년 새 절반 수준인 25명까지 뚝 떨어졌다. (제공=세종시)

노인복지시설 전환 의구심 증폭된 이유

영명보육원의 소극적 태도는 ‘아동복지시설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김희숙 원장이 취임한 2014년 5월 이후 7세 이하 7명이 퇴소를 하면서 의구심이 증폭됐다.

법인 운영 면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이 큰 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것. 실제 저출산 등의 사회적 여건 변화로 아동시설이 노인시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김희숙 원장은 “당시에 깊이 있게 (A씨) 상황을 들여다보지 못했다.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못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남자 아이 2명을 수용하기에 공간이 부족했던 것도 있고 (아이들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말씀드리기 곤란한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세종시 출범 원년인 2012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27명이 입소했다. 이중 7세 미만 아동이 11명이다. 시설 폐쇄를 위해 아이들을 안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2년 간 아동수 절반 수준 급감, 아동복지 담당직원 5명 잇따라 퇴사

수용 아동수가 급감한 것도 문제다. 2012년 47명이던 수용인원은 2015년 42명까지 유지되다 현재 25명까지 줄었다. 아동 감소 원인이 주로 원가정 복귀와 졸업, 입양, 지역이동 등 긍정적 측면으로 전개된 것은 다행이다. 허나 지역에 숨어있는 요보호 아동을 적극 발굴하지 못한 배경도 자리잡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

그러면서 아동복지사업법에 발목이 잡혔다. 30명 미만 시설은 사무국장과 임상심리상담원, 영양사, 생활복지사, 간호사, 위생원 등을 둘 수 없도록 돼 있어서다. 사무국장은 지난 5월 퇴사했고, 나머지 5명의 직원도 내달 추가로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처지다.

아이들의 보육 여건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 31년 된 시설의 노후화도 아이들을 키우는데 걸림돌이다. 세종시는 보건복지부에 시설보강사업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다.

한 아동복지 관계자는 “영명보육원은 6.25전쟁 당시 고아 78명을 보살피면서 탄생한 의미가 큰 시설이고, 세종시 유일의 아동복지시설이란 상징성도 있다”며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로 나아가는 길목에서 영명보육원 운영의 내실화와 시설보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유일한 보육시설이란 상징성 때문에 시에서도 매년 1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아동복지시설 폐쇄 의혹은 시 입장에서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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