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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통곡의 다리 ‘성덕교’, 첫 위령제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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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통곡의 다리 ‘성덕교’, 첫 위령제 지냈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7.1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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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중 희생자 15인 넋 깃든 성덕교, 확장 재건설 앞두고 희생자 위로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영상·사진=김누리 인턴기자] “먼저 떠난 아비, 어미, 오라비, 언니를 대신해 목 놓아 불러봅니다. 윗말 사는 신재순, 남희숙, 신순식, 신초난. 큰 마당 사는 신미숙, 행정 사는 양길자, 황새봉 사는 유미희. 학교 밑 사는 안정례, 안동네 사는 신현례, 신옥자, 신정숙, 이해정, 이미자. 토끼샘골 사는 성순덕, 청일점 이병림….”

1978년 7월 20일 금호중학교 학생 15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수천 고깃배 사고 희생자 위령제가 19일 오전 10시 성덕교 위령비 앞에서 열렸다.

이번 위령제는 성덕교 확장 재건설을 앞두고 희생자 15인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는 금남 원주민 청년회가 주관했으며 유가족과 금호중 관계자, 마을 주민 등이 참석했다.

올해로 39년이 된 이 사고는 장마기간 중 불어난 물로 인해 수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했다. 당시 이곳 마을에는 30여 명의 학생들이 금호중으로 통학하고 있었는데, 이날은 마침 공주에서 고기잡이 일을 하던 민 모씨가 아이들을 강 건너로 실어 날랐다.

참사는 강 건너를 왕복하던 중 학생들을 마지막으로 실은 배편에서 일어났다. 남아있던 학생 19명이 한꺼번에 배에 올랐고, 정원이 초과된 고깃배는 반대편 지점 50m를 남기고 앞으로 기울어졌다.

여학생 14명, 남학생 1명 총 15명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렸다. 배에 탔던 19명 중 남학생 1명을 포함해 선장 등 총 4명만이 살아남았다. 이들의 장례식은 금호중에서 합동으로 치러졌다.

이 사건을 접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석모 당시 충남지사에게 즉시 교량 건설을 지시했다. 이때 건설된 다리가 바로 길이 200m, 폭 5m 규모의 성덕교다.

참사가 일어난 지 39년. 세종시는 수명을 다 한 성덕교 재건설 계획을 수립, 대형 차량 교행이 가능한 폭 11m 규모의 교량을 재건설할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85억 원으로 2019년 초 완공된다.

살아남은 자의 기억, 15인 넋으로 건설된 ‘성덕교’

세종시의회 임상전 의원이 19일 위령제에 참석해 1978년 7월 20일 목격한 사고 현장에 대해 회고하고 있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임상전 세종시의원은 당시 예비군 중대장이었다. 임 의원은 1978년 7월 20일 오전 비보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왔었다.

그는 “쏟아진 비로 강물과 냇물의 수위가 동일해 마치 황토빛 바다와 같았다”며 “배는 없고 학생들의 책보만 둥둥 떠 있었다.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서 성덕교 밑 다리 난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학생들의 시신을 건졌다”고 했다.

당시 시신 수습에는 금남면의용소방대원들이 모두 동원됐다. 잠수부도, 기구도 없어 철망을 구해다 돌을 매달고 철망을 끌어 시신을 수습했다.

임 의원은 “오후 2시경 15명 학생들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는데, 시신을 눕힌 곳에 부모들이 전부 모여 비참한 현실을 마주했다. 아침에 먹은 밥이 아직 입에서 넘어가지도 못한 상태에서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 내 모교였기 때문에 슬픔은 지금도 생생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건널 때마다 다시금 생각났던 ‘통곡의 다리’

용수천 고깃배 사고 희생자 고 이병림 씨의 형 이병국씨가 위령제에 참석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희생자 중 유일한 남학생이었던 고 이병림 씨의 형 이병국 씨도 위령제에 참석했다. 자식을 잃은 부모와 형제를 잃은 슬픔은 그의 회고를 통해 드러났다.

이 씨는 “하루아침에 자식을 잃은 희생자 부모들은 애타는 마음을 이기지 못해 대부분 남들보다 이승을 먼저 떠났다”며 “이제는 잊혀져 사람들은 무심히 그 다리를 건너지만, 유족들은 다리를 건널 때마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떠올리곤 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그의 선친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보낸 비서실 직원에게 단 한 가지 부탁을 남겼다. 장마에도 잠기지 않고, 폭우에도 무너지지 않는 튼튼한 다리를 세워달라는 것.

그는 “아버지는 다시는 가슴 아픈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튼튼한 다리를 만들어달라 부탁했다”며 “당시 성덕교 준공 전 아버지께 교각명을 써달라고 했는데, 손이 떨려 붓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어린 내가 대신해 교각명을 썼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사고 이후 한때는 금호중 후배들이 기일마다 제를 올리고, 헌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사건은 다리 앞 위령비로만 남고 말았다. 금남면 원주민 청년회 주도로 위령제를 지낸 건 올해가 처음이다.

그는 “아무리 돌에 새긴들 언젠가 잊혀지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겠거니 생각해왔다”며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비단결 같은 마음으로 이렇게 희생자를 기억하게 된 것에 깊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위령제에 참석한 강준현 정무부시장은 “아픈 기억을 가슴에 담고 건넜던 성덕교가 이제 철거 후 재가설 될 예정”이라며 “세종시는 사람이 먼저인 안전도시가 돼야 한다. 안전한 세종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위령제에는 금호중학교 안병화 교장과 손현우(3학년) 학생회장도 함께 참석했다. 향후 금호중 학생회는 선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위령비를 정기적으로 찾는 등 학생회 차원의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1978년 7월 28일 준공된 성덕교. 세종시는 이 다리를 철거한 뒤 확장 재건설해 2019년 완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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