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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하는 소방관·디자이너 꿈꾸는 '두루고 에디슨'[인터뷰] 제30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수상자 두루고 정효식·오혜정
두루고 3학년 정효식 학생이 발명한 자동 박음 기능 내장형 안전 압정케이스(왼쪽)와 2학년 오혜정 학생이 발명한 영유아를 위한 정량 피펫 약통(오른쪽).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황금비율의 커피믹스, 휴대용 MP3, 야구장 막대풍선, 김치냉장고. 이 물건들의 공통점은 바로 전 세계로 뻗어나간 한국인의 발명품이라는 데 있다.

세종시 두루고등학교에도 장차 발명하는 소방관, 발명하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있다. 정효식(3학년), 오혜정(2학년) 학생은 최근 특허청 주최 제30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각각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특별상,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친 작은 불편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던 두 학생이 이뤄낸 성과.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유용할 수 있는 두 가지 발명품을 소개한다.

‘안전하게 압정 박는 법’ 장장 1년 6개월간의 발명

제30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 참가해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특별상을 수상한 정효식 학생.

아이디어가 떠오른 건 학교 복도 게시판에 압정으로 게시물을 붙이는 선생님과 친구들의 모습을 봤을 때다. 두루고 3학년 정효식 학생은 자동 박음 기능 내장형 안전 압정케이스 발명으로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 손에는 종이, 한 손에는 압정을 들고 게시물을 붙이는 모습을 관찰 한 것이 발명의 시작이였죠. 손가락을 삐끗해 압정에 찔릴 수도 있고, 압정이 쏟아져 바닥에 떨어지는 경우도 일어나니까요. 어떻게 하면 압정을 안전하게 박을 수 있을지 생각한 게 고1때였어요”

효식 군이 발명한 압정케이스는 기존 압정통을 활용, 통을 흔들고 기울여 압정 1개가 자석에 의해 고정되게끔 만든 형태다. 케이스 그대로 판에 대고 누름장치를 누르면 압정이 안전하고도 쉽게 박힌다. 날카로운 바늘이 달린 압정을 직접 손으로 잡지 않아도 되고, 한 손으로도 쉽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압정 이동장치와 누름장치는 학교 기기 오퍼레이트 동아리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3D 프린터로 제작했어요. 초기 케이스에 내장된 압정 이동장치의 경우 여러 개의 압정이 겹쳐 올라오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경사로를 부채꼴 형태로 제작하고, 경사도를 조정해 해결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찬사가 쏟아진 부분은 뚫려있던 누름장치 구멍을 안전성을 위해 보완설계한 ‘완성도’에 있었다. 추가적으로 구멍을 막을 수 있는 고정 장치를 제작, 안전성을 높이고 압정 보관을 더욱 용이하게 한 것. 최종 완성까지 1년 6개월 정도 걸린 이 발명품은 오는 21일부터 3일간 서울 코엑스에 전시된다.

감기 잦은 어린 동생과 엄마를 위한 아이디어 ‘반짝’

제30회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 참가해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오혜정 학생.

16개월이 된 막내 동생이 있는 오혜정 학생은 감기가 잦은 동생 덕에 집에 있는 약통을 보고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영·유아에게 처방되는 액상 감기약은 아이의 체중과 건강 등을 고려해 용량이 정해지는데, 소화능력이 미숙한 아이들의 경우 과다, 과소 투여될 경우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을 하게 된 것.

“처방 용량이 4.5mm 등 소수점 단위인 경우가 많지만, 소수점 눈금이 없는 기존 약국 약병으로는 정확한 정량을 덜어낼 수 없어요. 약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 거죠. 엄마들도 불편하지만, 특히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아이를 조부모가 돌보는 경우도 많아 약통 눈금의 불편함이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초기 아이디어는 모나미 볼펜에서 착안했다. ‘딱딱딱’하는 소리를 듣고 영감을 받았다. 스프링이나 탄력요소를 적용하는 대신 스포이트를 활용, 막대를 누르고, 홈을 끼워 정량을 맞추는 방식으로 구상했다. 최초 목적은 약 제조가 중점이었지만, 실험용 디스펜서(Dispenser)의 기능도 강화됐다.

“홈에 따라 0.5mm 단위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화학 실험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약을 혼합할 경우 생기게 되는 거품의 영향도 받지 않습니다. 본체의 홈을 교차로 배열해 용액 양을 1:2:3 비율로 정량할 수도 있고, 소량의 용액을 단계적이고 기계적으로 덜어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해당 발명품은 올해 초 아이디어를 구상해 제작까지 총 5개월이 소요됐다.

발명하는 소방관, 적정기술 산업디자이너가 ‘꿈’

자동 박음 기능 내장형 안전 압정케이스 발명 과정.

두 학생 모두 2년 전 세종시학생발명대회를 통해 참가한 발명캠프를 통해 본격적으로 발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수상 역시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효식 학생은 지난 2015년 폐 사인펜을 활용한 과학 실험키트 발명으로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 쓴 사인펜으로 주사기를 만들고 이온반응 화학 실험키트를 완성한 것. 오혜정 학생 역시 같은 대회에 참가, 소금에서 깨끗한 간수를 추출해낼 수 있는 간편 포대를 만들어 입상의 영예를 안았다.

내년 수능을 앞둔 효식 군의 꿈은 소방관이다. 단순한 소방관이 아닌 ‘발명하는 소방관’이 되는 것이 그가 그리는 미래다.

정 군은 “발명 의도와 마찬가지로 평소 안전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시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들 역시 사용하는 용품 등과 관련해 불편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부분을 발명으로 고쳐가면서 봉사하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혜정 양은 두루고 아이디어스(IDUS) 발명동아리 부장을 맡고 있다. 올해는 적정기술을 활용한 발명을 시작할 계획이다. 적정기술이란 주로 개발도상국의 문화·정치·환경적 요소를 고려, 삶의 질 향상과 빈곤 퇴치 등을 위해 사용되는 기술을 말한다.

오 양은 “물을 쉽게 정화하는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 등 적정기술 상품들이 이슈가 됐지만, 대부분 가격이 비싸거나 유지기간이 적어 문제가 있다”며 “산업디자이너로서 진짜 그들의 환경에 맞는 발명을 하는 것이 목표다. 월드비전 후원을 해오고 있는데, 여학생의 경우 여성용품 등 위생과 관련해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냈을 때 느끼는 희열, 그 뜨거운 감정을 발명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위대한 발명가 에디슨도 2000번의 실험 끝에 백열전구를 발명했다. 세종시 학생들의 작지만 큰 아이디어, 언젠가 진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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