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1종류 술로 1차만 9시까지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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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종류 술로 1차만 9시까지 마셔라
  • 김충남
  • 승인 2017.07.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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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의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32>주음미취(酒飮微醉)
1가지 술로, 1차만, 9시까지 마시라는 교훈은 이미 술 주(酒)자에 담겨 있다.

인간이 최초로 포도씨앗을 땅에 심자 악마가 찾아와 양, 사자, 돼지, 원숭이를 죽여서 그 피를 거름으로 쏟아 부었다. <탈무드>에 나오는 술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포도주다.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해지다가 좀 더 마시면 사자처럼 난폭해지고 더 마시게 되면 돼지처럼 지저분해지다가 지나치게 너무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거나 노래를 부르게 된다.

술을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이야기에는 술이 인간의 희로애락과 함께 해온 동반자지만 지나치게 마시지 말라는 경계의 뜻이 담겨있다.

 ‘비주불향(非酒不享)’, <사기(史記)>에는 하늘에 제사 지낼 때 술이 아니면 흠향하지 않는다고 쓰여 있다. 옛날부터 술은 신령한 음식이라 하여 제사와 같은 신성한 의식에는 반드시 술이 필수적 제수(祭需)가 되고 있다.

‘비주불의(非酒不義) 비주불권(非酒不勸)’, 즉 벗과 벗 사이에는 술이 아니면 의리가 두터워지지 않고, 술이 아니면 화해를 권하지 못하다고 했다. 역시 <사기>에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술은 사람사이의 막힌 감정을 풀어주는 촉매 역할도 한다. 싸우고 나서 화해할 때 마시는 술을 우리는 흔히 ‘화해주(和解酒)’라고 부른다.

술맛에도 계급이 있다. 옛 사람들의 벼슬에 구품(九品)의 계급이 있듯 술맛에도 구품의 계급이 있다고 했다.

임금이나 손위 어른 앞에서 엎드려 마시는 ‘부복주(俯伏酒)’는 제일 맛없는 9품주요, 공석에서 돌려가며 마시는 ‘회음주(回飮酒)’가 8품주, 제사나 잔칫집에서 낯선 사람들과 마시는 ‘예주(禮酒)’가 7품주다.

주점에서 여럿이 마시는 술은 6품주, 자기 집에서 마시는 술은 5품주, 자기 집이나 친구 집 사랑에서 대작하며 마시는 술은 4품주, 혼자 마시는 술은 3품주다. 좋은 경치를 찾아 좋은 사람과 함께 마시는 술은 2품주, 좋은 경치에서 시조를 읊으며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다는 1품주다.
 
조선 숙종‧영조 때의 가객(歌客) 김천택은 이렇게 노래했다.

‘부생(浮生)이 꿈이여늘 공명(功名)이 아랑곳가 | 현우귀천(賢愚貴賤)도 죽은 후면 다 한 가지 | 아마도 살아 한 잔 술이 즐거운가 하노라.’

뭐니 뭐니 해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시나 노래 풍류를 읊으며 마시는 문주위연주(文酒爲宴酒)가 최고의 술이 아니겠는가.

술은 약간 취할 때 멋이 있다.

‘화간반개(花看半開) 주음미취(酒飮微醉) 차중대유가취(此中大有佳趣)’라고 했다.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약간 취할 만큼 마시면 이 가운데 아름다운 멋이 있다는 뜻이다.

술을 마심에 있어서 첫잔은 갈증을 풀기 위해 마시고, 둘째 잔은 영양을 섭취하기 위해 마시고, 셋째 잔은 유쾌하기 위해서 마시고, 넷째 잔은 발광하기 위해 마신다고 했다. 술은 적당히 마셨을 때 그 멋이 우러나오고 약이 된다는 얘기다.

김충남 서예가 | 인문교양강사

술을 절제하지 못해 술잔에 빠져 죽은 사람이 바다에 빠져 죽는 사람보다 많다고 하지 않는가.

술 주(酒)자에는 술을 절제하며 마시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술은 유시(酉時)이후에 닭(酉)이 물(氵)을 쪼아 마시듯 천천히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1가지 술로 1차만 9시 전까지만 마시라는 ‘119 음주법’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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