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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최초 혁신고, 소담고 학생들의 즐거운 ‘약속’[인터뷰] 소담고 1학년 최준희·김성훈·김수지 학생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 제정에 참여한 소담고 1학년 (왼쪽부터) 최준희, 김성훈, 김수지 학생.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학교가 일방적으로 정해왔던 학교생활규정이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손에서 새롭게 만들어졌다. 타의에 의해 통제받던 학생들이 교사, 학부모와 함께 직접 자율규정을 제정하고 이를 지켜나가기로 한 것. 세종시 최초 혁신고교 소담고등학교 얘기다.

21일 오후 소담고등학교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개교 후 3개월간 수 차례의 협의 끝에 마련한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 선포식'이 열린 것. 이날 소담고 74명의 전교생과 교사, 학부모 140여 명은 평화적인 학교문화 형성을 약속했다.

생활협약 제정에 참여한 최준희 학생회장과 김성훈, 김수지 학생을 만났다. 생활규정과 교복, 교가까지 함께 만들어가는 신설학교 1학년 학생들의 소감은 어떨까.

학생·교사·학부모, 용의복장·휴대폰 보관 등 뜨거운 ‘논쟁’

21일 열린 소담고등학교의 교육3주체 생활협약 선포식 모습.

세 주체 간의 생활협약은 지난 3개월 간 진행됐다. 학생·교사·학부모 대상 설문조사와 사전 토론, 공청회, 학교규정제·개정심의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됐다.

협의 과정에서 의견조율에 가장 난항을 겪었던 부분은 학생들의 '용의복장'과 관련된 규정이었다.

최준희 학생회장은 “공청회 전까지 학생들은 두발과 화장 등과 관련해 완전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며 “하지만 수차례 이어진 협의를 통해 타협안을 마련하게 됐고, 학생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됐다”고 했다.

용의복장과 관련된 생활협약 규정은 매우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공동체에 지나친 위화감을 주는 머리 모양과 화장, 피어싱은 하지 않되 단정한 파마(C컬, 다운펌)는 가능하고, 색조화장을 제외한 간단한 메이크업(틴트 등)은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김수지 학생은 “휴대폰 사용은 반마다 따로 걷지 않고, 전원을 꺼서 서랍 등에 넣어놓는 방향으로 정했다”며 “학부모 입장은 아예 걷자는 의견이었지만,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관리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교복과 사복을 혼용해 착용하는 논쟁도 결론이 났다. 학교 교복을 단정하게 입되 사복을 섞어 입지 않고, 학교에서 지정한 편안한 대체용 의복을 구입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김수지 학생은 “교복을 입어야 할 때는 사복을 입고 싶고, 또 사복을 입어야 할 때는 교복을 입고 싶은 게 학생들의 심리”라며 “평소 교복이 활동하기 불편해 친구들의 불만이 많았다. 원하는 학생들은 통일감 있는 디자인의 편한 상의를 입을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했다.

“왜 학생들은 통제당해야만 하나요?”

소담고 최준희 학생회장이 공동체 생활협약 제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점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 3월 개교한 소담고에는 3개 반 총 74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이번 생활협약 제정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책임감’에 대해 몸소 깨닫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훈 학생은 “기존의 학생생활규정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지켜야할 규율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제해 온 것에 불과하다”며 “과거에는 학교 규칙에 대한 반발심이 컸다면, 이번 생활협약은 학생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통제했던 수직적인 분위기도 사라졌다. 학생은 교사에게, 교사는 학생에게 지켜야할 규칙들이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

최준희 학생회장은 “지금까지 선생님은 마냥 우리들을 규제하는 존재”였다며 “가르침을 주고, 가르침을 받는 존재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관계가 되는 듯 해 선생님과의 거리감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초기 생활협약을 제정하면서 가장 큰 갈등의 주체는 학생과 학부모였다. 특히 용의복장과 관련해 의견 충돌이 컸다.

최준희 학생회장은 “학부모 대표로 나간 엄마와 집에서 토론도 해보고 언쟁도 있었다”며 “같은 여성이지만 살아온 시대가 다르기 때문에 세대차이가 컸다. 가상 토론 연습을 하다 서로 부딪히기도 했지만, 어느샌가 부모님의 입장도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교복·교가까지 함께 만드는 혁신고, 오해 때문에 ‘속상’

김수지 학생이 혁신학교를 보는 오해의 시선에 대해 속마음을 털어놨다.

세종시 신설학교 학생들이 누구나 그렇듯 소담고 학생들도 함께 만드는 학교 문화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신설고의 단점도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장점이 더 많다는 것.

최준희 학생은 “우리들이 직접 디자인한 교복으로 투표를 진행 중이고, 학교 교가 작사도 파트를 나눠 학생들이 함께 썼다”며 “우리가 직접 디자인한 교복을 입고, 직접 작사한 교가를 부를 수 있어 학교를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다만 혁신학교에 대한 일부 오해 섞인 시선에 대해서는 속상하다는 생각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수지 학생은 “아직 혁신고가 대중적이지 않다보니 학업에 중점을 두지 않는, 노는 학교라는 시선도 있는 것 같다”며 “학업에 똑같이 충실하되 공부 외에 진로나 자유로운 활동도 가능한 학교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선포된 공동체 생활협약은 학생들이 참여한 자율적인 약속”이라며 “우리 입장이 반영된 규칙인 만큼 친구들이 약속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지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작지만 중요한 실험,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길”

3주체 공동체 생활협약 업무를 추진한 소담고 김영진 사회교사.

보통의 한국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지나친 질서를 요구해온 것이 사실이다.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학교문화는 남아있다.

김영진(33) 소담고 사회교사는 “3주체 생활협약은 왜 지켜야하는지 모르고, 타의에 의해 지켜야 하는 학교생활규정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며 “평화로운 공동체를 위해서는 모두에게 책임과 의무가 있다. 3주체 생활협약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교사는 “작지만 중요한 이 실험을 통해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며 “학교에서 시민으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없는 것도 당연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자라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지혜 기자  wisdo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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