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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날 줄 아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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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날 줄 아는 지혜
  • 김충남
  • 승인 2017.06.14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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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의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30>공성신퇴(功成身退)

 

공성신퇴(功成身退), 공(功)을 이루었으면 물러나는 게 지혜다. 동서고금 불변의 진리이고 교훈이 아닌가 싶다.


중국 전국시대 월나라 왕인 구천이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패자(者)의 자리에 올랐다. 일등공신은 오자서와 범려였다. 이들의 운명은 달랐다.


오자서는 왕의 곁에서 권력을 누리다가 죽임을 당했고 범려는 일찌감치 왕의 곁을 물러났기에 죽음을 면했다.


한신과 장량은 유방을 도와 한나라를 세운 일등공신이었다. 둘의 운명도 공성신퇴 여부로 달라졌다.


한신은 한고조가 된 유방 곁에서 야욕을 부리다가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했고 장량은 일찌감치 물러났기에 천수를 누렸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이성계가 죽은 뒤에도 물러나지 않고 야망을 펼치려다가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했다. 또 다른 개국공신이었던 퉁두란은 이성계가 죽자 미련 없이 정계를 떠났기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이처럼 역사 속 개국공신들이 공(功)을 세우고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은 공성신퇴의 교훈을 되새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자는 ‘공(功)을 세우게 되면 그에 대한 대가로 부귀를 얻게 되고 부귀를 얻게 되면 교만하게 되고 교만해지면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되니 결국 그 허물로 인해 화를 초래하게 된다’고 하였다.


오자서, 한신, 정도전은 개국의 공(功)을 세운 대가로 권력을 탐하다가 결국 스스로 화를 입었다. 노자가 ‘공(功)이 이루어지면 몸은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道)’라 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일등공신들이 미련 없이 보답과 영광의 자리를 마다하고 떠난 것도 공성신퇴의 도를 실천한 것이라 하겠다.


공을 세운자의 필수덕목은 ‘겸손’이다.


동서고금의 역사 속에 비명횡사한 영웅호걸이나 경세가들은 모두가 큰 공과 업적을 세우는 데는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지만 안타깝게도 겸손의 재능은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공을 세운 자가 필수적으로 지녀야 할 덕목은 겸손이라 하겠다.


다음은 춘추시대 노나라 대부(大夫) 맹지반(孟之反)의 이야기다.


노나라는 제나라와 싸움을 벌였으나 중과부적으로 밀리면서 노나라 군사들이 성안으로 퇴각했다. 맹지반은 맨 뒤에서 추격하는 적을 막아 아군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은 가장 마지막으로 성안으로 들어갔다. 이 소식을 들은 왕은 맹지반을 불러 그 공을 높이 치하했다.


이에 맹지반은 ‘제가 감히 뒤에 남아 병사들을 엄호한 것이 아니라 제가 탄 말이 싸움에 지쳐 잘 달리지 못했기 때문에 가장 뒤로 쳐진 것’이라고 하면서 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투를 시작할 때는 선두에 서는 것을 공으로 삼지만 후퇴할 때는 대열의 후미에 서는 것을 공으로 삼던 시절이다. 왕이 후미에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군사들을 퇴각시킨 맹지반의 공을 치하한 배경이다. 그러나 맹지반은 자신의 공을 자랑하지 않았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장군은 자신의 전공을 명나라 장수에게 돌렸다. 그러자 오만불손했던 명나라 장수는 이순신장군의 덕에 감복해 굴복했다. 공은 드러내지 않고 감추거나 남에게 돌리는 겸손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그렇다. 겸수익(謙受益) 만초손(慢招損)이다. 겸손은 이익을 가져다주지만 교만은 손해를 부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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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무성듬성일성 2017-06-15 22:21:37
정도전이 이성계가 죽고 나서 물러나지 않아 죽었다는 것은 역사를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요. 비단 그의 야망도 한몫 했지만 어린 방석을 세자로 만들고 종친과 지배층의 ㅏ병혁파, 임금이 아닌 총재 중심, 즉 재상 중심의 정치체제를 구현하려다가 왕자의 난으로 피살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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