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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힘은 국가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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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힘은 국가에서 나온다
  • 이순구
  • 승인 2017.06.14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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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의 미술산책] <14-1>파리의 추억

프랑스 파리 인근 보쉬르센(Vaux-sur-Seine). 높은 언덕 위에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1904-1989) 기념관과 유럽 내 최초이자 유일한 전통한옥인 ‘고암서방(書房)’이 자리하고 있다.


고암의 작품들이 보관된 보관소 앞에 서면 좌에서 우로 흐르는 세느강이 나무와 집들 사이로 유유자적 흐른다. 시대의 질곡을 관통하며 조국이 준 갖은 시련 속에서도 오직 예술만을 위한 열정으로 살다간 그를 기억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그의 채취가 남아있는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서 그간의 모든 직업(?)들을 내려놓고 화가로서 3개월간 생각하고, 보고 느끼며 머문 적이 있다. 그리고 이곳의 일상과 파리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예술품과 그 정신성을 생각하며 음미하는 기회를 가졌다.


예술은 보편적이다. 인간세계에 예술보다 보편적인 단어가 있을까. 예술은 인간 삶의 한 부분이다. 너무 일상적이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태어나고 숨 쉬며 교육하고 받는 모든 여정들 속에 예술은 내재한다. 잠복의 예술성이 좀 더 특별하여 깎고, 다듬고, 칠하고 세우는 것이 예술품이다. 이러한 것들이 유독 많은 곳이 프랑스 파리다.

 

 

파리에는 자신들이 만든 것도 많지만 그들이 세계의 다른 국가들을 지배할 때 수탈한 것들도 많다. 곳곳에 이런 물건들을 모아 놓은 거대한 예술품의 무덤이 존재한다. 어쩌면 조상들 덕분에 후손들은 몰려드는 세계인들이 가져다주는 경제효과의 덕을 크게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곧 있으면 파리는 여름 내내 텅 빈 도시가 된다. 파리지앵들에게 기나긴 휴가는 당연한 일이다. 이들이 비운 공간은 관광객들이 채운다. 파리지앵들이 도시를 비운사이 세계 곳곳의 인종들은 파리 속에 자리한 역사의 장소들과 준비된 상품들을 찾아 둘러보고 소비한다. 관광대국 프랑스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현재를 만든 것은 그들이 사람의 심리를 일찍 파악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강자의 욕구를 채운 삶의 흔적들을 소중히 하는 것, 그 손때 묻은 역사들을 고이 간직하는 것, 그리고 그것들을 보존하고 이용할 줄 아는 감각이 발달한 것이리라.


대중들이 관심을 주는 것, 그들에게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그것을 잘 설명하는 것과 작은 것에도 세심하게 배려의 손길을 내밀어 사람으로 하여금 참 보편타당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제도 는 프랑스가 가진 장점이다. 거기에 서양미술사의 주 흐름이 되는 작품들을 한데 모아 놓은 점과 그에 따른 자존감은 당연한 것이다.


파리시립미술관을 찾았을 때는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만난 고령의 등이 굽은 파리의 할머니는 폰타나의 도자기 작품에 대한 궁금증을 주변사람에게 묻고 있었다. 이 할머니의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이는 또 다른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의 식견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파리의 일상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작품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과 달리 작품에 집중하는 파리지앵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자존감을 읽을 수 있었다.

 

 

파리의 미술관 중에서 가장 미술사적인 작품을 많이 소장한 루브르박물관은 전시실마다 인산인해다. 널리 알려진 밀로의 비너스(Venus de Milo),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Mona Lisa)는 문전성시다. 모나리자는 너무 멀리 있고 튼튼한 펜스까지 설치돼 있는데다 경비가 둘이나 서있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며 모이게 하는 힘, 그것이 진정 예술이란 말이던가. 예술의 힘은 국가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감한다. 문화의 척도가 국력이란 말을 절감한다.


루브르미술관 광장에 앉아 사념에 젖는다. 통통한 까마귀들이 빵조각을 던져 주는 젊은 여성 앞으로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저 새가 길조인지 흉조인지는 그 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달렸다고 생각하며 지나치게 평범히 하늘을 올려보았다. 하늘과 구름이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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