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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바람과 묵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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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바람과 묵향
  • 조희성
  • 승인 2017.06.0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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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성의 스케치기행] 단오와 부채문화

 

2017년 여름의 문턱 유월. 여름이 시작되는 음력 단오(端午)가 지나면서 “올해도 무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는 기상예보에 옛 선인들이 여름나기에 즐겨 쓰던 부채에 대한 기억들을 되새기고 아름다운 풍습을 전하는 의미를 부채그림에 담아 소개한다.


지금은 선풍기, 에어컨에 밀려 빛을 잃었지만 부채는 무더위를 는 서민들의 생활필수품이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단오에는 엄하기만 했던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부채를 선물하는 풍속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부채제작 기술은 이미 고려시대에 접었다 폈다하는 접선을 발명하여 중국이나 일본에 전했다. 중국 사신들은 고려에 와서 접부채에 그림이나 글씨를 써 넣은 고려 서화선 하나를 얻는 것을 귀히 여겼고, 중국, 일본 등에 수출까지 했다. 본격적인 서화선은 조선시대에 접어들어 나타났다.


정조 때 궁중화원이던 운초 박기준은 부채그림을 전문으로 그렸다. 백선도(百扇圖)에 다양한 그림 산수, 초충도, 화조도, 나비, 태극 등 다양한 백가지 형태의 부채그림이 유명하다.


부채는 크게 쥘 부채(접는 부채)와 방구부채(둥근 부채)가 있다.


쥘 부채는 합죽선(合竹扇)이라 하여 접었다 폈다하는 접선을 말하며 외출 시 많이 사용한다.


방구부채는 단선(團扇)이라 하여 그려진 모양에 따라 오엽선(梧葉扇), 파초선(芭草扇), 연엽선(蓮葉扇), 학선(鶴扇), 태극선(太極扇)이 있다. 사모관대 쓰고 장가갈 때 얼굴 가리는 차면선(遮面扇), 상인(喪人)이 외출 시 얼굴으 가리던 포선(布扇)도 있다.


 

 

부채는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것 외에도 쓰임새가 다양하다. 길가다가 거북한 사람을 만나면 부채로 살짝 얼굴을 가리기도 하고, 햇볕 뜨거운 한낮에는 그늘이 되고,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우산이 된다. 파리, 모기가 귀찮게 굴면 부채로 때려 잡기도하며 양반 손에서 지휘봉으로, 깊은 산속에서 도적을 만나면 호신용 무기가 되기도 했다.


부채에는 시조가락에 장단을 맞추고 풍류를 즐겼던 멋스러움, 한여름 밤 모기를 쫓으며 할머니가 부쳐 주시던 시원한 부채질에 새근새근 잠든 어린 손자의 천진한 모습이 추억으로 배어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멋스런 부채문화를 간직하고 있다. 사계절 변화가 뚜렷해 부채자루 만들기가 적합하고 대나무도 질기고 잘 쪼개져 부챗살 만들기에 좋다. 질긴 닥나무 한지도 좋은 부채를 만들 수 있는 여건이다.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길이 지켜야 할 것이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 선풍기나 에어컨으로 느낄 수 없는 자연바람 부채를 가까운 이웃과 나누며 시원하게 보내면 어떨는지.

 

글.그림 조 희 성(생활미술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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