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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집 잔치된 5·9 대선[편집국장브리핑] 세종시의 ‘자기 폄하’
세종포스트 대표 겸 편집국장

세종시에게 59 대선은 남의 집 잔치였다. 대선후보들이 세종시를 철저히 외면해서다. 대선과정에서 잠시라도 세종시를 찾은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둘 뿐이었다.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 대책위와의 토론을 위해서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추미애 당 대표가 대신 참석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행정수도에는 아예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후보들에게 세종시는 매력적인 표밭이 아니었을 것이다. 인구만 봐도 여느 중소도시 규모에 불과하다. 짧은 대선기간, 빠듯한 유세일정에 다녀야 할 곳은 또 얼마나 많았겠나.

하지만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앞선 세 차례의 대선에서 세종시는 500만 충청표심을 좌우하는 대형 이슈였다. 당연히 집중유세, 거점유세 필수코스였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변변찮은 유세 한 번 제대로 없었다는 건 후보들이 먼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미 세종시는 충청표심을 결집할 변수가 아니었단 얘기다.

냉정하게 말해 세종시의 위상은 하락한 게 분명하다. 정부도, 동지라고 믿었던 지방, 심지어는 충청권도 더 이상 세종시 편이 아니다.

2007년 17대 대선과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세종시 플러스알파’를 약속했다. 이 전 대통령의 알파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였고, 박 전 대통령의 알파는 그 실체조차 불분명했다.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뒤통수를 때렸다. 대통령이 딴 생각을 하니 정부의 마음에서 세종시가 멀어진 건 당연하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특히 이웃 충청권은 세종시의 급성장을 경계하기 바쁘다. 세종시에 빼앗긴다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다. 오죽하면 국가주도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국무총리 책임 아래 둔 특별회계까지 호시탐탐 노릴까. 이번 대선과정에서 후보들은 일제히 KTX 세종역 설치에 대한 입장을 유보하거나 공공연히 반대하는 지역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이 정도면 세종시는 외톨이 신세다.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남 탓만 할 일은 아니다. 세종시로 이주한지 5년째 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줄곧 답답하게 느껴지는 게 하나 있다. 왜 ‘행정중심복합도시’란 이름대신 ‘신도시’를 자처하는지, 왜 스스로 존재가치를 깎아내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신도시’는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지칭할 때 쓰는 단어다. 유한식 시장 때는 ‘예정지역’이라고 했다가 도시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건설지역’이라고 불렀다. 이춘희 시장 취임 이후엔 ‘신도시’가 됐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신도시인가? 그렇다. 신도시 맞다. 개념상으로 옳은 말이다. 하지만 ‘신도시’는 전국 어디에나 있다. 이미 일반명사처럼 쓰이는 단어란 얘기다. ‘신도시’란 말로 국가가 건설 중인 행정도시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세종시장부터 신도시라고 폄하를 하니 시민들도 이미 귀에 익은 ‘신도시’를 입에 달고 사는 것이다.

물론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세종시라는 행정구역에 건설 중인 도시의 명칭이 될 수 없다.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국민 공모를 통해 ‘세종’이란 멋진 이름을 얻었다. 국가균형발전이란 정책 목표로 국가차원에서 건설하는 도시,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지원하는 도시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해 특별자치시란 법적 지위도 부여했다. 그러니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실재하지 않는 이름이다.

그렇다고 이 도시를 언제까지 ‘신도시’로 폄하할 순 없는 노릇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동생뻘인 혁신도시들도 스스로를 ‘신도시’라고 부르지 않는다. 진주혁신도시, 김천혁신도시, 나주혁신도시라고 부르고 표지판 등에도 공식 용어로 표시한다. ‘신도시’는 혁신도시들을 끌고 가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의 위상에 맞지 않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세종시에 우호적인 정권이 탄생한 만큼 정부의 태도도 바뀔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행정수도 완성’이란 꿈도 가까워졌다. 일반명사인 ‘신도시’ 대신 고유명사인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란 이름을 되찾아 주자.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란 이름에서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는가.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세종시 행정수도’가 될 날을 꿈꾸면서 주절거려봤다.

이충건  yibi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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