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중성 내포한 ‘비너스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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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중성 내포한 ‘비너스의 탄생’
  • 박한표
  • 승인 2017.04.2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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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17-1>아프로디테의 탄생

아프로디테(Aphrodite)는 ‘거품에서 태어난 자’라는 뜻이다. 그리스어로 ‘거품’을 뜻하는 ‘아프로스(aphros)’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4월’을 뜻하는 영어 ‘에이프릴(April)’은 라틴어 ‘아프릴리스(aprilis)’에서 유래한다. 그래서 4월은 ‘아프로디테의 달’이다. 온갖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고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4월이 미(美)의 여신의 이름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하다.


로마 신화에서는 ‘베누스(Venus)’로 불린다. 영어로는 ‘비너스’다. ‘샛별’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장 아름다운 별, 금성에도 아프로디테의 로마식 이름 ‘비너스’가 붙어 있다.


아프로디테의 탄생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든 두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의 주장이 서로 엇갈려서다.

 

 

<신통기> <노동과 나날>의 저자 헤시오도스에 따르면, 아프로디테는 크로노스가 낫으로 베어 버린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바다에 떠다닐 때 생긴 거품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그 상태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남쪽 앞바다에 있는 키테라 섬으로 흘러들어갔다가, 또 다시 지중해 동쪽 끝의 키프로스 섬으로 흘러갔다.


키프로스는 터키 남쪽 오늘날의 사이프러스로, 이 섬사람들을 영어로 ‘사이프리언(cyprian)’이라고 한다. 이 말은 ‘음탕한 여자’ ‘웃음을 파는 여자’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키테라와 키프로스, 두 섬은 아프로디테의 숭배 중심지다. 특히 키프로스의 파포스에는 가장 오래된 아프로디테의 신전이 세워져 있다.


키프로스 섬으로 흘러간 아름다움의 여신은 이윽고 올림포스 신들의 영접을 받게 된다. 그녀가 섬에 오르자 신들이 마중 나와 옷을 입혀주고, ‘거품에서 태어난 신’이라 해서 아프로디테라고 이름 붙였다.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쓴 호메로스의 주장은 다르다. 아프로디테가 제우스와 바다의 정령 디오네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두 주장 사이에 공통점도 있다. 여신의 탄생 근원이 바다 거품이라는 것. 아름다움과 사랑이란 한순간 화사하게 피어올랐다가 허망하게 사라져버리는 물거품과 같은 것이라는 깨우침을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인 셈이다.

 

 

오늘날 우리가 ‘학술대회’라고 부르는 심포지엄(symposium)은 그리스어 ‘심포시온(symposion)’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우리말로 해석하면 ‘향연’이다. 즉 ‘함께 먹고 마신다’는 의미다. 그리스인들의 향연은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푸짐한 식사와 와인을 곁들이면서 주제를 정해 철학적 토론을 즐겼다고 한다.


플라톤의 <향연>은 토론을 대화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토론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래서 그 책의 부제가 ‘사랑에 관하여’다. 여기서 플라톤은 아프로디테의 두 가지 탄생 설에 근거해 ‘아프로디테 우라니아(Aphrodite Urania)’와 ‘아프로디테 판데모스(Aprodite Pandemos)’라는 개념으로 사랑의 속성을 설명하고 있다. 플라톤은 파우사니아스의 입을 통해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이중성을 ‘우라니아’와 ‘판데모스’로 설명한다.


‘아프로디테 우라니아’는 우라노스의 생식기에서 탄생한 나이 많은 여신으로 육체적 사랑이 아닌 영혼이 사랑을 주관한다. ‘우라니아’는 ‘하늘의’라는 뜻이다. 하늘의 고귀한 사랑을 상징한다.


‘아프로디테 판데모스’는 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탄생한 나이 어린 여신으로 영적인 사랑보다 육체적이고 쾌락적인 사랑에만 관심을 둔다. ‘판데모스’는 ‘모든 민중의’라는 뜻이다. 민중의 세속적 사랑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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