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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여성상, 그러나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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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여성상, 그러나 무서운
  • 박한표
  • 승인 2017.04.08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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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16-1>지혜의 여신 아테나

아테나는 지혜, 공예와 전쟁의 여신이다. 로마신화에서는 미네르바(Minerva)로 불린다. 아테나의 태생은 특이하다. 여신은 아버지인 제우스의 머리를 가르고 완전무장한 성인의 모습으로 태어났다.


제우스의 자식 중 두 명이 아버지 제우스의 몸에서 태어난다.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지혜의 여신 아테나다. 그런데 두 신이 태어난 신체 부위는 다르다. 디오니소스가 본능의 상징인 생식기에 가까운 넓적다리를 자궁으로 삼은 반면, 아테나는 지혜의 보고인 머리를 가르고 태어났다. 아마도 ‘지혜’가 있을 곳은 배가 아니라 머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성인의 모습으로 태어난 것은 ‘지혜’ 그 자체로서 이미 성숙해 있는 이미지를 부여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제우스는 티탄 족 여신인 메티스를 사랑해 아이를 갖게 된다. 메티스는 티탄 족 오케아노스의 딸이다. 제우스에게 티탄 족을 물리칠 방법을 가르쳐 주고 제우스에게 구토제를 주어 크로노스의 뱃속에 있는 제우스의 형제자매들을 토해내게 했다.


예언에 따르면, 메티스가 아이를 낳으면 장차 제우스를 밀어내고 신들의 왕이 될 것이라고 하자, 제우스는 임신 중인 메티스를 작게 만들어 통째로 집어 삼켰다. 그런데 메티스가 임신한 날로부터 열 달이 가까워지자 제우스는 머리가 깨질듯 한 두통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도끼로 자신의 머리를 내리쳐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제우스의 머리에서 갑옷으로 무장하고 창과 방패를 든 완전무장한 성인 여성의 모습을 한 아테나가 당당하게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왔다.

 

 

티탄 족 지혜의 여신 메티스가 잉태하고 제우스의 머리에서 태어난 아테나는 인간의 지혜를 상징한다. 그래서 아테나는 사려 깊고 냉철한 지혜의 여신이다. 지혜는 무지와 야만과 어리석음을 물리치는 무기다. 그래서 아테나는 서양 근대 철학가들의 이상형으로 평가되어 왔다. 철학(philosophy)이란 말은 영어로 ‘사랑한다(philos)’와 ‘지혜(sophia)’의 합성어다. 즉 ‘지혜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아테나의 상징은 올빼미다. 지혜가 무지의 어둠을 밝히듯 올빼미의 부리부리한 두 눈이 어둠을 밝히기 때문이다. 올빼미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눈에 불을 밝히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지혜의 속성이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지혜는 시간이 지난 후에야 찾아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험과 사색과 반성이 겹겹이 쌓인 후에야 비로소 인생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혜안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생명력을 강조했던 철학자 니체가 광기와 술의 신 디오니소스에 몰입했다면, 관념 철학자 헤겔은 지혜의 여신 아테나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테나는 무지와 야만을 상징하는 거인 족 기간테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여신은 엥켈라도스(Enkelados)를 시실리 섬으로 깔아 죽였고, 팔라스(Pallas)를 돌로 쳐 죽이고 가죽을 벗겨 자신의 갑옷을 만들었다. 야만의 상징인 괴물들을 퇴치하는 영웅의 수호신이기도 하다.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오디세우스 등과 같은 영웅들이 모험에서 이름을 떨친 것도 아테나 여신의 도움에 힘입은 결과다. 아테나는 영웅들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 주었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테나의 지혜는 인간들의 일상에도 은혜를 베풀었다. 그래서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문명의 기초가 되는 실용적인 기술과 장식적인 기술을 관장하는 공예의 여신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기술이 지혜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아테나는 인간들에게 목공예, 금속 공예, 농업과 원예, 항해술, 건축, 조각, 조선 등과 실과 천을 만들고, 옷을 만들고, 자수를 놓는 기술과 각종 제도와 규범을 제공해준 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다양한 기술들을 인간들에게 가르쳤다.

 

 

길쌈과 자수와 관련된 아테네에게 벌어진 일화가 있다. 아테나가 거미로 만들어 버린 아라크네(Arachene) 이야기다. 인간의 능력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신의 경지를 엿볼 수 없다.


아라크네는 길쌈과 자수의 ‘달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솜씨가 아테나 여신보다 뛰어나다고 실력을 뽐내며 아테나에게 도전한다. 아라크네의 오만함에 화가 난 아테나는 할머니로 변신해 신을 모독하지 말고 용서를 구하라고 충고했는데, 아라크네가 그녀를 무시하고 쫓아내려 하자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그녀와 시합을 벌인다. 신과 인간이 벌이는 ‘세기의 자수 대결’이다.


여신은 아테네를 놓고 포세이돈과 경쟁하는 장면과 올림포스 신들의 신성한 모습을 짜 넣었다. 더 늦기 전에 아라크네에게 암시를 준 것이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라크네의 자수 실력은 놀라웠다. 아테나마저 흠잡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기술이었다. 아라크네가 아테나를 이긴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신들의 실패와 과오를 나타내는 불경스럽고 비웃는 그림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테나는 그녀의 기술에 감탄했지만, 그 태도는 용서할 수 없었다. 여신은 아라크네의 직물을 갈기갈기 찢었고 아라크네는 치욕을 참지 못해 목을 맸다. 이때 여신은 아라크네를 자기 몸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는 거미로 만들었다. 그러자 그녀의 목에 메어있던 밧줄은 거미줄이 되었다. ‘아라크네(Arachne)’는 그리스어로 ‘거미’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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