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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주주의 한발 더 나간 날
  • 김학용
  • 승인 2017.03.10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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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단] 무소불위 제왕적 대통령의 파면
주필 | 칼럼니스트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정 사상 처음이다. 헌법재판소는 10일 대통령이 직위와 권한을 남용한 이유로 탄핵안을 인용,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밝힌 탄핵 사유는 5가지지만 강조한 부분은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수사 협조는 물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하였다”며 헌법 수호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파면 결정은 여러 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정치제도, 특히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경고와 견제 의미가 커보인다. 박 대통령 탄핵은 현직 대통령이 국방이나 내란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권력남용과 부패로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는 첫 사례가 되었다. 제왕적으로 대통령을 하다가 대통령 자리까지 물러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그 어떤 문제로도 그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었다. 대통령 스스로도 그렇고, 국민들 중에도 그렇게 여기는 경향이 많았다. 대통령이 되는 순간 제왕(帝王)이 되고, 실질적 견제가 어렵다. 박 대통령의 권한 남용과 측근의 국정농단도 이런 풍토가 불러왔다고 본다.

그동안 거의 모든 권력이 그런 식으로 대통령 노릇을 해왔다. 정권마다 심각한 권력형 비리가 터졌고, 그때마다 친인척과 측근들이 쇠고랑을 찼지만 정작 배후이자 비리의 주범인 ‘제왕’은 끝까지 임기를 채웠다. 권력형 비리 중에는 진상을 더 캐면 주인공이 대통령 자신으로 드러날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번 박 대통령 탄핵은 권력형 비리의 단죄에도 한계가 없는 시대를 여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는 남북분단이라는 상황 때문에 불가피하게 용인되는 측면이 있다. 내각제 개헌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보는 데는 권력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국가 안보에 큰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편견일 수 있다. 일본은 총리가 자주 바뀌지만 그것 때문에 나라가 혼란스러운 건 아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이 늘 문제다.

우리는 그런 권력이 집권해도 꼼짝없이 5년을 기다려야 하는 ‘제왕적 대통령의 나라’다. 박 대통령 탄핵은 제왕적 리더십을 바꾸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권력 비리가 드러나면 탄핵이 가능한 나라로 바꿔야 한다. 이것이 평소에도 대통령을 흔들어대면서 정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능하고 정의로운 권력은 흔들릴 이유가 없다.

박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탄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긴 했으나 반대 의견도 꽤 있었다. 연일 ‘촛불’과 ‘태극기’로 나뉘어 대립했다. 이제 탄핵 반대파도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 탄핵 반대파 중에는 박대통령 탄핵 사건 자체보다는 탄핵 결정이 갖는 정치적 의미에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도 많았다.

헌재 법정에서 변론보다 태극기를 흔들던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파면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통진당’ 운운했다.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촛불’은 ‘종북’이고 그래서 탄핵에 반대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슨 사건이든 일이 커지면 정치적으로 가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결코 정치적 사건이 아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 남용 사건이고 대통령 자신도 비리와 부패에 연루된 사건일 뿐이다.

이제 국민들은 통합해야 한다. 대통령 탄핵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 개인적으로는 물론이지만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탄핵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 또 하나의 획을 그었다. 한번 올라가면 임기가 끝날 때까진 내려오지 않던 ‘제왕적 대통령’이 처음으로 땅으로 내려온 날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발 더 나아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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