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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품은 도시,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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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를 품은 도시, 얼마나 행복한가!
  • 이순구
  • 승인 2017.03.0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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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의 미술산책] <3>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예술가가 표현하는 궁극은 무엇일까? 여러 예술철학의 논지가 있겠지만 결국 삶의 절실함 아닐까? 아름다움, 그리움, 향수, 사랑, 우정 등에 ‘절실함’이 붙을 때 진중하고 절실한 삶의 철학이 만들어지고 그곳에서 배어나오는 그 무엇이 예술가의 표현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속에 우주만물의 철학이 있고 예술론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예술가를 품은 고장은 행복하다. 예술가의 작품에서 그 지역의 향기와 온기, 풍토가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다. 프랑스 아를(Arles)이 그런 곳이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도시 아를. 33세의 짧지만, 강렬했던 삶을 살고 간 천재화가가 생애 가장 사랑했던 곳이다. 그가 대표작들을 많이 내 놓았던 곳이 바로 이 도시다. 로마의 유적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반 고흐는 동생 테오의 권유에 따라 파리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아를에 왔다. 반 고흐는 ‘이런 행운은 전에 없었다’며 도시의 푸른 하늘과 싱그러운 노란색의 빛에 반했다. 그는 편지에서 ‘별을 그리기 위해 밖으로 나갈 것’이라고 썼다. 그에게 밤풍경은 ‘캄캄한 어둠이지만 그조차도 색을 가지고 있는’ 무엇이었다.

 

 

화가는 론(Rhne) 강가에 비친 밤의 빛과 투영된 물그림자를 통해 단순하지만 복잡한 구성을 발견하고는 자신만의 밤빛으로 만들어 간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La nuit etoile, Arles)’이다.


많은 부분을 차지한 하늘은 코발트블루의 다소 격정적이며 즉흥적인 방식의 넓은 붓으로 강하게 칠해졌다. 수평방향으로 칠해진 붓질은 왼쪽에서 오른쪽을 향하며 약간 위쪽으로 향해 하늘의 수평을 아래로 처지지 않게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수평의 코발트블루가 화면을 채우는 사이 강 위로 보이는 노란 불빛과 밤하늘에 떠 있는 북두칠성의 노란 별들이 하늘의 공기를 헤치고 녹아 있다.


수면에 드리운 별빛과 강변의 가로등불은 한데 어우러져 짙은 서정성을 만들어준다. 그림 아래 부분의 연인처럼 보이는 두 인물은 부조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특히 자신이 든 등불에 비친 여인의 붉은색 치마는 그림의 전체적으로 제한된 색들 속에서 배경 전체를 고조시키는 효과를 준다.


도시를 빛나게 해 주는 풍경, 그 풍경을 기억하고 향수로 남게 하는 근원, 그것을 화폭에 담아 후세에 다시 찾게 하는 예술가의 힘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를 품은 도시는 항시 새로우며, 예술가를 가진 지역은 평범함을 벗어나 예술의 도시가 되는 것이다.


우리도 새로운 풍경에 향수와 이야기가 있는 예술적인 풍경을 만드는 것은 어떠할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는 그런 곳, 예술가의 흥취가 물씬 어린 그런 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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