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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종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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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세종엔 ‘있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2.28 09:06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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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수영 더드림노인주간보호센터 대표

“전국 돌아다니며 병원 컨설팅 노하우 쌓았는데, 왜 노인 인프라에 투자하냐고요? 저도 결국 함께 늙어가고 있잖아요.”

노인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실버산업에 대한 인식과 전망도 변화하는 추세다. 세종시라고 다를까? 

더드림노인주간복지센터가 지난 25일 세종시 나성동에 개소했다. 줄곧 병원 개원 컨설팅 회사를 운영해온 윤수영(48) 대표와 ㈜사회복지시스템 정청희(40) 대표는 센터 설립과 함께 세종시 정착을 앞두고 있다.

전국적인 체인 병원을 비롯해 공무원 대상 보건 교육까지. 전국을 누비며 살아온 윤 대표가 수익성과는 동떨어진 노인주간보호센터를 개소했다. 그것도 가장 젊은 도시 '세종'에서다. 

‘어른 유치원’ 노인주간보호센터, 재가 복지 단점 극복


통계청은 올해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유소년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 35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보건기구(WHO) 연구논문에 따르면, 오는 2030년 한국에서 태어나는 여자아이의 평균 기대 수명은 90.8세다. 백세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온 셈이다.

노인주간보호센터는 쉽게 말해 ‘어른 유치원’이라고 할 수 있다. 직접 방문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아침에 센터 차를 타고 와 함께 일과를 보내고, 원하는 시간에 집으로 귀가하는 형태다. 중풍, 치매 등 몸이 불편한 경우 요양 등급 기준에 따라 이용 가능하며 센터에서는 각종 운동프로그램과 놀이 활동이 진행된다.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노인주간보호센터는 현실적으로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거나 질환이 있는 배우자와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시설 중 하나다. 가정으로 돌아가는 귀가 시스템으로 노인과 보호자 양측 모두의 심적 부담도 줄여줄 수 있다.

특히 부담액은 장기요양보험이 적용돼 정부에서 85%를 지원한다. 요양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매 달 평균 20만 원 정도로 오전·오후 또는 시간별로도 가능해 경제적 부담도 적은 편이다.

윤 대표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컨설팅하면서 버림받았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으며 무기력해진 노인들을 많이 보게 됐다”며 “주간보호의 경우 하루를 보내고, 다시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안정감이 크다. 직접 집을 방문하는 재가 복지의 단점도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선진국 일본 벤치마킹, ‘365 시니어 피트니스’ 도입


현재의 노인주간보호센터 개념은 일본에서 시작됐다. 급속하게 고령화시대로 접어들면서 실버산업이 가장 많이 발전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윤 대표는 2002년부터 요양 실버와 관련해 주기적으로 일본을 방문해왔다. 센터 설립 전 벤치마킹을 위해 전 직원과 답사에 나섰고, 이를 통해 근력 증가나 활동성을 중점으로 한 일본의 356 시니어 피트니스를 최초 접목했다. 중증 단계에 따라 맞춤형 근력운동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센터 벽면에는 특허 받은 바(Bar) 형태의 손잡이가 설치돼있고, 가구 역시 신체 특성을 고려한 노인 전문 가구로 채웠다. 한쪽에는 창밖을 보며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구강 건강을 위한 고가의 불소 가글 시스템도 완비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일본과 불과 10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때”라며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약해져 무기력해진다. 일본 시스템인 ‘시니어 피트니스’를 도입해 차별성을 뒀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함께 직접 개발한 놀이 프로그램은 요양 등급에 따라 맞춤형으로 실시되며 몸을 움직이는 과정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간호사 출신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 직원들의 경험이 총집합 됐다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중풍이나 치매는 가족들이 케어하기 가장 힘들어 하는 질환 중 하나다. 특히 국내 치매 인구는 노인 10명 중 1명 꼴로 총 60만 명에 이른다. 행복한 노후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현실은 만만치 않은 셈. 

윤 대표는 “장기요양보험은 결국 국민건강보험 안에 포함돼있어 결국 자신이 낸 세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해 노부모가 있는 가정이나 보호자들의 관심과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노인 관련 인프라를 서로 소개하고, 공유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도 했다. 

부족한 세종시 노인 인프라, 일자리 창출 계획도


평균나이 31.4세. 세종시 신도심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자녀의 육아를 돕기 위해 함께 이주했거나 노후 정착지로 세종을 택한 경우, 또는 은퇴공무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젊은 도시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오히려 노인 인프라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윤 대표는 “맞벌이 가정이 많은 정부청사 공무원 보호자의 경우 가까이 위치한 센터를 방문해 자주 들여다볼 수 있고, 퇴근 후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며 “어르신들에게는 아직 어색한 도시이고, 인프라 역시 부족한 편이지만 차차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 위층인 8층에서는 올해 상반기 국제보건교육실천협회 주최로 실버코디네이터 과정도 진행된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일자리 창출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된 만큼 자신보다 더 나이든 사람들을 케어할 수 있는 중장년, 노인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는 “8층 공간은 일부러 교육·회의공간을 만들어 보호자나 젊은 세대가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조성했다”며 “어르신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마주치고, 인근 사회복지학과 전공 대학생들에게는 센터 참관 기회 등을 제공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인들과 젊은 세대와의 접촉을 통해 세대 단절을 극복하겠다는 것.

특히 그는 센터를 통한 신도심과 구도심 노인들의 화합도 기대하고 있다. 차량 운행이 가능하다보니 센터를 통해 노인정이나 양로원의 역할도 가능하기 때문.

윤 대표는 “늙는다는 것은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퇴행 과정과 같다”며 “어린아이를 사랑과 관심으로 돌봐주듯이 노인들도 행복한 노후를 누릴 자격이 있다. 결국 우리 역시 노인으로 늙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자연 이치를 벗어날 수 있는 건 없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행복한 노후는 노인을 위한 나라여야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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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2017-03-04 07:41:45
부장님 기사 캡쳐하는방법없어요 자랑하고싶어서요
그리고 부장니 강의하거나병원 근무하는 세미나 근무하는 사진들좀 보내주세요 톡으로 너무 자랑스러워 보관하고싶어요ㅋㅋ

덴탈버디 2017-03-01 23:23:15
세종시 공무원 직원 가족분들께 꼭 필요한 시설이네요~
시설 또한 좋은거 같습니다
시설을 이용하시는분들과 성장되어서..
오랫동안 세종시 시민들과 함께하는 시설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학당 2017-02-28 09:43:38
한기자님 항상 사회적 문제점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 기사 잘보고 있습니다.
멋져요 화이팅!!!

리체 2017-02-28 09:29:41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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