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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100년史 바꿀, 작지만 혁명적 발명 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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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 100년史 바꿀, 작지만 혁명적 발명 T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7.03.29 09: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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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종시 출신 삼형제가 창업한 ㈜에너리트, 전 세계 유일 소용돌이형 T스트레이너 양산
세종시 출신의 김명기 씨는 ㈜에너리트를 창업하고 세계 최초의 T-스트레이너(토네이도 스트레이너)를 개발했다.

[세종포스트 이충건 기자] #1. 스트레이너(strainer), 우리말로 여과기다. 배관 플랜트에서 차지하는 아주 작은 부품이다. 물, 스팀 응축수, 오일 등을 이송하는 유체배관에 설치돼 모래, 녹, 금속찌꺼기 등의 이물질을 걸러 후단에 설치되는 각 장치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준다. 석유화학, 화학케미컬, 화학섬유, 조선, 제지, 발전소, 난방공사, 수자원, 사료, 비료, 나염염색, 유업 등 플랜트 배관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가령, 폴리에스터 생산라인 배관을 따라 스팀이 이동한다고 치자. 스트레이너에 이물질이 쌓여 막히게 되면 원통 안의 온도가 일정하지 않게 된다. 당연히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없게 되고 불량품이 늘어난다. 스트레이너를 적기에 청소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칫 막힘 발생이 잦거나 정도가 심하면 생산라인이 멈춰서기도 한다.

㈜에너리트의 삼형제가 기술개발회의를 하고 있다.

#2. 그는 줄곧 반도체회사에서 일했다. 반도체 플랜트 설비에도 여과장치인 스트레이너가 들어간다. 그의 관심사는 온통 이 작은 부품에 집중돼 있었다. 스트레이너 청소를 위해 매번 생산을 멈췄다가 재가동하는 과정이 불필요한 낭비처럼 여겨졌다. 밸브를 잠갔다가 볼트 캡을 열어 여과망을 분리해 청소하는 과정만 줄여도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는 스트레이너에 대한 관련 서적을 찾아 읽으며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청소과정을 없앨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더 쉽게 이물질을 청소할 수는 없을까? 하나하나 방법을 찾아 나섰다. 해결이 가능하다 싶으면 또 다른 벽이 가로막았다. 스팀이나 물이 더 오래 막힘없이 흐르게 할 순 없을까? 찾는 자에게 길이 있다고 했던가. 자욱했던 안개가 서서히 개이기 시작했다.

그는 스타트업 기업가 김명기(42)다. 세종시(옛 충남 연기군)에서 태어나 지금도 조치원읍에서 살고 있다.

㈜에너리트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한 T-스트레이너(토네이도 스트레이너). 사진은 20A와 25A 규격의 제품이다.

#3. 길은 찾았지만 여정이 만만치 않았다. 그는 특허법률사무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철도안전 분야 기업의 연구소장으로 있던 형 창기(44) 씨와 플랜트 개발설계 분야에 종사하던 막내 준기(34) 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처음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2015년 11월 ㈜에너리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삼형제는 모두 공대 출신이다. 형 창기 씨는 산업공학, 명기 씨는 환경공학, 준기 씨는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회사를 창업하면서 역할분담도 전공에 따라 나눴다. 형 창기 씨는 설계를, 준기 씨는 제작을 맡았다. 명기 씨는 대표이사를 맡아 마케팅에 주력하기로 했다.

회사이름 에너리트(ENERIT)는 에너지(또는 엔지니어링), 이노베이션(혁신), 테크놀로지(기술)를 합성해 지었다. 둥지는 한밭대 인큐베이터센터에 마련했다.

김 대표가 길을 봤기에 제품개발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국발명진흥회에서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를 받아 개발비용을 확보했다. 창업 후 세 달 만이었다. 6개 기술에 대해 특허출원을 완료하고 다시 4개월 만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드디어 T-스트레이너가 세상에 나왔다. 이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100여 년 간 이 세상에는 Y-스트레이너만 존재했다. 플랜트 100년 역사를 바꿀, 작지만 혁명적인 발명이란 평가가 아깝지 않은 이유다.

기존 Y-스트레이너와 ㈜에너리트가 양산에 성공한 T-스트레이너의 청소 방법 비교.

종전의 Y-스트레이너는 앞서 이야기한 ‘불필요한’ 과정이 불가피하다. 통상 배관에는 스트레이너가 다량 설치돼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여과망을 청소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압력 또는 유량을 축정해 막힘이 확인되면 그때 청소나 교체작업에 나서기 마련이다. 작업 능률 저하는 물론 생산성 감소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삼형제가 발명한 T-스트레이너는 밸브를 5~10초 열었다 잠그기만 하면 자동으로 청소가 된다. 분리 작업이 필요 없기 때문에 생산성이 증대된다. 제품가격도 해외 브랜드가 200원이고 국내 브랜드가 100원이라면 120~130원 수준이다. 당신이라면 Y와 T 중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에너리트의 T-스트레이너에는 ‘토네이도(소용돌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다. 유체가 소용돌이치며 금속여과망을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이물질을 계속 부유하도록 해 여과망에 쌓이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스트레이너를 깨끗한 상태로 유지한 채 유량을 유지할 수 있어 균일한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일반적으로 신제품을 도입하려면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T-스트레이너는 당장 테스트부터 해보자는 수요처가 많았다. 그만큼 기존 Y-스트레이너의 문제가 크다는 반증이었다. 테스트 후 구매로 이어지는 과정이 빨랐다.

하지만 시장을 확대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었다. 제품 규격을 다변화할 필요성이 대두됐던 것. 확보한 자금으로 15A(구멍 직경 15㎜) 제품에 주력해왔는데 20A와 25A를 요구하는 수요처가 적지 않았다.

㈜에너리트를 창업한 세종시 출신 삼형제. 사진 왼쪽부터 맏형 김창기 경영이사, 김명기 대표이사, 막내 김준기 연구소장.

마땅한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찾다가 대전테크노파크의 ‘사업화 신속지원(Fast-track)’을 만났다. 스타트업 기업이라 지원받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뜻밖이었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의 발명품이고 대기업 중심으로 수요처가 많다는 사실을 인지한 테크노파크가 지원에 더 적극적이었다. ㈜에너리트는 테크노파크로부터 2000만원을 지원받아 최근 신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삼형제는 창업에서 기술개발, 상용화까지 15개월을 보냈다. 아마도 태어나서 이토록 바쁘게 시간을 보내기는 처음이었을 터. 올해는 기업의 본격 성장기다. 국내시장 확대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나설 예정. 40A, 50A 제품 생산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에 대비해 국제특허는 물론 중국 특허출원까지 마쳤다. 일본 특허출원도 추진 중이다.

김명기 대표는 “지난 한해는 연구개발의 시기였다면 올해는 기존 제품모델을 다양화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는 해가 될 것”이라며 “Y-스트레이너가 100년간 세상을 지배했다면 앞으로 100년은 T-스트레이너의 세상의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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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7-02-27 12:27:44
감격적이다. 박수를 보낸다. 충청인들이 창의적일 거라는 내 판단이 맞아서 더욱 기쁘다. 실리콘벨리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과정과 아주 닮았다. 대전세종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중심으로 우후죽순처럼 이러한 창의적 비즈니스가 솟아나오기를 바란다. 정부에서는 강소 수출기업으로 적극 지원해주면 좋겠다. 번영하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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