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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알을 보면서 비둘기를 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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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알을 보면서 비둘기를 그릴까
  • 이순구
  • 승인 2017.02.24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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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구의 미술산책] <2>르네 마그리트의 ‘통찰’

굳이 그림의 어원까지 들먹일 필요는 없겠으나 현대인인 우리가 해석하는 방식으로 그림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그 하나가 ‘그리움’일 것이다. 이는 그림 그리는 일이 대상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혹은 상상하거나 연민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다.


‘그림’과 ‘그리움’의 연원이 ‘긁다’에서 온 것이라는 이도 있다. 종이나 벽 등 평평한 곳에 긁어 새기면 그림이나 글이 되고, 마음에 긁어 새기면 그리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류는 끊임없이 그림을 그렸지만 요즘처럼 가까이서 느끼는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림뿐 아니라 사진, 영상, 영화, 다양한 이미지들이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이 쏟아지는 게 현실이다.


그림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그림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상상력을 극대화한 예술사조가 합리주의와 자연주의에 반기를 든 20세기 초반의 초현실주의다. 비합리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추구함으로써 예술표현의 혁신을 꾀했다.


초현실주의에 있어 억압된 무의식의 표출이야말로 인간의 총체적 해방이었다. 조형 예술에 있어서는 콜라주 기법으로 초회화적 세계를 개척한 에른스트(M. Ernst)와 르네 마그리트(R, Magritte), 꿈이나 편집광적인 환각을 그린 달리(S, Dali)가 대표적이다.

 

 

위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통찰(Clairvoyance)’이다. 비둘기를 그리고 있는 화가 자신의 자화상이다.


화가는 분명 캔버스에 비둘기를 그리고 있지만 모델로 삼은 것은 새가 아니라 알이다. 이 알에서 성숙한 새의 모습을 상상하고 유추해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상상력이 돋보인다. 상상력은 현실을 뛰어넘는, 무한한 것을 추구하는 열정의 근원이다.


이를 다르게 해석하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습관적으로 추측하고 결정하는 현대인의 무자비한 선입견을 예고한 그림은 아닐까? 인간의 선입견은 진실이나 사실, 또는 이치를 다르게 호도해 잘못된 군중 심리와 사회적 병리 현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이 그림이 이런 현상을 예고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 알에서 비둘기가 나오지 않고 오리나 거북이, 혹은 뱀이 나올 수 있다는 상상은 왜 할 수 없는가.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계인만큼 폭넓은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말을 화가는 하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은 한쪽의 논리나 욕심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통찰'에서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지혜를 깨달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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