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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뿐인 올림포스 조각미남의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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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뿐인 올림포스 조각미남의 러브스토리
  • 박한표
  • 승인 2017.02.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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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14-5>아폴론의 사랑이야기

아폴론은 올림포스 최고의 미남이었다. 신화 속에서 보이는 아폴론의 모습은 완벽한 몸매와 얼굴, 만능 탤런트의 이미지다. 그래서인지 사랑 이야기가 많이 전해진다. 하지만 의외로 사랑의 결실을 잘 맺지 못하고, 비극적 결말을 본 경우가 많다.


서양 미술 작품에서 많이 등장하는 다프네와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가장 유명하다. 아폴론이 여성, 미소년들과 나눴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들도 있다.


다프네는 강의 신 페네이오스의 딸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 요정이었다. 그런데 그 요정은 남자에게 도통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숱한 구혼자 중 한사람을 골라 결혼할 것을 권했지만, 그녀는 처녀로 남기를 원했다. 다프네는 숲과 들을 뛰어다니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했다.


아폴론이 그런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은 에로스 때문이었다. 아폴론이 에로스를 만난 건 활을 메고 숲을 거닐던 어느 날이었다. 아폴론은 에로스에게 시비를 건다. 어린아이가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놀면 안 된다고 말하며, 자신의 화살과 에로스의 작은 화살을 비교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자존심이 상한 에로스는 궁술의 신에게 활로 복수를 한다.

 

 

에로스는 두 가지 종류의 화살을 쏘는데, 그 중 하나는 화살을 맞으면 사랑의 열병에 빠지는 금 화살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거부하며 미움을 낳는 은 화살이다. 에로스는 아폴론의 가슴에는 금 화살을, 곁에 있던 다프네에게는 은 화살을 날린다. 그러자 아폴론은 사랑의 열병에 빠지고, 다프네는 미움의 덫에 걸린다. 아폴론의 추격과 다프네의 도망이 시작된 것이다.

 

아폴론에게 잡히기 직전,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몸을 나무로 변신시켜달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다프네가 뻗은 양 팔은 초록 잎이 달린 가지가 되었고, 몸통은 나무껍질로 뒤덮여 갔으며, 다리는 단단하게 대지에 뿌리를 내렸다. 다프네는 한그루의 월계수 나무로 변했다.


월계수의 그리스어는 다프네다. 아폴론은 나무로 변한 다프네를 부둥켜안고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여인 다프네여, 그대의 잎사귀로 승리자의 머리를 장식하리라!” 실제로 그리스인들은 아폴론을 기리며 올림픽경기의 승리자에게 월계관을 씌워준다. 아폴론과 다프네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안타까운 연인이었다.


아폴론은 인간 남성에게 여성을 빼앗긴 적도 있다. 전쟁의 신 아레스의 자손인 마르페사를 놓고 인간 중에서도 가장 강하다는 이다스와 경쟁을 했다. 이다스는 힘이 셌고, 특히 지기를 싫어했다. 아폴론이 자신의 애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다스는 마르페사를 납치했다. 뒤쫓아 간 아폴론과 이다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이때 중재에 나선 제우스가 마르페사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마르페사는 생각 끝에 이다스를 남편으로 택했다. 그녀는 머지않아 나이가 들어 늙었을 때, 아폴론에게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서 신 대신 인간 이다스를 남편으로 선택했던 것이다. 감정에 쉽사리 휩쓸리지 않는 이성의 신이기에 사랑을 빼앗긴 것일 수도 있다. 사랑은 따뜻한 가슴으로부터 나온다.

 

 

아폴론은 여성만 좋아한 게 아니다. ‘꽃미남’인 어린 소년을 좋아해 그들과 잘 어울렸다. 그중에서도 히아킨토스는 아폴론이 누구보다 애정을 기울인 상대였다. 히아킨토스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젊은이였다. 숱이 많은 머리는 어깨 위로 넘실거렸고, 생기에 가득 찬 눈은 기쁨으로 빛났으며, 입술은 늘 미소 짓고 있었다. 하프를 켜면서 노래하는 목소리는 산들바람 같았고, 달리는 모습은 젊은 사자와 같았다.


히아킨토스는 원반던지기의 명수였다. 아폴론은 히아킨토스를 매우 귀여워 해 그와 함께 원반던지기를 하며 놀기를 즐겼다. 그러나 이렇게 사이좋은 두 사람의 사이를 질투한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장난을 쳤다. 아폴론이 던진 원반이 히아킨토스의 이마를 맞추고 히아킨토스는 피를 흘리며 땅에 쓰러졌다.


아폴론은 히아킨토스에게 달려갔고, 쓰러진 히아킨토스의 몸을 안아 일으켜 신의 술인 넥타르를 뿌렸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아폴론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고, 히아킨토스의 피와 넥타르가 섞여 흐른 곳에서 꽃이 피어났다. 히아신스 꽃이다. 그 꽃에는 아폴론이 히아킨토스를 기리기위해 새겨 넣은 ‘아아(Ah! Ah!)’ 라는 글자가 있다고 한다. 이 꽃의 꽃말이 ‘슬픔을 초월한 사랑’이다.


아폴론의 사랑을 받았던 또 한 명의 ‘꽃미남’ 소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이 키파리소스였다. 그는 늘 황금빛 수사슴을 한 마리 데리고 다니며 풀을 먹였다. 어느 날 키파리소스가 잘못 던진 창에 수사슴이 맞았다. 사랑하는 수사슴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키파리소스는 자신도 따라 죽으려고 하였다.


아폴론이 달래보았으나, 영원히 슬퍼하는 존재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키파리소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결국 아폴론이 그 기도를 들어주어 키파리소스의 몸은 사이프러스로 변하였다. 측백나뭇과의 사이프러스는 우리말로 삼나무다. 이 나무는 죽음을 상징하며, 그리스와 로마에서 주로 묘지에 심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나이가 많은 중년이 소년을 사랑하는 일이 유행했다. 쾌락을 탐하는 성적인 관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년들의 정신과 육체를 지도하는 일종의 교육과정이라고 여겼다. 이런 ‘소년사랑(파이도 필리아)’은 깊은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이상적 사제 관계로 간주됐다. 연륜 있는 어른이 아직 미성숙한 소년에게 지혜와 경험을 전달해 주는 통로로서 역할을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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