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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와크의 불도저, 인간탐욕의 ‘끝장 판’[이충건의 지구촌 생태여행] <6>보르네오
사라와크에서 바라본 남중국해. 이 아름다움의 뒷편으로 인간의 탐욕이 만든 황무지가 있다. 예전에는 열대우림으로 뒤덮였던.

브뤼노 망세르(Bruno Manser, 1954~2005). 스위스 고산지대에서 10년간 목동이자 치즈 제조인으로 살면서 실천적 환경운동에 헌신한 사람이다. 그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열대림 개발과 과도한 벌목으로 위협받는 원시지역에 바쳤다.

페낭족(Penan). 보르네오 섬의 사냥꾼이자 수렵부족이다. 브뤼노는 섬의 말레이 연방에 속하는 사라와크(Sarawak)의 원시림 한 가운데서 이 평화로운 부족을 발견했다.

불도저와 전기톱, 엔진 소리가 곧 이곳의 고요와 평화를 깨뜨렸다. 페낭족들은 그들의 숲이 보호돼야 한다고 요구했고, 브뤼노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문역이자 지지자가 됐다. 이는 이방인으로서는 추방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맡아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다.

어쨌든 그는 페낭족의 메시지를 사라와크의 책임자들에게 전했다. 하지만 모든 일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국면으로 빠르게 치달았다. 그는 경찰과 군대에게 공공의 적 제1호, ‘물리쳐야 할 대상’이 됐다. 이로부터 6년 후인 1990년 봄 그는 보르네오를 비공식적으로 떠났다. 이후 열대림의 파괴에 의해 위협받는 사람들을 위한 대규모 캠페인이 그의 주도 아래 진행됐다.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된 무차별적인 벌목은 마지막 유랑민들로부터 삶의 터전을 박탈했다. 그들은 불도저에 대항해 인간 울타리를 세우는 것으로 응수했다. 그것만이 잠시나마 불도저의 엔진을 멈추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가 섬으로 돌아오면서 캠페인은 국제적인 규모로 전개됐다. 그는 열대림의 파괴가 전 지구의 생태와 전 인류에 전례 없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시림 개발은 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국가의 주요 관리자들이 수천 평방미터에 달하는 숲의 소유주였기 때문.

브뤼노 망세르의 페낭족 스케치. ⓒBruno Manser - Laki Penan(www.brunomanser-derfilm.ch)

숲은 영화 ‘아바타’의 외계행성에서처럼 끔찍하게 파괴됐다. 불도저들은 상업적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찾아내기 위해 사방에서 숲을 파헤쳤다. 그 과정에서 숲의 65%가 벌목됐다. 불도저의 엔진은 상처 난 숲을 종횡으로 누비고 다녔다. 정글은 금이 가고, 좀이 슬었으며, 상처자국으로 뒤덮여갔다.

기복이 큰 지형이므로 침식작용은 곧 습한 열대림의 토양을 갉아내기 시작했다. 부식토가 강물로 흘러들었고, 강물은 진흙탕의 급류로 변해 식수로도, 물고기의 생장에도 부적합하게 변했다. 사냥과 채집으로 숲에 살던 원주민들에게 그런 결과는 분명 비극적인 것이었다. 그들의 땅으로부터 쫓겨난 인디언들은 비참하게도 판자촌의 빈민으로 내몰렸다.

지구상의 다른 모든 열대우림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개발은 숲의 개발이라기보다는 광산의 개발처럼 파내는 개발, 즉 자원을 재생시킬 수 없을 정도로 파괴만 하는 그런 유형의 개발이다. 이는 온대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시차 간격 없이, 묘목의 상태나 성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벌목이 마구잡이로 이뤄졌다. 사라와크의 열대림은 일시에, 영원히 사라졌다.

브뤼노 망세르. ⓒBadische Zeitung

원주민들은 그들의 저항에 따른 값을 치렀다. 페낭족 700여명이 인간 울타리를 만들어 불도저 작업을 방해했다는 죄명으로 투옥됐다. 헬리콥터까지 동원한 군대와 경찰의 완력에 의해서다.

페낭족의 운명은 그들이 점유하고 살고 있던 땅에 대해 어떤 소유권도 제기하지 못한 전 세계 인디언들의 운명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우리의 것과 다른 생활양식과 문화적 가치를 지닌 사람들에 대해 지난 몇 세기 동안 반복적으로 행해진 종족 말살의 도식이다. 산업사회는 그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보호할 줄 모른다.

사라와크에서 식물에 끼친 실질적인 위협은 즉각적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쳤다. 인간의 운명과 자연의 운명이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결과인 셈이다. 보르네오의 숲 1㏊ 안에는 700여 가지의 나무종이 존재한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를 합친 북아메리카를 통튼 수에 맞먹는다.

이 같은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사라와크는 ‘꽃 문명’의 요람이다. 아마 1억 년 전의 지구에서 꽃식물은 사라와크에서 생겨나 곳곳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사라와크의 몇몇 드문 자생지에서 빈약하게 자라는 두 종류의 불행한 종려나무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나무의 줄기를 먹고, 나무를 죽이는 원주민들의 희생자인 동시에 불도저로 뭉개버린 벌목꾼의 희생자이기도 했다. 매우 키가 크고 아름다운 카료타(caryota)라는 피쉬테일 야자수(Fishtail palm tree)는 식물학자들의 권유에 따라 많은 열대도시들이 가로수로 즐겨 식재했다. 그렇다면 처참히 파괴된 사라와크의 자연 환경에서는?

보고르 식물원의 카료타
조이팜은 열대우림이 황무지로 변하면서 강렬한 태양을 이기지 못하고 멸종을 향해 서서히 여정을 시작한 식물종이 됐다.

‘종려나무 친구들 모임’(Sociétés des Amis des Palmiers)의 도움을 받아 자바 섬의 보고르(Bogor) 식물원이 이 종의 씨앗을 퍼뜨렸다. 이로써 하나의 나무 종으로서 생존이 안정화됐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20~30m의 키와 8m 길이의 잎을 자랑하는 피쉬테일 팜을 공원과 식물원 등에서 올려다 볼 수 있게 됐다.

사라와크에서 위험에 처한 또 다른 종류의 종려나무, 조이 팜(Joey palm tree, Johannesteijsmannia altifrons)은 특히 벌목작업에 의해 고통을 받았다. 불도저들에 의해 휑하니 드러난 땅 위에 강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식물은 최초로 자라난 자생지에서는 자기 자리를 지키며 잘 자라는 법이다. 하지만 인간에 의해 남겨진 잔여물로서의 숲에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싹을 틔울 수 없다. 한 식물이 그 종자를 퍼트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그 종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종려나무는 멸종으로 가기까지 그리 긴 여정이 남아 있지 않다.

이충건 | 대표 겸 편집국장

열대림은 유능한 식물학자의 부족과 충분치 못한 연구를 이유로, 아마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열대림은 위험에 처한 지역들 중 최전방을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수의 위기에 처한 식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에는 종종 아직 어느 누구도 발견하지 못한 식물도 있을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 적도 부근의 깊숙한 정글 속 어딘가에서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부족을 발견하게 될지 어찌 알겠는가.

이충건  yibi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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