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도 라이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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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도 라이벌이 있다
  • 박한표
  • 승인 2017.01.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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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

라이벌(rival)이란 ‘강물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에서 나왔다. 같은 강을 사이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의미한다. 만약 라이벌을 죽이기 위해 그 강에 독을 탄다면? 모두 죽는다. 그래서 라이벌은 함께 공존할 때 빛을 발한다.


라이벌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목적을 가졌거나 같은 분야에서 일하면서 이기거나 앞서려고 서로 겨루는 맞적수’이다. 흔히 ‘맞수’라고 한다. 선의의 경쟁을 펼칠 때는 서로의 실력이나 힘을 배가시켜주는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악의의 경쟁이 심화되면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는 세계 최고 권위의 사이클경기 대회다. 35℃가 넘는 폭염을 견디고, 해발 2000m 이상의 산맥을 넘어야 한다. 3000㎞의 거리를 3주 내에 완주해야 하는 ‘지옥의 레이스’다.


‘투르 드 프랑스’ 하면,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 선수가 떠오를 것이다. 그는 암을 극복하고 대회 7연패의 대기록(1999~2005)을 세웠다. 사람들은 그를 ‘투르 드 프랑스의 사나이’라고 부른다. 반면, 숙명의 라이벌 얀 울리히(Jan Ullrich)는 1997년 우승 이후 준우승만 3차례 차지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만년 2인자’라고 부른다.


2003년 투르 드 프랑스 대회의 결승점 9.5㎞ 전방에서 일어났던 상황이다. 선두는 역시 암스트롱이었고 그 뒤를 바짝 따라붙은 선수는 영원한 라이벌 울리히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구경꾼의 가방끈에 걸린 암스트롱이 넘어졌다. 이 사건은 만년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던 울리히에게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였다.


하지만 사고 지점을 통과한 울리히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자신의 속도를 늦추었다. 이윽고 암스트롱이 자세를 추스르고 레이스를 다시 시작했다. 진정한 두 라이벌의 레이스가 다시 시작됐다. 결과는 암스트롱의 승리로 끝났으며, 울리히는 또 다시 대결에서 패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만년 2인자’라고 부르던 울리히를 ‘투르 드 프랑스의 진정한 영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울리히는 “그렇게 암스트롱을 제치고 우승을 했다고 무엇이 바뀌는가? 나는 행운이 아닌 진정한 우승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진정한 라이벌 관계다.


진정한 라이벌은 상대의 약점을 밟고 일어서지 않고 정정당당한 경쟁을 한다. 진정한 라이벌은 시기하고 비난하지 않고 상대방의 재능을 인정한다. 진정한 라이벌은 치열한 견제와 경쟁을 넘어 창조적인 공생을 하는 관계인 것이다.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를, 나아가 세상을 위대하게 발전시키는 관계다.


올림포스 신들 중에도 성격이 뚜렷이 구별되는 두 쌍의 라이벌이 있다.


첫 번째 라이벌 관계는 태양 신 아폴론과 술의 신 디오니소스, 두 번째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신 아프로디테다. 각각의 진영은 인간세계에서도 라이벌 관계를 만들었다. 이 네 명의 신에 대해 하나씩 자세하게 살펴보자. 라이벌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이성과 감성, 지성과 본능간의 대립과 조화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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