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자전거 천국 세종, 'AGUST' 청년들의 기발한 해답
상태바
자전거 천국 세종, 'AGUST' 청년들의 기발한 해답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1.06 14:53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청년창업가 홍영훈·박혜경·김강철씨

버려진 자전거를 재탄생시켜 가치를 높이는 청년창업가들이 있다. ‘자전거 천국’ 도시 세종시에서 대학을 나와 지역사회와 연계한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을 선보이는 홍익대 ‘AGUST’다.  

업사이클링은 기존 재활용품에 디자인과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여 제품을 재탄생시키는 일을 말한다. 대학 재학 시절 홍익대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홍영훈(25), 박혜경(24), 김강철(23), 서형진(27), 이기훈(20)씨는 현재 ‘조이클’이라는 프로젝트로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자전거 이용인구 1200만 시대,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자전거들도 급속히 증가해 고물 취급을 받고 있다. 자전거 보유 가구비율 전국 1위 세종시. 미래 자전거 천국이 될 세종시에 청년들이 한 가지 해답을 주고 있다.

2000원 짜리 폐자전거, 의미 있게 활용할 순 없을까?


지난해 조이클은 세종시 마을기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전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의 아이디어로 ‘오마이컴퍼니’ 크라우드 펀딩에도 참여하게 됐다. 수 많은 재활용품 중 왜 하필 자전거여야만 했을까.

홍영훈 씨는 “교회 목사님이신 아버지는 평일에는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다”며 “자주 일을 도와드리러 가는데, 멀쩡한 자전거들이 고물로 나와 2000원에 팔린다. 한 대의 자전거를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자본과 기술이 단순 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아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대학 시절 몇 년간 자전거 등교를 해온 만큼 애착도 컸다. 쉽게 구매해 쉽게 버려지는 자전거는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기도 했지만, 쓸모가 없어져버린 물건, 그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

홍 씨는 “자전거 단가가 낮아지면서 쉽게 구매해 방치되는 일이 많아졌다”며 “특히 자전거의 금속 소재는 알루미늄 등 활용하기 좋은 소재다. 세종시가 자전거 도시를 추구하는 만큼 지역사회와 연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콘텐츠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들은 자전거 업사이클링 제품을 활용한 마을기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꾸준히 늘고 있고, 향후 세종시 내 자전거 이용률이 증가하면 관련 사업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다.

자전거 고급 금속 부품 활용, ‘자전거표식·반지·팔찌’ 재탄생

  
현재 이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세 가지 제품을 공개했다. 고급 소재인 알루미늄, 합금 등으로 만들어진 자전거 프레임을 활용, 자전거 주인인식표와 반지, 팔찌 등의 제품을 제작했다.

디자인을 맡고 있는 박혜경 씨는 “자전거 주인 인식표는 프레임을 길게 잘라 가공해 팬던트 형태를 만들고, 자전거 주인 이름과 번호를 각인해 만든 일종의 표식”이라며 “이어붙인 가죽은 가구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반지의 경우 피부에 닿는 악세서리인 만큼 고급소재 프레임을 사용한다. 프레임을 자르고, 열을 가해 디자인을 마치면 10단계에 걸친 샌딩작업과 피니싱 작업에 들어간다. 주문된 반지 호수에 맞춰 제작이 가능하며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각인할 수 있어 인기다.

팔찌의 경우 커플끼리 또는 자전거 주인 인식표와 매치해 활용이 가능하다. 특히 자전거 마니아들을 공략, 자전거와 주인 간 동일성을 주면서 자전거의 존재 가치를 높였다.

박 씨는 “어떻게 보면 버려진 자전거를 통해 또 다른 자전거를 살리는 일과 같다”며 “반려동물에게 이름표를 달아주듯 자전거에도 이름표를 달아 쉽게 버려지거나 방치되지 않도록 하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조이클’ 크라우드 펀딩은 오는 22일까지 진행된다. 오마이컴퍼니 홈페이지(http://www.ohmycompany.com/project/prjView.php?bbs_code=von_project&seq=1126)를 통해 주문 가능하다. 

세종시 정착 이끈 창업, “지역 인재유출 가장 큰 문제”


홍영훈, 박혜경 씨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각각 경기도, 경상도 출신이지만 같은 학교 선후배, 동아리활동을 함께 하면서 부부로서 세종에 정착하게 된 것.

이들은 “조치원의 경우 젊은이들이 잠시 왔다 떠나는 곳이 됐다”며 “대부분 학생들이 서울이나 고향으로 떠나고 있어 지역 인재 유출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홍익대 재학생 김강철 씨 역시 “지역 인재를 지원하는 정책이나 참여 프로그램 등을 늘려 정착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창업가들의 가장 큰 문제는 ‘공간’이다. 신도심이나 인구 이동이 많은 곳에 창업을 하고 싶어도 비싼 ‘임대료’가 발목을 잡는 다는 것.

이들은 “세종시 출범 이후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좋아도 충북이나 대전에서 지원을 받기 힘든 상황이 됐고, 유일하게 가능한 세종시는 창업 기반이 약한 상태”라며 “현재는 마을과복지연구소에서 작업실을 무상 임대해주고 있는데, 청년들의 경우 공간만 마련되면 큰 시름을 덜 수 있다”고 했다.

부부는 현재 세종시 내 청년 창업팀들을 모아 커뮤니티를 구성했다. 영상, 미술, 취업매칭 등 다양한 창업콘텐츠를 모아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이들은 “경험해보니 세종시의 경우 사업이나 운영적으로 도움을 주거나 관련 네트워크를 연결해주는 인프라가 수동적이라고 느껴졌다”며 “청년 창업가들끼리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한 이유”라고 했다.

세계적인 트렌드, 미래 ‘업사이클링’ 인식 교육 필요 


아이디어가 좋은 디자인을 만나면 수많은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업사이클링’은 이미 하나의 큰 디자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단순히 1차적인 재활용이 아닌 새롭게 재탄생된다는 것.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은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버려진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가치가 낮다고 보면 안 된다”며 “향후 마을기업에서 업사이클링의 의미와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시민 인식 개선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AGUST는 자전거를 활용한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나아가 지역 내 청년창업가들의 새롭고 창의적인 제품을 전시·판매할 수 있는 디자인 숍 오픈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이곳에서 창업을 꿈꾸는 타지 청년들에게 세종시는 제2의 고향과 다름없다”며 “시니어와 주니어가 함께 공존하는 도시를 위해 지역 인재들을 정착시킬 수 있는 마을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낯선 폐자전거 업사이클 제품. 세종시는 버려지는 자전거들에게도 '천국'인 도시가 될 수 있을까? 자전거 보유율 1위 도시의 먼 미래는 어쩌면 이 청년들에게 달려있을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미남 2017-01-06 10:32:56
와 멋지네요 아이디어 굿

Action Maker 2017-01-05 14:59:06
자전거 천국 너무나 멋집니당....ㅎㅎ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