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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예술계 홀대? 분노의 ‘레미제라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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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예술계 홀대? 분노의 ‘레미제라블’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12.29 18:56
  • 댓글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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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영화과 전공실, 공용실 전환 추진에 학생들 "행동으로 권리 찾자" 반발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학생의 노래 다시는 무시 받고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세종시 성남고등학교 예술계 학생들이 참아왔던 불만을 노래로 터뜨렸다. 2014년 예술계 폐지 파문과 지난해 채용비리 사건으로 곤혹을 치렀던 성남고가 이번엔 예술계 학생 ‘홀대’ 논란에 휩싸였다.

성남고 예술계 학생 80여 명은 29일 낮 12시 학교 3층 강당 앞에서 레미제라블 주제곡을 개사, 소통 없는 학교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달여간 지속된 학교 측과의 면담, 학부모 방문에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개사한 가사와 노래를 통해 의견을 표명한 것. 

수학실 위한 전공실 공용실화? 학내 비판 대자보 난무


학생들에 따르면, 이번 논란은 영화과 전공실 폐지 통지에서 시작됐다. 학교 측에서 영화과 전공실로 쓰이던 ‘영화제작실’을 인문계 학생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실로 운영하겠다고 통보한 것. 졸지에 전공실을 잃은 학생들은 학교 측과의 면담 후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달 열린 영화과 영화제 전날 행정실 직원들이 들어와 교실 크기를 재는 등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며 “영화과 학생들은 물론 예술계 선생님들도 모르게 전공실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예술계 전공실은 지속적으로 존폐 위기에 시달려왔다. 지난 2014년 불거졌던 ‘예술계 폐지 논란’의 기억도 학생들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뮤지컬과 학생들이 사용하는 전공 연습실을 비롯해 예술 1부 학생들의 작화실도 공용화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들은 “인문계와 연극영화과, 뮤지컬과,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과 등 각 층에 교실을 재편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전공실이 타 과목과의 공용으로 바뀌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전공학생들에게 전공실은 곧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공실도 없는 전공과를 어디에서 인정해주겠냐”고도 했다.

학교 현관부터 시작해 복도 통로, 엘리베이터 안까지. 학내 곳곳에는 학생들이 직접 쓴 대자보가 붙었고, 예술계 학생축제에서는 영화 레미제라블 주제곡 '민중의 노래'를 개사한 공연이 펼쳐졌다.

이들은 “학교 측과의 면담을 거치고, 학부모들의 항의 방문에도 결국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두 번의 면담 결과 학교에서 예술계 학생들을 전공학생이 아닌 동아리 취급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든 표출하고자 학생들끼리 공연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예술계는 입시 홍보 수단? “학교가 학생 존재 가치 부정”


전공실은 예술계 학생들에게는 교실만큼 중요한 공간이다. 기본 정규과정 외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 방과 후 시간 등 학교생활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내기 때문. 특히 영화제나 공모전을 준비할 때면 가장 필수적인 공간이 된다. 

교실 환경은 어떨까. 새로 지어져 깨끗한 것도 아니고, 그리 넓지도 않은 교실만한 공간. 맞은 편 영화편집실은 기본 성능밖에 되지 않는 컴퓨터 2대와 캐비닛, 의자 몇 개가 전부다. 

학생들은 “심화시간에 수업을 하고 있으면 짐을 가져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전공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며 “실기나 외부 수업 역시 이에 맞춰 짜야하고, 무엇보다 현재 우리 학년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후배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적어도 후배들에게는 이 불안감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게 이들이 행동에 나선 궁극적인 목적이다.

성남고의 올해 예술계 영화과 학생 지원자는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 연기과 경쟁률도 지난해에는 미달이었지만 올해 크게 늘어났다고.

이들은 “예술계가 자리를 확고히하기 위해서는 실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직접 학교 홍보활동과 각종 외부활동에 나섰다”며 “3학년 선배들 역시 열악한 학교 환경에도 입시 성적이 좋아 후배로서 자랑스러운데, 학교에서는 오히려 홀대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예술계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선생님들과 암묵적으로 이어져온 폭언, 성희롱적 발언도 이젠 참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 역시 혼란을 겪고 있다. 세종시 유일 사립고이자 인문·예술계 통합학교로 명성히 자자해 자녀들을 보냈는데, 학교를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

예술계 학부모 A씨는 “성남고가 예술계로 특성화한 학교임에도 예술계 학생들을 차별하고 있다”며 “2년 전 예술계 폐지 논란을 불러일으킨 마당에 또 다시 같은 논란이 불거져 학부모로서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부실한 ‘교과교실제’ 운영, 불똥은 예술계 학생들로

이번 교실 재편과 전공실 공용화는 사실 ‘교과교실제’ 운영 개선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성남고는 5년 전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로 선정돼 관련 예산을 받아왔지만 실상 충실히 운영되지 못했다는 것.

교과교실제는 학생들이 교실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듣는 수업형태로 이미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도입됐다. 각 과목 교사들이 교과교실에 상주하며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부족한 ‘교실’이다. 수학, 과학, 영어 등 적어도 한 학급 이상 교과교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공실 등 다른 교실을 공용실로 전환하거나 없앨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박백범 성남고 교장은 “사실 교실배치와 공간 활용 문제는 교육적으로 크게 보면 사소한 문제”라며 “교과교실제가 지난 5, 6년간 충실히 운영되지 못했고, 올해 수학과 영어 교사 2명이 추가 배정돼 부득이하게 수학실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건상 교실이 부족해 인문계 학생들을 포함해 예술계 학생들 모두 불편을 겪고 있다는 사실도 이유로 들었다.

박 교장은 “수준별 수업 전용교실이 부족하고, 분반 수업 시 해당 교실 학생들이 체육 수업을 하거나 다른 교실로 옮겨야해 학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영화제작실 수업은 일주일에 18시간 편성돼있고, 방과후 시간에도 충분히 쓸 수 있도록 공용실로 운영할 예정이다. 학교에서 제일 중요한 시설은 우선 교실이기 때문에 목적에 합당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측, 교과과정 개선 노력 일환… “예술계 폐지 사실 무근”


박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려하고 있는 예술계 폐지 논란은 사실 무근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번 논란은 예술계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밑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다”며 “실제 이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없었으며 단지 교실 재편을 추진하려다 보니 일부 반대의견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화과를 포함한 성남고 예술계 학생들은 대자보와 플래시몹 공연을 통해 관련 논란을 알리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오는 30일 다시 한 번 학교 측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특히 이번 영화과 학생들을 둘러싼 홀대 논란은 만화창작과, 애니메이션 과가 속한 예술 1부 학생들로도 확대됐다.

만화창작과 2학년 한 학생은 "이번 논란은 영화과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예술계 학생 전시는 학교의 상패와 상장을 함께 배치하면서 작품 관람이 불리한 위치로 바뀌었고, 2학년의 경우 각종 미술 도구를 놓고 작업을 해야하지만, 턱없이 작은 일반 책상을 사용하고 있다"며 "예술계 학생들은 학교 입시로만 활용될 뿐 제대로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화과 학생들은 “요즘 학교가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생각이 들어 예술계 학생으로서 느끼는 자괴감이 크다”며 “누군가는 우리를 이기적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오히려 이 문제는 학생들의 권리를 찾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서명운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끝까지 전공실을 지켜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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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2016-12-31 08:00:22
되는건지요. 저희는 두렵습니다. 공용화과 되는 것에 대해 이미 진행이 되었고, 내년 저희가 수업을 받을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말입니다. 이런 사건을 통해 저희에게 더 잘해주시지 못할망정 더 저희를 홀대하신다면 저희는 누구에게 이런 설움을 말해야하는걸까요. 내년 저희는 더 열심히 살것입니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입시를 준비할 것입니다. 그런 저희를 더이상 홀대하지 말아주십시요.

지나가다가 2017-01-01 13:01:34
학교는 상명하복의 조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는 학교뿐이 아니라 모든 조직이 여러가지 방법으로 소통하려고 하는데 학생들이 소통의 방법으로 선택한 대자보를 훼손하고 무엇이 두려워서 뜯어내기까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른이며 교육자로서 합리적으로 학생들과 소통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것이며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반성하고 이후로 안하면 될것입니다. 학교를 정상화 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상처받은 아이들의 마음을 깨끗이 씻기는 어렵겠지만 노력은 해야하지 않을까요.

하하 2016-12-30 16:15:36
솔직히 성남고 예술계가 먹여살린거 아니냐 ?

학생 2016-12-31 07:57:51
30일자로 저희는 대자보가 뜯겼고, 어록을 보신 인문계 선생님들은 저희에게 지랄하신다며 비하하시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일부를 보여드렸는데, 선생님들은 인정하지 않으시는 반응과 학생에 대한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한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 생각해보신적은 있으신지요? 저희에게 인성이 잘못됐다는 말씀을 하시기 이전에 우선 선생님들이 저희에게 대하셨던 태도에 대해 생각해주시기 바라겠습니다. 결국은 교장선생님이 원하시는대로 일이 진행이 되고 있군요. 학생들이 학교에 없다고 이렇게 하셔도

지나가던인간 2017-01-01 18:41:53
사실 지금 대한민국을 돌아봐도 예술계가 홀대받는 것 뻔히 보입니다. 당장 초등학교까지만 봐도 보이는 것 아닌지 싶네요. 예술이 도움이 안되느니 그림같은 것을 어디 써먹느니 영화 만들어도 넌 성공을 못한다느니 어른들이 오히려 많은 청소년, 어린이들의 꿈을 짓밟고 있습니다. 실상 세상의 모든 디자인들은 예술로부터 시작되는데 말이죠. 본인들이 보는 영화, 뮤비, 그림, 듣는 음악, 하고 있는 게임들, 포털 사이트나 SNS의 배치 방식,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예술의 기초이고 시작인데 그런것도 깨닫지 못하는 사람만 늘어나는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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