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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소생률 전국 1위, 세종시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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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소생률 전국 1위, 세종시 ‘명과 암’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1.10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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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지 소생률 현주소 시리즈] <上>'골든타임' 필수품 자동제세동기 설치 부진
세종시 보급률 전국 하위권, 아파트 설치율 기대 이하… 교육 부족, 활용률도 전무


세종시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심정지 환자의 소생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일단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도농 복합도시와 신도시 특성상 119 구급차량의 골든타임(5분 이내) 도착이 쉽지 않고 종합병원 한 곳 없는 여건을 감안하면, 소방공무원들의 헌신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다.


그러나 통계는 통계일 뿐. 정말 세종시는 심정지 사망으로부터 안전한 도시일까? 과연 세종시는 응급상황 발생 시 안전지대일까? 현장 소방공무원들은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심정지로 사망할 확률이 90% 이상이란 것.


이에 본보는 심정지 환자 소생률 1위 뒤에 숨은 현주소를 면밀히 살펴보고, 2018년 국제안전도시 인증을 꿈꾸는 세종시가 보완해야할 과제를 찾아봤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심정지 소생률 전국 1위 세종시, 그 뒤에 숨겨진 그늘

중. 위급상황 필수품 ‘자동제세동기', 안전 불감증 척도

하. 국제안전도시 도약, ‘교육과 인프라’ 확대가 첫 걸음 

 
올해 세종시의 심정지 환자 소생률은 지난달 말 기준 약 9.4%다. 95명의 심정지 환자 중 9명이 소생한 것.


그동안 소생률이 지난 2013년 2.6%, 2014년 5.1%, 지난해 3.1%로 들쭉날쭉했던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개선이다. 그 결과 올해 전국 17개 시도 중 소생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여전히 90.6% 즉 100명 중 90명 이상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많지만, 그만큼 초기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119 구급차 출동이 쉽지 않은 읍면지역의 경우, 67명 중 3명만이 생존했다. 소생률은 4.4%다. 어진동 세종소방서 신설로 보다 나은 여건을 맞이한 신도시에선 28명 중 6명(21.4%)이 소생했다. 양 지역 간 소생률 격차가 무려 5배에 이른다.


 

12월 들어서도 연기면 70대 여성과 전동면 80대 남성이 의식장애를 겪었고, 금남면 60대 여성과 종촌동 30대 남성, 연동면 70대 남성, 전의면 70대 여성이 심정지 상태가 됐다. 


심정지 발생은 대개 고령층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청년층 등 젊은 세대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자동제세동기 설치 확대', 왜 필요한가? 

 

문제는 응급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소생확률을 높일 수 있는 대응이 어렵다는 데 있다. 단적으로 자동제세동기(AED)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동제세동기는 심실세동이나 심실빈맥으로 심정지가 된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해 심장의 정상 리듬을 가져오게 해주는 도구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이를 활용해 많은 심정지 환자들의 극적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실제 119 구급차량 도착 전, 자동제세동기 조작에 이은 보호자의 심폐소생술이 함께 이뤄질 때 소생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세종소방본부 관계자는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은 너무나 간단하나, 평소에 설치장소와 사용법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며 “골든타임 내 자동제세동기와 심폐소생술이란 선조치가 이뤄지면 95% 이상 일상생활 영위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5분이 초과하면, 뇌사나 생물학적 사망 상태에 이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5분을 넘어 매 1분마다 소생 가능성은 약 7~10%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9 구급차량이 모든 시간대, 세종시 모든 공간에 5분 내 도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한 사람의 운명이 보호자 또는 이웃의 순간 대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읍면지역, 읍면사무소 중심 37대 설치 그쳐… 유치원 제외 전 학교 설치와 대조적


자동제세동기의 접근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세종시 전역에 설치된 자동제세동기는 모두 92대.


9개 면지역의 자동제세동기는 주로 보건지소와 진료소에 배치돼 있고, 부강과 전의 119 안전센터 구급차에 각 1대, 전동면 시민스포츠센터 등에 걸쳐 총 22대다.


조치원읍의 15대는 조치원역과 시립의원(2대), 읍사무소, 보건소(2대), 문화예술회관, 시민체육관(2대) 등 다중이용 공간 외에 조치원읍 119 안전센터(2대), 7개 단지 아파트에 분산 배치됐다.


읍면지역 학교별로는 21개 공사립 유치원을 제외한 16개 초등학교, 8개 중학교, 3개 고교 모두에 설치됐다. 다만 한창 뛰어놀 유아들도 응급상황을 수시로 맞이할 수 있는 만큼, 유치원별 1대 이상의 자동제세동기 필수적이라는 소방본부의 제언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보건복지부의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할 자동제세동기가 없는 곳도 적잖았다.


죽림자이는 1429세대에 1대(정문 경비실)만 보유했고, 1208세대의 욱일아파트와 900세대 이상의 신안 세종e편한세상, 신흥주공아파트도 1대 설치에 그쳤다. 913세대의 금남면 두진리버빌 아파트에는 1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신도시 인프라도 열악… 아파트 설치율 58% 그쳐


47대가 설치된 신도시도 상황이 크게 낫지는 않다. 공공기관 내 설치가 매우 부진했다. 시청(2대)을 제외하면, 시교육청과 LH세종특별본부 등 주요 기관 어디에서도 자동제세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


정부세종청사 내 입주기관에선 정부청사관리소가 5대로 가장 많았고, 각 기관별 1대씩은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총괄 관리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스마트폰 어플에서는 그 위치를 확인할 수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국책연구단지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외에 11개 국책연구기관이 몰려있는 나람키움세종국책연구단지에서 눈 씻고 봐도 자동제세동기를 찾을 수 없었다.

 
500세대 이상 43개 아파트 단지 중에서는 25개(58%) 단지만 자동제세동기를 보유했다. 3생활권(2개 단지)에는 1곳도 설치된 곳이 없었다. 아름동(50%)과 고운동(42%)의 설치율도 낮았다.


반면 1개 특수학교와 11개 고교, 10개 중학교, 19개 초등학교에는 모두 1대 이상의 자동제세동기를 확보했다. 신도시 역시 26개 공립 유치원 설치는 전무했다.


설치된 곳이라 하더라도, 자동제세동기 활용률은 대부분 0%에 가깝다는 게 문제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대부분 관리사무소에 설치하는데 제대로 된 홍보가 이뤄지는 곳이 거의 없다”며 “응급상황 시 사용법을 몰라 골든타임을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가 심정지 소생률 1위에 자아도취해선 안 되는 이유다.


하지만 세종시도, 소방본부도, 세종경찰서도 직접 설치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생명지킴이 ‘자동제세동기’ 설치를 외면하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 소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상 공공보건의료기관과 구급차, 여객 항공기 및 공항, 철도객차, 20톤 이상의 선박, 다중이용시설,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에는 자동제세동기의 설치가 의무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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