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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도 나누기 싫은 권력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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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도 나누기 싫은 권력의 유혹
  • 박한표
  • 승인 2016.12.1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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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10>펠레우스②

한번은 테티스가 제우스를 구해준 적이 있다. 헤라는 제우스의 바람기와 오만, 변덕을 견딜 수 없어 포세이돈, 아폴론 그리고 헤스티아를 제외한 다른 올림포스 신들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켰다. 자고 있던 제우스를 가죽 끈으로 100개의 매듭을 지어 꽁꽁 묶었다. 제우스는 졸지에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쿠데타는 거의 성공하는 듯했다.


그들은 제우스를 동굴에 가두고 권력배분 문제로 회의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가 신들의 왕 자리에 욕심을 내는 터라 결론이 나지 않았다. 그들이 언성을 높이며 옥신각신하는 사이, 회의장 곁을 지나가던 테티스가 그들의 얘기를 엿들었다.


그녀는 재빨리 타르타로스(무한지옥)로 내려가 티탄 신들을 지키고 있는 헤카톤케이레스(백수거인) 형제를 찾았다. 그들 중 한 명이 테티스를 따라와 제우스가 갇혀 있는 동굴로 가 제우스의 몸을 감고 있는 포승줄을 단숨에 풀어 버렸다. 제우스와 네레우스의 딸 테티스는 원래 사랑하는 사이였다.


쿠데타를 진압한 제우스는 헤라의 팔목에 황금 사슬을 감고 양 발목에는 각각 모루를 달아 하늘에 매달았다. 다른 신들이 다시는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나서야 제우스는 헤라를 고통에서 구해냈다. 이때부터 헤라의 위상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포세이돈과 아폴론에게는 신의 지위를 박탈하고 1년 동안 트로이 라오메돈 왕의 노예노릇을 하도록 인간 세상으로 귀향 보냈다. 두 신은 그 기간 동안 트로이 성을 쌓았다.


그런데 왜 ‘바람둥이’ 제우스가 테티스를 펠레우스에게 양보했을까? 어느 날 바다의 신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지혜로운 둔갑의 도사 네레우스(프로테우스라고도 불림)가 딸 테티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네가 낳게 되는 아이가 아버지보다 더한 칭찬을 받게 될 것이다." 제우스는 테티스와의 사이에 아들을 낳게 되면, 그 아들이 크로노스처럼 자신을 몰아내고 올림포스를 차지할까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테티스를 인간인 펠레우스와 짝 지어주었던 것이다.

 


문제는 인간 펠레우스가 여신 테티스와 결혼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특히 인간 펠레우스가 여신 테티스의 마음을 어떻게 열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여기서 도움을 준 이가 네레우스다.


네레우스는 아주 나이가 많고 지혜로운 바다의 딸림 신이다. 매우 슬기로워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그에게서 답을 얻으려면, 그냥 애원해서는 안 된다. 우격다짐으로 꼭 붙잡고 버텨야 한다. 진실을 알기위해서는 긴 인내가 필요한 이유다.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한 가지 소개한다.


꿀벌치기 아리스타이오스는 올림포스 최고의 가수인 오르페우스의 아내 에우리디케를 죽게 만든 자다. 그가 뒤를 쫓으면서 말을 걸지 않았다면, 그녀는 독사에 물리지 않았을 것이고 죽지도 않았을 것이다. 에우리디케가 죽자, 아리스타이오스의 꿀벌도 모조리 죽었다. 꿀벌이 아리스타이오스 대신 벌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강의 요정 퀴레네를 찾아가 이유를 묻는다. 퀴레네의 대답은 지혜로운 바다의 딸림 신 네레우스를 찾아가 알아보라는 것이었다.


네레우스가 아무리 둔갑을 해도 아리스타이오스가 사슬로 그를 묶고 버티자, 그는 해답을 주었다. 에우리디케의 혼령에 속죄하는 제사를 지내라는 것이었다. 아리스타이오스는 이 제사를 지낸 뒤 꿀벌 한 무리를 다시 얻을 수 있었다. 제 명을 다 살지 못하고 죽은 영혼들을 위해 제사를 드리는 것은 이렇게 예나 지금이나 중요한 일이다.


펠레우스도 네레우스의 충고를 받아들여 테티스를 밧줄로 묶고 버텼다. 그제 서야 테티스는 펠레우스를 받아주었다. 이들의 결혼식은 트로이 전쟁의 발단이 되는 ‘파리스의 사과’ 이야기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가 새겨진 사과 이야기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다. 이 이야기를 흔히 ‘파리스의 심판’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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