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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과 결혼해 영생불사 얻은 인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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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과 결혼해 영생불사 얻은 인간 남자
  • 박한표
  • 승인 2016.12.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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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9>펠레우스①

펠레우스는 인간으로 여신과 정식 결혼한 유일한 인간이다. 부인은 여신 테티스다. 그의 친할아버지는 제우스이고 장인은 바다의 버금 신 네레우스(프로테우스라고도 불림)다.


제우스가 펠레우스의 할아버지가 된 사연은 이렇다. 어느 날 제우스는 들불로 둔갑하고 강의 신 아소포스의 딸 아이기나를 꼬드겨 어떤 섬으로 도망갔다. 아소포스는 자신의 딸을 찾아 헤매다가, 꾀 많은 시시포스를 찾아갔다. 시시포스는 딸이 있는 곳과 누가 딸을 납치했는지 알려주었다.


아소포스가 접근하자, 무안해진 제우스는 도리어 화를 내며 벼락으로 그를 내리쳤다. 아버지는 벼락 맞고, 딸은 농락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후에 그의 딸 아이기나가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제우스의 아들 아이아코스다. 시시포스는 이 사건으로 제우스의 미움을 받아 지옥 타르타로스(무한지옥)에서 매일 큰 바위를 산꼭대기로 올리는 벌을 받게 됐다.


아이아코스는 텔라몬과 펠레우스라는 두 아들을 낳았다. 여기에 포코스라는 그들과 배다른 동생이 하나 더 있다.


아이아코스는 ‘인간들 중 가장 경건한 인간’이었다. 그래서 그가 기도하면 신들이 들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죽은 뒤에는 저승에서 재물 많기로 유명한 하데스의 창고 열쇠를 책임지는 역할을 했다.


아이아코스의 아들 중 텔라몬은 배다른 동생인 포코스에 뒤진다는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몸의 균형을 잃은 척 포코스의 머리를 겨냥해 원반을 던져 죽게 했다. 게다가 그는 동생 펠레우스를 꾀어 배다른 동생의 시체를 숨겼다. 그러나 이내 그 사실이 발각됐다. ‘경건한 인간’인 아버지 아이아코스는 두 아들을 다른 나라로 가서 종살이를 하게 함으로써 죄를 씻게 했다. 그때부터 펠레우스의 방황이 시작된다.

 


방황하던 펠레우스는 어떻게 여신 테티스와 결혼해 영생불사를 누리게 되었을까?


펠레우스는 프티아라는 나라에서 왕 악토르 밑에서 종살이를 했다. 얼마나 열심히 일 했던지 왕은 펠레우스와 딸 안티고네를 짝지어 주었다. 그리고는 나라의 일부를 떼어줬다. 이 때, 펠레우스는 이아손과 함께 황금모피를 찾아오는 아르고 원정대에 참여했다. 멜레아그로스를 도와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을 나선 것도 이즈음 일이다. 그 사냥에서 잘못 던진 창에 자신이 모시는 왕 악토르의 아들 에우리티온이 죽게 된다. 그래서 펠레우스는 그 나라에서 쫓겨난다.


펠레우스가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이올코스라는 나라였다. 이 나라의 왕은 아르고 원정 때 친구였던 아카스토스였고, 왕비는 아스티다미아였다. 이 왕비가 펠레우스에게 사랑의 마음을 품고 유혹했다. 그러나 펠레우스는 단호하게 물리쳤다. 이에 대한 복수로, 왕비가 펠레우스의 아내 안티고네에게 이올코스의 공주와 결혼했다는 거짓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받은 펠레우스의 아내 안티고네는 목을 매어 자살한다. 펠레우스에 대한 왕비의 복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왕비는 펠레우스가 자신을 유혹했노라고 왕에게 거짓말을 했다. 왕 아카스토스는 난처했다. 그래서 왕이 제안한 것이 사냥 시합을 하자는 것이었다.


펠레우스는 아카스토스의 아버지 장례식에서 여걸 아탈란타와 힘을 겨뤄 진 적이 있다. 아르고 원정 때도 거의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아카스토스가 펠레우스를 만만하게 보고 펠리온 산에서 사냥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던 이유다.


사냥 시합에서 아카스토스는 부하가 많았지만, 펠레우스는 홀몸이었다. 시합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하지만 펠레우스는 짐승을 죽일 때마다 혀를 잘라 자루에 넣었다. 시합의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펠레우스의 자루에서 나온 짐승의 숫자는 아카스토스 일행이 잡아서 쌓아놓은 짐승의 수보다 많았다.


시합에서 지자, 아카스토스는 펠레우스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여 취하게 한 다음 펠리온 산에 남겨놓고 내려갔다. 펠리온 산은 켄타우로스(반인반마)들의 산이었다. 아카스토스는 펠레우스가 난폭한 켄타우로스들에게 죽임을 당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펠레우스는 켄타우로스의 현자 케이론을 만나 서로 친구가 된다. 이 우정은 펠레우스가 자신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교육을 케이론에게 맡기기까지 오랫동안 계속됐다.


펠레우스는 케이론 덕분에 아카스토스의 속셈을 알아내고, 예전에 함께 떠났던 아르고 원정대 원들을 모아 이올코스 왕국을 치고는 왕비 아스티다미아를 죽였다. 그리고는 프티아 왕국을 차지했다. 그러나 아스티다미아의 부정한 유혹을 거절한 대가로 아내 안티고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제우스가 바다의 버금 신 네레우스의 딸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전해지는 여신 테티스와 펠레우스를 맺어줬다. 여신 테티스는 제우스와 원래 사랑하는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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