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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제우스의 여성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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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제우스의 여성편력
  • 박한표
  • 승인 2016.11.0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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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표의 그리스

여신들과 결합, 신흥 종교 간 협력 상징
왕족 혈통 최고신과 결부시켜 권위 세워


올림포스 1세대는 제우스를 비롯해 포세이돈, 하데스,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 등 제우스의 형제자매 총 여섯 명을 말한다. 올림포스 2세대는 제우스가 여신이나 인간 여인들과 사랑하여 낳은 자식들로 채워졌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제우스의 자식으로 태어나 훗날 올림포스 신족의 일원이 되거나 영웅이 된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제우스가 바람기로 인해 많은 자손을 둔 신으로 자리메김하게 된 데에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여러 왕가와 귀족들이 자신들의 조상을 최고신인 제우스로 삼아 가풍의 권위를 세우려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제일 먼저 헤라를 아내로 삼아 전쟁의 신 아레스와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를 두었다. 이어 청춘의 여신 헤베, 산파의 여신 에일레이티이아 등이 태어났다.


메티스는 크로노스가 먹었던 토하는 약을 제우스에게 준 티탄 족 지혜의 여신이었다. 제우스는 그녀를 후궁으로 맞이했다. 그런데 제우스는 메티스가 낳을 아들이 왕위를 빼앗을 것이란 신탁을 들었다. 놀란 제우스는 임신한 메티스를 조그맣게 만들어 집어 삼켰다. 그러고 몇 개월이 지나자 제우스는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헤파이스토스가 도끼로 제우스의 머리를 치자, 아테나 여신이 완전무장을 한 채 성인으로 태어났다. 제우스의 머리가 인큐베이터로 사용된 것이다.

 


두 번째 후궁은 티탄 족이자 이치의 여신이었던 테미스. 그녀와의 사이에서 계절의 여신 호라이 3자매(에우노미아-질서, 디케-정의, 에니레네-평화)와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3자매(클로트, 라케시스, 아트로포스)를 두었다.


티탄 족이자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와의 사이에서는 9명의 무사이 여신을 낳았다. 칼리오페(서사시), 클리오(역사), 폴림니아(팬터마임), 에우테르페(피리), 테르프시코(시와 춤), 에라토(합창), 멜포메네(비극), 탈리아(희극), 우라니아(천문학)가 9명의 무사이 여신들이다. 영어로 ‘뮤즈’로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여신들이다. 음악은 ‘기억의 여신의 자식’이라는 스토리텔링이 흥미롭다.


티탄 족 오케아노스의 딸 에우리노메와의 사이에서는 우아한 아름다움의 여신 카리테스 3자매(에우프로시네-기쁨, 탈리아-활짝 핌, 아글라이아-화려하게 빛남)가 태어났다. 이 세 자매는 올림포스 주신들의 몸단장을 맡는 올림포스의 미용사들이다.


티탄 족 레토 여신과의 사이에서는 쌍둥이 남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를 두었다. 그들은 각각 태양과 달을 담당했으므로, 티탄 족의 헬리오스와 셀레네의 역할을 물려받은 셈이다. 아폴론은 제우스의 오른팔 역할을 한다.


자신의 누나 데메테르와의 사이에서는 페르세포네를 두었다. 데메테르의 사랑스런 외동 딸 페르세포네는 지하세계의 왕 하데스가 납치해 자신의 아내로 삼았다.


티탄 족 아틀라스의 딸로 킬레네 산의 요정(님프)이었던 마이아와의 사이에서는 헤르메스를 둔다. 헤르메스가 태어난 곳은 동굴이다. 그래서 동굴에 훔친 물건을 쌓아두던 도둑들의 수호신이 되기도 한다.


인간이었던 세멜레와의 사이에서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낳았다. 재미있는 것은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제우스는 자신을 변신시키며, 많은 여성들과 바람을 피웠다.


테바이의 공주 안티오페는 사티로스(판)로 변신하여 접근했다. 그 사이에서 테바이의 영웅 암피온과 제토스를 낳았다. 안티오페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나 깨끗한 환경을 즐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이러한 세계에 권태를 느끼며 은근히 거칠고 더러운 것을 꿈꾸고 있었다. 이를 간파한 제우스는 흉측한 몰골을 한 사티로스로 변신한 것이다.


아르고스의 공주 다나에를 황금비로 변신하여 사랑하고, 메두사를 퇴치하는 영웅인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페르세우스의 자손으로 유부녀였던 정숙한 알크메네는 남편으로 변신한 제우스와 사랑을 나누고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신화 속 영웅 헤라클레스를 낳았다.


소아시아 티토스의 공주인 에우로페는 황소로 변신하여 접근했다. 그녀가 황소를 좋아한다는 정보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서 크레타의 왕 미노스가 태어났다. ‘유럽’이라는 말은 에우로페(Europe)로부터 나왔다.


스파르타의 공주 레다는 백조로 변신하여 접근했다. 레다가 백조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 사이에서 신화 속에서 인간 제일의 미녀인 헬레네, 그리스 총사령관 클리타임네스트라, 카스토르, 폴리데우케스 쌍둥이를 낳았다.


자신의 딸 아르테미스의 모습으로 변신해서는 요정 칼리스토를 유혹했다. 그 사이에서 아르카디아인의 조상인 아르카스를 얻었다. 헤라와 아르테미스의 저주로 칼리스토는 곰이 됐다. 헤라의 시중을 들던 이오에 접근해서는 에파포스라는 이집트의 왕을 낳았다.


제우스의 여성편력과 변신능력을 ‘바람기’로 보기보다는, 뛰어난 적응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것이 그의 리더십이다. 그리스 신화는 인간의 관념들이 어떻게 하나하나 분화했는지를 누구든지 읽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가고 있다. 제우스의 바람기가 없었다면 이 세상에 없는 관념들이 많았을 것이고, 없는 천재들도, 하늘에 이름 없는 별들도 무척 많았을 것이다.


그의 바람기는 신들 간 역학 관계를 유추할 수 있게 해준다. 제우스와 여신들의 결합은 신흥 종교 간의 협력 관계를 설명한다. 또 제우스의 러브스토리는 왕족과 영웅들의 혈통을 최고의 신과 애써 연결시키고자 한 인간 욕망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는 후대 서양 문화의 풍부한 예술적 자산이 됐다. 그러나 제우스의 부도덕성은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기독교에 의해 그리스 신화가 철저하게 배척당하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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