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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여자 엉덩이 닮은 야자열매와 코끼리거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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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여자 엉덩이 닮은 야자열매와 코끼리거북
  • 이충건
  • 승인 2016.11.05 10:5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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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건의 지구촌 생태여행] <1> 세이셸
대표 겸 편집국장

인도양의 잃어버린 낙원, 세이셸(Seychelles) 군도에 속한 각각의 작은 섬들에는 매혹적인 복고풍의 이름이 붙어 있다. 가령 섬들은 프레가트(Frégate/범선), 실루엣(Silhoutte/윤곽), 펠리시테(Félicité/행복), 라디그(La Digue/방파제), 레바쉬(Les Vaches/암소들), 레주아조(Les Oiseaux/새떼) 등의 이름을 갖고 있다. 프랑스 식민지 개척자들이 지은 이름이다.

‘나폴레옹의 굴욕’으로 세이셸군도가 영국으로 넘어가면서 섬 이름은 프레가트가 프리게이트로, 레주아조는 버진아일랜드 등으로 바뀌었다. 가장 큰 섬은 144㎢의 마에(Mahé) 섬과 45㎢의 프라슬랭(Praslin, 이하 영어식 프랄린) 섬이다.

250만 년 전 곤드와나 대륙의 흔적 고스란히 남아

프랄린 섬에서 20여분간 배를 타고 가면 라디그 섬이 나온다. 사진은 라디그 섬의 앙스 스루스 다르장(Anse Source d'Argent) 해변. 방파제를 형성하고 있는 화강암들은 약 600만년 전 곤드와나 대륙의 흔적이다.

작은 섬들은 환상산호초로 이뤄져 있고, 큰 섬들은 화강암질의 방파제로 이뤄져 있다. 이 화강암질의 방파제들은 그 옛날 남반구 구(舊)대륙인 곤드와나(Gondwana)의 일부분이었다는 증거다. 곤드와나 대륙은 최소한 250만 년 전부터 분리되기 시작했다고 하니, 방파제들로 말하자면 6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야말로 잃어버린 대륙의 인상적인 유적이 아닐 수 없다.

군도에서 인간의 출현은 16세기 포르투갈 사람들에 의해 시작됐다. 이 섬들이 자이언트거북, 악어, 거대한 도마뱀 무리, 수많은 새의 천국임이 밝혀지게 된 것은 1609년 루이 15세 시절, 장 주르댕(Jean Jourdain)이 니콜라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의 일원으로 군도에 상륙하면서다.

프랑스 탐험대가 풍랑을 헤치고 세이셸 군도에 다가가고 있다.세이셸공화국 대통령궁.

이 군도에 인간이 항구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건 1770년부터다. 이후 나폴레옹의 치욕으로 이 군도가 프랑스인에서 영국인의 손으로 넘어갔고, 1814년 모리셔스 섬에 병합된 식민지가 됐다. 이처럼 수차례에 걸친 변화는 숲에 대한 착취와 외래식물의 도입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외래식물 700종 이상이 군도에 들어왔고, 포르투갈 인들이 처음 발견했을 때의 원시 식물 종은 차츰 사라져갔다. 그 결과 수많은 식물들이 멸종했고, 섬에 유입된 식물 종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250여종의 풍토성 식물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산꼭대기, 화강암 절벽 등 약간의 토양이 남아 있는 곳에서만 발견될 뿐이다.

군도에 출현한 인간들에 의해 변모한 식물계의 모습은 인간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은 도시환경을 저해하는 변두리 구역에 부당한 특혜를 부여한다. 부당한 특혜, 그것은 가진 계층이 우선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재개발 같은 대체 프로젝트다. 이로 인해 노인과 빈민층은 도시 외곽 지역으로 추방당하고 만다. 가장 강한 자의 이익을 위해 가장 약한 자를 제거하는 그런 방식, 공동체의 소멸을 의미하는 그런 변화가 식물계에서 똑같이 이뤄졌다.

인간의 정착은 군도 동물계에도 대재앙

세이셸 군도에서 가장 큰 마에 섬에서 만난 한 남매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다.

인간의 정착은 세이셸 군도의 동물계에도 대재앙이었다. 

토종거북은 1810년 자취를 감추었고, 마지막 악어는 1830년에 죽임을 당했다. 길이가 6m 이상인 거대한 도마뱀이 지구상에서 사라졌고, ‘세이셸 까치’는 그 옛날 해적의 근거지였던 프리게이트 섬의 길이 2㎞에 불과한 동쪽 해안에서만 30여 개체가 서식한다. 역시 ‘세이셸의 과부’는 30여 쌍만이 라디그 섬에 둥지를 틀고 있고, ‘세이셸 꾀꼬리’도 극히 적은 개체를 쿠쟁 섬에서 어렵게 발견할 수 있다.

세이셸의 프랄린 섬과 퀴리외즈 섬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코코드메(coco de mer, 우리말로 바다 야자). 이 신비로운 나무는 수많은 우화가 둘러싸고 있다. 이 나무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까지 이 나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나무에 대해 사람들은 전설만을 이야기했다. 

그 전설은 이 나무열매의 탄생을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한 사내아이와 결부 짓는 것이었다. 인도양에 닥친 난파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금시조에 의해 구조돼 야자수 나무 중 하나에 놓여 진 바로 그 아이. 인도네시아에서 숭배되는 금시조는 오늘날 이 나라 항공사의 마스코트가 돼 있다. 전설 속의 금시조는 발 사이에 소, 심지어는 코끼리를 움켜쥐고 운반할 수 있는 거대한 새다. 이는 수세기에 걸쳐 인도 말라바르(Malabar) 해안 주민들에게서 구전되어 온 이야기다. 이는 마찬가지로 이따금씩 바다를 떠다니다 연안에 밀려온 커다란 살색의 코코넛 열매를 해변에서 줍곤 했던 스리랑카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야자열매는 항상 서쪽에서 왔고, 따라서 사람들은 열매의 근원지를 몰디브 섬에 국한시켰다. 바다를 건너왔다고 해서 코코드메, 즉 바다야자라는 이름이 붙었던 것이다. 그러나 바다야자라는 이 이름이 잘못됐다는 사실이 곧 밝혀진다.

짙은 갈색과 두 조각으로 나눠진 '암시적인' 형태 등의 이유로 사람들은 그 열매를 '검둥이 여자의 엉덩이'라고 불렀다.

세이셸 섬에서만 발견되는 바다야자의 전설

짙은 갈색이거나 검은색, 그리고 두 조각으로 나뉘어진 코코드메의 열매는 외설적으로 보인다. 프랄린 섬 발레드메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코코드메의 열매. 식물계에서 가장 큰 열매로 알려져 있다.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가 프랄린이란 세례명을 얻은 세이셸 군도의 작은 섬에서 코코드메를 발견한 것은 1768년이었다. 그 섬은 바로 루이 15세 시대의 해양부 장관, 가브리엘 드 수아죌, 즉 프랄린 공작에 헌정된 섬이다. 필자가 코코드메를 발견한 것도 이 섬의 유명한 발레드메(Valeé de mai/5월의 계곡) 국립공원에서다.

수천 그루의 코코드메가 계곡의 비탈을 덮고 있고, 가장 오래된 나무는 800년은 족히 넘었다고 한다. 높이도 35미터까지 클 수 있다. 나뭇잎은 야자열매의 크기에 따라 길이가 4~6m에 이르고, 폭도 2~4m나 된다. 그 나뭇잎들은 식물계에서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들은 암나무와 수나무로 나뉜다. 수나무에는 1~2m 길이의 원통형 이삭들이 있고, 이는 미소한 노란색 별모양으로 된 꽃들로 뒤덮인, 일종의 '페니스'다. 이 원통형 이삭 위로 화분(花粉) 생성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은 초록 제코(gecko/도마뱀)들이 습관적으로 배회한다.

암나무의 이삭들도 길이가 1~2m 가량이며, 두께가 5~13m인 초록 빛깔이 도는 꽃이 핀다. 씨앗은 두 조각으로 나뉘어져 있고, 두개의 조각은 마치 시암 쌍둥이처럼 붙어있다. 전체 덩어리는 10~22kg. 식물계에 존재하는 과일 중 가장 크다. 이 열매는 나무줄기에 5~8년간 매달려 있다가 땅에 떨어지는데, 이는 뉴턴이 사과가 떨어지는 걸 바라보며 느꼈던 것보다 더 주목할 만한 위험을 관광객에게 무릅쓰게 한다.

암 야자수는 25년이 되어서야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 자연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는 교훈을 주는 듯하다. 각 씨앗은 여무는데 7~8년이 걸리고, 싹이 트려면 3년 이상이 걸린다. 발아과정은 그야말로 스펙터클이다. 거대한 씨앗이 숨김없이 음부를 노출하고, 싹이 2개의 조각을 각각 구분하는 접합부의 털 뭉치에서 드러날 때는 자극적이기까지 하다.

씨앗이 미숙할 때는 너무 무거워 바다에 떠 있을 수 없고, 모든 발아 가능성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바다에 뜰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세이셸의 어떤 코코드메도 몰디브나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멀리 떨어진 연안에서는 결코 발아하지 못했다. 코코드메가 세이셸의 섬에서만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성 성기 모양의 코코드메 숫 열매(왼쪽)와 코코드메의 페니스를 오가며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초록색 제코(도마뱀). 발레드메 국립공원에서 촬영.

특히 코코드메 열매 중 정말 번식력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종을 영속시키려면 암수의 씨앗이 충분히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 한다. 통계학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상황. 코코드메가 족생(簇生), 즉 뭉쳐서 번식하는 종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코코드메의 학명은 '로도이세아 말디비카(Lodocea Maldivica)'다. 1768년 마리옹 뒤프레슨 탐험대에 이어 1771년 식물학자 코메르송이 루이 15세에게 경의를 표하면서 '루이(Louis)'의 라틴어 명칭인 '로도이세아'를 부여한 것이다. 이 이름 뒤에 따라붙는 말디비카는 앞서 말했듯 코코드메가 서쪽 해안에서 발견되다보니 몰디브 섬에서 온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코드메가 세이셸에서만 자라며, 결코 몰디브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 명칭은 국제식물용어 규칙에 따라 유지되고 있다.

최근 몇 세기 동안 세이셸의 야자수는 지나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급격하게 쇠퇴했다. 이를 자각한 세계는 이 종을 보호할 목적으로 그 때부터 직접적인 수확을 통제했고, 열매의 판매는 세이셸 정부의 독점대상이 됐다.

인간의 탐욕이 부른 ‘코끼리 거북’의 멸종위기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은 일명 '세이셸 코끼리 거북'이라고 부른다. 세이셸 공화국 대통령 궁 정원에서 촬영.

세이셸 군도의 희귀한 코코드메를 발견할 수 있는 프랄린 섬의 또 다른 특권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의 서식지라는 것이다.

필자가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을 처음 만난 것은 프랄린 섬의 한 해변에서였다. 이 거북은 덩치가 세계에서 가장 커 유럽의 식민지 개척자들이 선상에서 식량으로 활용하기 위해 마구 잡았기 때문에 멸종 직전에 이르렀었다. 지금은 산호섬인 알다브라에서만 서식하는 희귀종 중 희귀종이다. 프랄린 섬이나 라디그 섬 등 해변가에서 이 거북을 발견 할 수 있는 건 세이셸 정부가 관광객을 위해 일부를 옮겨놓은 덕분이다.

프랄린 섬에서 만난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 성인 4명이 나란히 선 것과 같은 크기다.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은 세이셸 코끼리 거북이라고도 한다. 코코드메를 세이셸 야자수라고 하듯, 세이셸이란 이름을 굳이 앞에 붙이는 이유는 세이셸에서만 볼 수 있는 거북이기 때문이다. 이 공화국의 제임스 미셸 대통령이 박성효 전 대전시장에게 선물로 준 암수 한 쌍을 대전동물원에서도 볼 수 있다.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을 보면 왜 우리가 하나뿐인 지구를 가꾸고 보전해야 하는지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번영 뒤에는 자연에 대한 탐욕스런 지배가 있었다. 이 거북들이 멸종 위기 동물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게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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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자세월호 2016-11-07 11:35:49
검둥이 여자의 엉덩이라......지극히 인종적이고 성적인 표현이네요. 굳이 열매의 모양을 외설적으로 표현한 것도 그렇고, 인종적이고 성적인 표현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도 그렇고, 유려한 글솜씨로 예술인양 포장해서 내놓는 글쓰는 이들의 추잡하고 왜곡된 속내가 보이는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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