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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뒤에 숨어 ‘아니면 말라’는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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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권 뒤에 숨어 ‘아니면 말라’는 국회의원
  • 서울=류재민 기자
  • 승인 2016.10.14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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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마루에서] 잘못하고도 사과 안 하는 초선의원

국정감사는 ‘의정활동의 꽃’으로 불린다.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견제를 하는 장치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한다. 피감기관들은 바늘방석에 앉아 식은땀을 흘릴지 몰라도 의원들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알릴 절호의 기회다. 그래서 이 계절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꽃들’이 많다.

 

초선 의원들은 재선 이상 의원들보다 더 열과 성을 다해 존재감을 나타내려 안간힘을 쓴다. 내공은 부족하지만 근성 하나만은 최고다.

 

초선 근성으로 맞은 첫 국감서 '헛발질' 논란

 

열정이 과하면 실수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초선들의 실수가 아름답게 비쳐질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숙지를 제대로 못한 내용이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피감기관 관계자들을 호통치고 나무라며 따질 순 없는 노릇이다. 기자가 그러하듯, 의원 역시 정확한 ‘팩트’를 근거로 지적과 비판을 한 뒤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충남 당진시를 지역구로 둔 어기구(53)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이다. 특유의 ‘뚝심’을 앞세워 ‘초짜’ 딱지를 떼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번 국감에서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으로 소관 정부 부처의 정책에 대해 날선 비판과 정책 제시를 해가며 분투하고 있다. 그러던 그가 지난 달 29일 특허청 소관 국감에서 체면을 구겼다. 어 의원은 당시 국감에서 최동규 특허청장 아들의 취업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특허청이 ‘최 청장 아들이 아닌 동명이인(同名異人)’이라고 해명했다. 어 의원은 코너에 몰렸다. ‘묻지마 폭로’, ‘아니면 말고 식’의 부정적 수식어가 달린 기사가 잇달았다.

 

논란에 대처하는 의원과 보좌진의 무책임한 자세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 의원을 비롯한 그 어떤 보좌진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다. “(특허청장 아들의 채용 특혜) 의혹이 있으니 확인해달라는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며, 당시 질의순서가 오후로 계속 밀리면서 실제 구두로는 질의하지 못했다”고 항변한 게 전부다. “수정보도 자료를 낸 사실도 없다”고 했다. 특허청의 동명이인이라는 해명에 대한 진위여부를 확인해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특허청 국감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의원실에서는 ‘확인된 사실’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특허청의 해명대로 ‘동명이인’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면 이는 중대한 위증이며, 법적인 처벌대상이다. 반대로 동명이인이란 사실이 밝혀졌다면 어 의원은 공식 사과해야 마땅하다.

 

사실관계 확인 뒤 공식 입장 표명 안 해, '아니면 말고'식 수습 안 돼

 

그런데도 어 의원이나 보좌진은 침묵하고 있다. 짧지만 강하게 쌓아왔던 ‘뚝심’의 이미지에 심한 상처가 났는데도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상처는 그대로 두면 덧나기 마련이다.

 

국감기간 보좌진의 수고로움과 피로는 충분히 이해한다. 의원회관에서 밤을 새는 날이 비일비재하고, 끼니도 거르기 일쑤다. 그 모든 고생은 결국 자신이 모시는 ‘영감(국회의원을 지칭)’을 ‘꽃’으로 만들기 위해서 아닌가.

꽃이 꺾이는 걸 바라지 않는 보좌진의 충성심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대다수 보좌진이 국회 경험이 없고, 자료 준비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면 당사자를 찾아가 사과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올바른 자세다.

 

피감기관에는 증인 선서를 통해 위증 시 법적 책임을 요구하면서 정작 국회의원은 면책이란 ‘특권’ 뒤에 숨어 말마따나 ‘아니면 말고’로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어 의원과 보좌진의 자세와 태도가 한층 성숙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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