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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책 밭의 글부들', 3인의 학생 작가 탄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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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고 '책 밭의 글부들', 3인의 학생 작가 탄생기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9.09 13:3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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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성남고등학교 최성민·이유진·송정현 학생

 

‘책’이라는 밭에 ‘글’이라는 씨를 뿌려 출간의 열매를 맺은 성남고등학교 학생들이 있다.

 

 

주인공은 3년 전 세종시교육청 공모사업을 통해 생긴 성남고 동아리 ‘책 밭의 글부들’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성민(3학년), 이유진(2학년), 송정현(3학년) 학생.

 

이 동아리는 손석근 국어 교사의 지도 아래 개설 첫 해 10명 중 7명이 지원금을 받아 책을 출간했으며 전국 학생 책 축제에서 세종시 대표로 출전, 대표 발표를 통해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꿈과 진로를 찾아 나선 이들 3인의 여정이 고스란히 책 한 권에 담겼다. 학생들을 만나 집필 과정과 그들의 꿈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크라테스 철학에 ‘매료’… “철학은 불우한 가정환경 속 신호등 같은 존재”

 

 

흔히 ‘철학의 위기’라는 시대에 최성민(3학년) 군은 소크라테스 철학에 빠졌다. 가정환경 상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초등학생 때, 그는 도서관에서 빨간색 양장권으로 된 플라톤의 <국가>를 만났다.

 

 

이후 최 군은 서양철학에 빠져 관련 서적을 탐독해 소크라테스에 관한 책을 3권이나 냈다. 올해 5월 출판사 시간여행에서 출간된 <나의 멘토, 소크라테스>가 그 세 번째 책이다.

 

그는 “플라톤의 국가 3장에 보면 소크라테스는 ‘정의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구원할 여력도 없지만 그래도 정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며 “나 역시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이 구절을 읽고, 단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칸트,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등 수많은 서양 철학자가 있지만 그의 멘토는 오직 소크라테스뿐이다. 최 군에 따르면, 소크라테스야 말로 ‘근본’이라는 물음을 던지는 철학자기 때문.

 

최 군은 “소크라테스는 현대의 신호등 같은 존재”라며 “잠깐이라도 정의와 가치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삶의 교통 정리를 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손석근 교사는 “이 학생은 아버지가 어릴 적 세상을 떠나고, 홀어머니와 외할머니와 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해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다”며 “현재는 84세 고령의 외할머니와 거주하고 있지만, 계속 철학을 공부하기 위해 열심히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최 군은 법철학 연구자를 꿈꾸고 있다. 법 만능주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법이 남용되는 사회, ‘철학’이라는 브레이크를 걸어 법과 철학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시대에 기여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그는 “철학의 위기라고들 하지만 시대가 바뀌는 시점마다 철학은 항상 존재했다”며 “철학을 공부하기 전에는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릴 때가 많았지만, 지금은 언제나 오뚜기 인형처럼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는 강인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교 생활 내내 도움을 준 아버지 같은 선생님과 지금까지 제 옆을 지켜준 외할머니께 가장 감사하다”고 전했다.

 

패션은 소통의 수단, “스토리텔링 담긴 옷 만들고 싶어”

 

 

패션 디자이너가 꿈인 이유진(2학년) 양은 지난해 독서교육진흥사업 기금 지원으로 <Fashion In Times 유행의 탄생>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릴 적부터 줄곧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잡지를 즐겨보던 어머니 덕분에 매달 새로운 트랜드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게 이 양의 설명.

 

그는 “중학교 시기 진로를 찾기 위해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꿈을 정했다”며 “준비 방법과 조언을 구할 데가 없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책을 집필하면서 실제 관련 분야와 직업, 전공 등을 알아보며 미래가 좀 더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입시 미술을 시작하면서도 고민이 많았다. 자유와 개성의 상징인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왜 전형적인 입시 미술을 배워야 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

 

그는 “입시 미술을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며 “지난해에는 학내 패션 동아리 활동을 이끌었고, 현재는 서울 전시회 관람과 포트폴리오, 잡지 스크랩과 드로잉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책에는 19세기 의복부터 시작해 샤넬, 디올, 비비안웨스트우드 등 유명 브랜드의 분석과 유행이 탄생하는 과정이 담겼다.

 

그는 “사실 패션은 유행이라고들 한다. 과거의 패션은 아름답고 화려했지만 상류사회의 전유물이라는 개념은 물론 성별에 따른 기준과 차이도 강했다”며 “오늘날 패션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성별 상관없이 누구나 입고 꾸밀 수 있는 개성 표현의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양의 롤모델은 계한희 디자이너로 ‘KYE’ 브랜드를 운영, 최근 ‘EYEYE’라는 세컨 브랜드를 론칭한 미국 국적의 한국인 디자이너다.

 

그는 “보통 한국에서 패션디자이너를 지망하는 친구들은 외국 명품 브랜드들을 동경하곤 하는데, 롤모델로 삼고 싶은 디자이너는 계한희 디자이너”라며 “자신과 주변에 있는 것들을 활용해 스토리텔링이 있는 옷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는 한복에도 관심이 생겨 실제 생활한복을 사서 입어보기도 했다. 향후에는 현재 생활한복의 틀을 벗어나 한국 고유의 요소가 조화롭게 접목된 생활한복 브랜드를 론칭하는 게 꿈이다.

 

끝으로 이 양은 “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옷을 만들어 옷을 통해 소통하고 싶다”며 “난해하거나 화려하기만 한 옷이 아닌 누구나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올해 그는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다. 드로잉과 컬러링을 지속적으로 해온 만큼 이번에는 패션 잡지 형식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섬마을 시골 배경 소설 출간… “힐링 주제로 한 가족 드라마 집필이 꿈”

 

 

 

지난 6월 <섬복이>라는 단편소설이 출간됐다. 섬마을 시골에 사는 8살 주인공을 주제로 마을공동체의 모습과 의무교육에 대한 시각 등을 담은 작품이다.

 

 

놀랍게도 책을 집필한 송정현(3학년) 양은 책의 배경과는 다른 삶을 살았다. 대전에서 조부모와 함께 생활했기 때문에 시골에 갈 기회도 전혀 없었고, 책에 쓰인 경상도 사투리도 전혀 할 줄 모른다는 것.

 

그는 “실제 겪거나 체험한 현실과는 다른 얘기를 하고 싶었다”며 “사투리는 경상도 출신인 국어 선생님의 말투를 유심히 살펴 활용했고, 경주 출신인 큰아버지와 사촌언니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책의 줄거리는 섬마을에서 부모님, 할머니, 이웃들과 어울려 살고 있는 섬복이의 의무교육에 관한 내용이다. 육지에서 온 교육 관계자들은 섬복이를 데려가 학교에 보내려 하지만 아버지는 이에 반대한다.

 

송 양에 따르면, 줄거리 구상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뤄지는 선행학습 등 의무교육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데서 시작됐다. 대안학교의 활성화, 농촌으로의 회귀 등 최근 교육의 추세를 반영한 내용이다.

 

그는 “특히 ‘최후의 바다, 태평양’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며 “경쟁 사회에서 살아가는 도시 아이들보다 협력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섬 아이들이 오히려 행복지수가 높다는 사실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손석근 교사는 “사실 초고를 봤을 때 스토리 구성이 너무 탄탄해서 혹시 어디서 차용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고등학생의 순수 창작물이라고 하기엔 수준이 높아 책으로 내게 됐다”고 했다.

 

송 양의 꿈은 드라마 작가다. 최근 응답하라 시리즈 등 가족을 소재로 한 대중적인 작품을 쓰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드라마를 좋아하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어느 샌가 드라마가 재미없다는 말을 하셨다”며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착한 드라마를 집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요즘 드라마들은 소비적인 작품이 대부분이고, 남녀 간의 사랑이나 트랜디한 이야기들뿐이어서 드라마가 가볍게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 양은 “삽화를 그려준 성남고 만화창작과 김서린 친구와 글쓰기에 용기를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며 “무엇보다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따뜻한 사랑을 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께 가장 감사하다”고 전했다.

 

꿈과 진로를 찾기 위한 여정이 한 권의 책에 담기고 있다. 글쓰기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과 이들을 돕는 한 교사, ‘책 밭의 글부들’에서 나올 또 다른 책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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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 2016-09-12 08:11:56
앞으로도 세종시 동네소식 많이 전해주세요`

까치 2016-09-10 07:53:47
멋진아이들^^

해바라기 2016-09-09 14:48:33
성남고 얼굴들 좋은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글에 나온 학생들의 꿈이 꼭 이루어져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황희정승 2016-09-09 13:13:30
책은 사람이 만들지만, 사람을 만드는것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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