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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지만…이웃 생명 살린 어진동 상인과 세종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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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면식 없지만…이웃 생명 살린 어진동 상인과 세종시민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9.07 10: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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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세종중앙타운 김동기 관리센터장

 

평생을 박복하다고 생각해온 한 60대 근로자가 지난달 이웃 상인들 덕분에 새 삶을 얻었다. 지병으로 쓰러진 후 병원비가 없어 수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상인들과 시민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수술을 무사히 마친 것.

 

세종시 어진동 중앙타운 관리센터 근로자 11명과 상인 60여명, 무명의 기부자 10여명은 지난 달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까지 이웃 혹은 동료를 위해 선뜻 기금을 내놨다.

 

모금 활동은 쓰러진 관리센터 기사 박창범(63)씨가 일하는 세종중앙타운 김동기(62) 관리센터장이 주도했다. 박 씨의 동료이자 상사인 그를 만나 어떤 사연인지 들어봤다.

 

급박한 상황, 관리센터 직원들 자발적 기금마련 나서

 

상가 관리센터 기사 박 씨가 출근 후 방재실에서 쓰러진 건 지난 8월 4일. 심장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로 충남대학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진단 결과, 관상동맥 3개 중 2개가 완전히 막혀있었고, 나머지 1개도 막히기 직전인 위험한 상황이었다.

 

김 소장은 “당시 응급실에서 막힌 관상동맥 1곳을 뚫는 긴급 수술을 마쳤지만, 이후 남은 관상동맥 수술을 앞두고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동료이자 부하직원의 딱한 사정이 답답하기만 했다. 길게는 1년을 함께했고, 짧게는 3~4개월을 함께한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 무엇보다 박 씨가 아내와 자식 없이 홀로 지내는 처지라 더 마음이 쓰였다. 

 

그는 “동료들은 대부분 미화원, 경비원 등 저임금 근로자들이었지만 우선 직원들끼리 성금을 걷기로 했다”며 “관리단 내 총 11명이 하루 만에 300만 원을 모금했지만 총 수술비(1200만 원)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했다.

 

불경기에도 상인들 도움 이어져…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도 ‘합세’



수술비가 없어 걱정하던 동료에게 그는 일단 수술 날짜부터 잡았다. 급한 대로 수술날짜부터 정한 뒤 돈을 마련해보자는 다소 무모한 생각이었다.

 

그는 “우선 상가 입주자대표회장님과 상의해 월급을 일부 가불해주기로 했고, 이마저도 부족해 결국 상가 내에 도움을 요청하는 호소문을 붙였다”고 했다.

 

관리사무소는 수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매달 관리비에서 월급과 부대비용을 제하면 여유 자금마련이 쉽지 않다. 관리단이 가불을 결정한 건 생각보다 큰 배려인 셈.

 

김 씨는 모금을 시작하면서도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컸다. 심각한 불경기에 높은 임대료까지 세종시 상인들의 상황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

 

하지만 ‘100만원이나 걷힐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일주일 사이 기적으로 바뀌었다. 적게는 1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까지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던 것.

 

그는 “기금을 내놓은 이들은 대부분 상가 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소상인들이었고, 그중에는 퇴직한 미화원과 무명의 기부자들도 10여 명 있었다”며 “무명의 기부자들은 상인들의 지인이거나 손님으로 온 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이었다”고 했다.

 

이웃 상인들뿐 아니라 작은 봉사단체들도 합심했다. 이들 단체가 병원에 박 씨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호소해 준 덕분에 급여명세서 등 관련 서류를 제출, 감면된 금액으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작은 봉사단체들의 도움은 물론 병원비 모금 활동이 알려지면서 방송국에서도 도움을 받았다”며 “무엇보다 상인들과 이를 안 시민들의 숨은 네트워크가 총 동원된 결과”라고 했다.

 

관리소장 김 씨에 따르면 이 일을 알리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부하직원의 딱한 처지를 넘길 수 없어 행한 일이 생색으로 비춰지거나 괜한 주목을 받게 될까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기 때문.

 

그는 “최근 대전에서 쓰러진 택시기사를 놔두고 짐을 챙겨 떠난 비정한 시민을 비롯해 검찰비리, 구속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 일을 통해 그래도 아직 배려가 남아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3차 수술 마치고 회복 중, 곧 세종시민으로 정착할 것”

 


현재 3차 수술을 마친 박 씨는 회복 중에 있다.

 

박 씨는 “평생 박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줄 몰랐다”며 “이번 계기를 삶의 전화위복으로 삼아 받은 도움을 돌려줄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대전에 거주중이지만 곧 세종에 새 둥지를 틀 계획이다. 홀로 살고 있는 그의 건강을 걱정한 직원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가까이서 그를 돌보고자 이사를 권유했기 때문.

 

김 소장은 “직원들이 함께 동료가 머물만한 작은 원룸을 알아볼 계획”이라며 “앞으로는 동료를 넘어 이웃사촌으로서 함께 살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웃 상인들과 시민들의 마음. 어쩌면 사회는 이런 마음 덕분에 지탱되는 것일지 모른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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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언니 2016-09-07 21:34:04
정말 따뜻한 기사입니다.
세상사는
사랑향기나는 일.
이곳세종에서 함께 살고있어서 행복합니다.

커피가좋아 2016-09-07 16:20:50
따뜻한 기사네요.. 사는게 참 딱딱해 보여도 잔정은 남아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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