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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소비가 아닌 창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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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소비가 아닌 창조의 힘이다
  • 류태희
  • 승인 2016.08.10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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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태희 행복도시세종필하모닉오케스트라 | ‘서울시향 사태’의 마무리를 보고

대한민국 예술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건 중 하나인 ‘서울시향 사태’.


이 사건은 지난해 12월 서울시향 사무국 소속 직원 17명이 박현정 당시 서울시향 대표의 성추행과 인사 전횡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직원들은 호소문을 통해 박 전 대표가 “회사 손해가 발생하면 너희들 장기라도 팔아라”, “너는 미니스커트 입고 네 다리로 음반 팔면 좋겠다”는 등의 폭언을 했고, 회식자리에서 남자 직원의 넥타이를 당기며 만지려고 하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한 내용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파만파 충격이 일었던 사건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지난 4일 오후 서울시향 지휘자였던 정명훈이 ‘항공료 횡령’ 의혹을 벗은 데 대해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엄청난 피해를 봤으나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져 다행”이라고 밝히면서 일단락 됐다.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인 정명훈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4일 보도자료를 내고 “항공권 등 횡령 혐의 고발사건에 대한 1년 반에 걸친 경찰 조사 결과 정 전 감독이 아무런 위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정명훈 전 지휘자는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제기된 많은 의혹과 형사고발에 대해 경찰의 철저한 조사 결과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입증돼 다행스럽다”며 “다만 나와 서울시향이 오랜 기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의 방법으로 공격을 당함으로써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 점은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정 전 감독은 이어 “지난 10년간 서울시향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진실한 마음으로 성심을 다했다”며 “이번 일을 통해 각고의 노력으로 어렵게 쌓아 올린 성과가 얼마나 허무하고 손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살펴보면 잘못은 어디에 있었을까.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의 교향악단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세계적인 지휘자를 불러들였으나 그 뒤 여러 가지 설(說)들이 난무, 본말이 전도되더니 교향악단의 대표가 새로운 경영을 이유로 바뀌면서 일어난 일이다.


이를 통해 정명훈과 박현정의 조합은 잘못된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행정제일주의라는 ‘덫’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고 본다. 예술은 기계적 효율이나 행정적 효율에서 제외돼야 함에도 ‘빨리빨리’ 문화를 적용한 것이 그 이유다.


정명훈은 음악만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행정에 대해 무엇을 알겠는가. 행정을 하는 사람들이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했다. 외국 내에서 교향악단의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고국  교향악단의 예술감독과 지휘자로 살게 하려면 그만한 뒷받침이 있어야 했다.


물론 정명훈이 스스로 알아서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교향악단을 조련하며 하나의 소리를 이끌어 내려면 그만큼의 집중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예술의 가치는 돈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경영의 성과도 계산하는 법이 달라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세계적인 지휘자에게 상처를 준 셈이 되고 말았다. ‘종교가 힘을 상실할 때야 비로소 예술이 만개할 수 있다’고 역설했던 니체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지만, 행정가들은 예술은 소비가 아니라 새로운 창조를 위한 힘이며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톨스토이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가는 자기가 경험한 것만큼 남에게 전해줘야 한다’고.


정명훈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전해주게 될까? 부담스러운 말일지 모르지만 정명훈이 부디 대인(大人)의 면모로 작은 것에 여념하지 말고, 큰 걸음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우리 대한민국의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마에스트로(maestro)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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