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바보' 법제관 아빠가 '법 이야기' 펴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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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바보' 법제관 아빠가 '법 이야기' 펴낸 이유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7.13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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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부세종청사 법제처 이상수(47) 법제관
'법제관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법 이야기' 출간


 

판사, 검사, 변호사. 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법이 만들어 지는 과정 속, 말 그대로 법을 만드는 일을 하는 ‘법제관’이 교과서엔 없는 법 이야기를 책으로 내 화제다.

 

두 딸의 아버지이자 법제처에서 교육부 전문 법제관으로 일하고 있는 이상수(47)씨. 그는 지난 6월 해드림출판사에서 '법제관 아빠가 딸에게 들려주는 법이야기'를 출간했다. 직접 만나 두 딸로부터 시작된 집필과정과 법제관이라는 직업에 대해 물었다.

 

두 딸로부터 시작된 고민…교과서엔 없는 ‘법’ 이야기

 

그는 법제처에서 정보통신부, 환경부, 해양수산수 관련 법령의 심사를 담당해왔다. 캐나다 직무연수를 마치고 2012년 법제처 법제총괄담당관을 맡아 정부입법 업무를 총괄했다. 이어 2년간 제주도 법제자문관으로 파견근무를 마친 뒤 작년에 법제처로 복귀했다.

 

바쁜 업무에도 책을 출간하기까지는 두 딸의 힘이 컸다. 이 책은 언젠가 ‘아빠는 무슨 일을 해요?’라고 물었던 딸의 질문으로부터 탄생했다.

 

“질문에 답변을 하려니 법제관이라는 직업을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그러면서 두 딸이 법에 관한 상식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왜 그럴까 싶어 중학교 사회책을 펼쳐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재판이나 헌법 등 주로 법을 사법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을 뿐더러 내용 자체도 부족했어요.”

 

그는 이 기회에 두 딸을 포함한 대한민국 모든 아이들에게 교과서엔 없는 법 이야기를 전해주기로 결심했다. 마침 중학생이었던 두 딸도 겨울 방학을 맞았고, 그는 방학기간 동안 아이들과 함께 두 달 간 집필에 매진했다.

 

“중학생 아이들이 궁금해 하거나 꼭 알아야 할 것 위주로 소재를 정하고, 적당한 그림과 내용을 함께 고민했어요. 덕분에 모처럼 두 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돼 행복했죠(웃음). 평소 글쓰기와 디자인에 관심이 있던 아이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무엇보다 책이 출간되고 법제처 공무원들이 가장 기뻐했습니다. 다들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거죠.”

 

법제처 ‘어린이 법제관’ 운영…“법은 삶을 지탱하는 공기와 같아”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선 직업 '법제관'은 대부분 국회에서 만들어진 법을 검토하는 일을 한다. 정부에서 제출한 법이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지, 다른 법률과 중복되지는 않는지 확인한다. 때에 따라 법을 개정하기도 한다.

 

“교육부 전문 법제관은 교육부의 정책과 관련된 법을 검토해요. 예를 들어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 1학년 혹은 2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가 실시됐죠. 이 제도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포함돼 있어요. 이런 제도를 법으로 만들고 심사하는 사람이 바로 법제관이죠.”

 

‘법’이라는 단어는 괜히 무섭고, 딱딱하고,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저자 역시 책을 집필하면서 이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5년째 법제처에서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청소년법제관이라는 제도가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기본 법제교육 강의를 하면서 이들의 관심분야를 알게 됐고, 당시 보고 느꼈던 것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처음엔 어려워해도 연말 발표회를 보면 생각보다 많은 성과가 있더군요.”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법제관은 지역별로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을 대상으로 모집해 운영한다. 청소년법제관은 학교 단위로 모집하는데, 세종에서는 올해 조치원여중이 선정됐다.

 

아이들은 법 기관을 탐방하고, 기본적인 법제교육과 골든벨 행사 등을 통해 법과 친숙해질 기회를 갖는다. 또 학교규칙과 관련해 이를 개정하는 등 법제 활동을 펼치면서 실제 성과를 내기도 한다.

 

“아이들도 법을 알아야 합니다. 법은 우리 삶을 지탱하는 공기 같은 거죠.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법은 거미줄처럼 우리의 삶에 얽혀 있죠. 법과 친숙해진 아이들은 최소한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도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웃음).”


   

사회 발전과 법 개정… “모든 국민이 법제관 돼야”

 

그는 "아이들이 법을 알아야 할 이유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국가에서는 법을 알아야 나라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국민법제관’이라는 제도를 설명했다. 각 분야의 시민 전문가들이 법 심사에 참여, 의견을 낼 수 있는 제도다.

 

“모든 국민이 법제관이어야 합니다. 국민들이 법을 알아야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고, 또 이와 관련된 의견을 내줘야 법도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법 개정에서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기존의 법을 발전하는 사회에 맞춰 수정해 더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함이에요. 어떤 법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법제처나 국민신문고를 통해 누구나 의견을 낼 수 있습니다.”

 

법과 관련된 교육과정은 학교 사회교과가 전부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라는 명제를 비롯해 입법·사법 과정, 법의 분류와 정의에 대해 배우게 된다. 고등학교에서는 사회탐구 과목으로 ‘법과정치’가 있지만, 문과생 응시율이 10%에 지나지 않는다.

 

“중·고등학교 사회 교과서나 고등학교 선택 과목이 다루고 있는 법의 범위와 깊이가 부족한 편입니다. 이번 책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고등학교 버전 법 이야기 출간을 생각하고 있어요. 또 법제관으로서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참고가 될 만한 책을 추가로 내고 싶습니다.”

 

법을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법제관마저 말로 하기 힘들어 책을 낼 정도다. 하지만 딸 바보 법제관은 이렇게 말한다.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알고, 주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아이들은 법을 알아야 한다"고.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법이 있어야 하고, 좋은 법을 알고 지키며 자란 아이들이 올바른 사회를 만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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