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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싸움 구태 못 벗은 세종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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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싸움 구태 못 벗은 세종시의회
  • 최태영 기자
  • 승인 2016.10.2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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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최태영 편집국장


세종시의회가 감투싸움 하느라 파행의 연속이다. 의장직을 놓고 ‘반란’이란 평가가 나오더니, 그 여파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이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데도, 의원들은 개인과 정파의 이익에 매몰돼 본연의 업무는 뒷전이다.

 

최근 ‘일하는 국회’와 ‘협치’를 강조한 20대 국회가 첫 대정부 질문부터 막말과 고성으로 파행하는 구태를 반복했다.

 

세종시의회를 지켜본 느낌도 이와 비슷하다. 2대 시의회가 젊어졌을 때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기대감이 앞섰고, 의장 선거 때 자신의 후보등록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며 본회의장에서 떼를 쓰는 의원이나 워크숍을 가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바다낚시’만 즐기다 온 의원들이 있을 때는 암담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1일과 4~5일 3일째 본회의를 열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다. 요는 더민불어민주당이 상임위 배정을 놓고 당초 양당 간 한 합의를 깼다는 것이다. 당초 양당 합의안은 상임위원장 2석씩 고루 배분하는 것이었다. 더민주가 산업건설위원장(안찬영)과 교육위원장(이태환)을, 새누리가 운영위원장(김선무)과 행정복지위원장(김복렬)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실시한 의장 선거에서 더민주 당내 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에 그 후폭풍으로 상임위 배분을 둘러싸고 양당 간 파열음이 커진 측면이 크다.

 

시의회는 상임위 배정 문제를 놓고 먼저 지난 1일 오전 연 본회의를 파행으로 끝맺었다. 양당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그러다 이날 오후 3시쯤 개회해 산업건설위원장, 행정복지위원장, 의회운영위원장, 교육위원장 등 4개의 상임위 중 산건위원장과 행복위원장 두 상임위만 처리했다.


나머지 2개 상임위(운영위·교육위) 중 운영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파행이 연출됐다. 1일 오후 운영위원장 선거에서 더민주 의원들이 뜻밖의 무소속 김정봉 의원을 밀자 이 반란에 대한 평가가 또 엇갈렸다.

 

당장 새누리 측에선 ‘도행역시(倒行逆施)’라는 표현을 써 가며 김선무 의원을 뽑기로 한 양당 합의를 파기했다며 더민주를 몰아붙였다. 더민주도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란다’며 새누리 측을 비판했다.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며 본회의 파행은 계속됐다.

 

사실 이는 지난달 30일 우여곡절 끝에 고준일 의원이 후반기 의장으로 당선되자 역시 이 반란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면서 갈등의 싹이 튼 것이 계기다.

 

한쪽에선 중앙정치만 해도 가뜩이나 시끄러운 터에 세종시의회도 이처럼 불안한 후반기를 출발하는데 우려를 나타냈고, 다른 한쪽에선 이를 특정정당의 독주를 막는 자치의지로 평가하면서 반기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최근 잇단 파열음을 내는 것은 사실 고준일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될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고 의원은 다수당인 더민주 내에서 3선으로 최다선인 박영송 의원을 후반기 의장으로 뽑자는 당내 논의 과정에 뛰쳐나와 독자 출마하는 돌출 행동을 보였다. 고 의원은 결국 새누리당의 몰표(6표)와 무소속(1표)의 힘을 등에 업고 후반기 의장으로 당선되는 첫 반란을 연출했다.

 

결과적으론 고 의원 스스로 명분도 원칙도 없는 ‘적과의 동침’을 택한 꼴이 됐다. 개인적으로야 실익이 있었을지 모르나, 같은 당에서는 “(고 의원이) 자리에만 연연한 치졸한 처사”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했다. 정당정치의 개념을 뒤 흔든 셈이어서 그렇다. 향후 지방선거에서 고 의원의 위치마저 쉽지 않을 것이란 말들도 나온다.

 

고 의원이 독자행동을 한 것 역시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4.13 총선 때 더민주 대부분의 의원들이 무소속 이해찬 후보를 지지한 것과 달리 당에 남아 더민주로 출마한 문흥수 후보를 지지하면서 묘한 간극이 벌어진 것이 계기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당에 남았던 고 의원이 스스로 후반기 의장 선거 때는 자리에 연연하며 당내 합의를 깨는 구태를 보인 셈이 됐다. 마치 당내 이해찬계와 문흥수계 아바타들이 벌이는 ‘계파싸움’으로까지 비춰지는 대목이다.

 

고 의원은 더민주 소속으로 의장에 당선됐으나, 더민주 의견에 가깝다고 보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되레 새누리 편에 섰다는 오명을 쓰고 있다.

 

지방의회가 부활한지 25년째를 맞는 가운데 원 구성 때마다 단골처럼 ‘감투싸움’을 벌이는 모습에 실망을 느낀 건 한 두 번이 아니다. 패기 넘치는 젊은 의회를 기대했던 세종시의회가 옛 ‘연기군의회’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 드는 건 대다수 시민일 것이다.

 

세종시의원들이 보여준 행태는 지방의회와 의원들에 대한 기대를 다시 생각케 하기에 충분하다. 1991년에 부활한 지방의회가 기성 정치인들처럼 비생산적인 감투싸움으로 의회를 파행으로 몰아넣는 걸 시민들은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불신 받고 있는 세종시의회의 경우 시민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만족도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 여론조사에선 ‘지금처럼 하려면 차라리 지방의회 문을 닫으라’는 의견이 68%를 차지한다는 결과를 보면 대단한 불만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여론 조사 역시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닐 법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만드는 지방의회다.

 

더 이상 지방의회의 본보기가 국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지방의원들의 사명감과 개혁의지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지방의회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불신을 받고 있는 건 여러모로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그럼에도, 실망스럽다고 포기하거나 외면할 수 없는 제도다. 전국적으로 매번 벌어지는 자리다툼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시민들의 시의회에 대한 관심과 성원도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바로 세워 보려는 것이 선거에서 나타나는 ‘민의(民意)’라는 사실을 지방의원들이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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