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주부 중심 '더 열매', 문학에 목마른 자들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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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주부 중심 '더 열매', 문학에 목마른 자들의 '샘'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6.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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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학부모 구성된 문학 모임, 시·소설·동화·칼럼 등 다양한 글쓰기 토론



“글 속에 ‘그 사람’이 없으면 그 글은 죽은 글이 됩니다. 글은 나를 표현하는 방법 그 자체기 때문이죠.”

 

세종시 글쓰기모임 ‘더 열매’ 회원 15여 명은 한 달에 두 번, 화요일 저녁마다 도담중 도서실로 모인다. 이곳은 글쓰기에 목마른 자들이 하나 둘 모이는 ‘샘’과 같은 곳이다.

 

지난해 3월 ‘열매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회원들은 지난 1년 간 진행한 프로젝트성 글쓰기 모임을 마쳤다. 유시민 작가를 비롯해 천효정 동화작가, 강창훈 편집자 등을 초청해 글쓰기 강의를 듣고 교재를 정해 작법을 공부한다. 그 결과 각자의 작품도 발표했다.

 

이들은 올해부터 ‘더 열매’로 이름을 바꿔 다시 펜을 잡았다. 원고지 10매를 뜻했던 ‘열매’에서 올해는 '열매 이상'을 뜻하는 ‘더 열매’로 진화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어떤 결과물, 즉 열매를 맺다는 의미도 들어있는 셈이다.

 

세종시 교사·학부모, ‘문학’으로 만나다

 

더 열매의 구성원들이 다소 눈길을 끈다. 회원들은 교사와 일반 주부들이 전부다.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관계일법한 교사와 학부모가 한데 모이게 된 이유는 무얼까.

 

회원 백순주씨는 “모임의 첫 번째 의미는 글쓰기이고, 두 번째 의미는 교사와 학부모가 만난다는 데 있다”며 “학교 밖으로 나오려는 교사들과 학교 안으로 한 걸음 다가가려는 학부모가 만나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게 됐다”고 했다.

 

이들이 쓰는 장르는 시, 소설, 동화를 포함해 칼럼, 기사까지 다양하다. 특히 과학 선생님이자 독서광인 아름중 교사를 포함해 아마추어 시인에 버금가는 글 솜씨를 가진 사람은 물론 등단을 꿈꾸는 회원들도 있다.

 

유우석 작가는 “등단한 작가지만 여럿이 모여 의견을 주고받으며 비평하는 합평 시간을 통해 새롭게 배우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작가로서 접하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새삼 놀란다는 것.

    

합평 때는 날카로운 지적과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자신들만의 전문 분야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다. 또 시, 소설, 동화, 칼럼 등 서로의 분야가 정해져 있어 주고받을 것도 많다.



태안 학교서 시작된 ‘어머니 독서교실’

 

유우석 작가는 지난 2015년 3월 창비에서 장편동화 『보물섬의 비밀』을 출간했다. 1975년 봄 전남에서 있었던 ‘신안 보물선 사건’을 모티브로 한 모험동화다.

 

그는 2003년 대전지역 한 일간지가 주관하는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태안 바닷가 마을에서 3년 간 교직생활을 했다.


유 작가는 “당시 동화 이외에도 여러 장르의 글을 썼다”며 “보물섬의 비밀은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아마 태안에서의 경험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의 경험이 발현돼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그는 당시 어머니 독서교실을 운영한 적이 있다. 대부분 바다와 관련된 고된 일을 하는 주부들이지만 저녁이면 교실에 모여 책을 읽고, 문학을 꽃피웠다.

 

그는 “예전에는 문학 소녀였는데 지금은 짧은 글도 이해하려면 몇 번 읽어야 한다는 한 학부모의 말이 참 슬펐다”고 회상했다. 세종으로 와서 그가 시작한 글쓰기 모임도 아마 이런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이어 그는 얼마 전부터 초등학생들과 주고받기 시작한 ‘편지’ 이야기를 했다. 교육청에 들어오면서 학교와 떨어지게 돼 학생들을 만나지 못했고, 만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보니 얻은 결론이다. 유씨는 현재 세종시교육청에서 파견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유 작가는 “하르트무트의 ‘왜 학교에 가야 하나요’라는 책을 보면 삼촌은 학교에 왜 가야하는지 묻는 조카에게 편지를 써주는데, 쉽게 말해 편지 형식의 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에게 편지로 글쓰기 숙제를 내고,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들을 묶어 한 권의 책을 만들 생각이다.


유 작가는 "서로의 얼굴을 모른 채 편지를 읽고 쓰는 행위는 짧은 글 속에서 그가 어떤 아이인지 관찰하고 기대하게끔 만든다"고 했다. 

 

아이들의 이야기, ‘동화’에 무지한 사회

 

현재 더 열매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민정(41) 작가는 동서문학상(2005), 부천신인문학상(2009)을 비롯해 한국안데르센상을 수상한 동화작가다. 지난해 부터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동화에 무지한 사회를 언급하면서 “엄마들은 물론 초등학교 교사들도 생각보다 동화라는 장르에 무지한 편이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흔히들 그림책이 동화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릴 때 읽었던 명작동화나 전래동화 정도만 동화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는 얘기다. 창작동화의 발전 속도와 비교해 동화에 대한 인식 자체는 그만큼 더딘 셈.

 

유 작가는 “좋은 동화를 고르는 법은 따로 없는 것 같다”며 "동화는 읽는 아이들의 마음으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원하는 동화가 좋은 동화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시, 소설 등 강의 준비… 올 연말 ‘작품집’ 목표

 

모임은 매번 오후 9시 전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 이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되기 일쑤다. 회원들이 가진 공통 관심사에 대한 갈증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더 열매는 시, 소설 등 각자 분야에 맞는 강의를 준비하면서 강연자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합평을 통해 발표한 작품들을 연말에 작품집으로 묶어 내고, 가능하다면 개인 문집도 내볼 계획이다.

 

회원들 중에 언젠가 등단을 하고, 자신의 첫 책을 출간하는 이들도 생길지 모른다. 좋은 흙에 씨앗을 심고, 물과 햇볕으로 마침내 열매 맺게 될 그들의 ‘글’. 고된 하루를 마치고도 펜을 잡게 하는 힘,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도 책을 펴게 하는 힘은 곧 ‘문학’의 힘이기도 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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