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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생각할 시간을 벌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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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생각할 시간을 벌고 싶었어요"
  • 안성원
  • 승인 2016.04.18 1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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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앱 ‘학교종이’ 발명한 송해전 아름초 교사



“무엇보다도 손이 많이 가는 유사 앱들과 달리 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시간을 절약해 교재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A초등학교 김모 교사>


“‘학교종이’(앱 명칭)가 가정통신문을 배부하고 회수해 주는 일만해도 고마운데, 거기다 통계 및 엑셀화까지 해줘 감동받았습니다. 이제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죠.”

<B초등학교 신모 교사>


스마트폰 앱(app, application) ‘학교종이’를 사용한 학교 현장 교사들의 평이다. 교실 교육과정과 자녀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고 회신할 수 있도록 제작된 앱 ‘학교종이’는 가정통신문, 알림장, 사진 등의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가정통신문의 배부와 수거로 인한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앱 개발자인 세종시 아름초 송해전(29·여) 교사. 그는 “신학기에 하루에 수 십장씩 발송하고 취합해야 하는 가정통신문 업무를 줄이려는 의도에서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개발하게 된 동기가 재미있다. 이 앱은 송 교사의 남편에 의해 완성됐다. 신혼임에도 학기 초 잡무로 송 교사의 귀가가 늦어지자 평소 프로그래밍이 취미였던 남편이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선 것.


이들 부부의 애틋함이 가져온 성과일까. 이런 노력의 결과가 점점 빛을 보고 있다. ‘학교종이’는 지난해 대전시 스마트콘텐츠 공모전 개발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학교에서 사용되던 앱을 세종교육연구원이 아예 올해부터 각종 학부모 특강, 연수 등의 신청과 홍보에 사용하고 있다.


현직 교사의 아이디어가 직접 반영되다 보니 실용성 측면에서 학교현장에서 사용 중인 다양한 앱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개인이 개발한 앱으로는 이례적으로 4500여명이나 사용 중이다. 다음은 송 교사와의 일문일답.






: : ‘학교종이’를 만들게 된 계기는.


“보통 교사들이 방과후에 여유가 많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동안 영어전담교사로 일하다가 지난해 학급 담임을 맡았는데, 학년부장도 동시에 맡게 됐다. 그러다보니 학기 초에 잡무가 무척 많았다. 가정통신문만 하루에 수 십장을 배부했다. 어느 날에는 통신문을 직접 세어보니 그날 발송되는 인쇄물이 28장이나 됐다. 학기 초에는 학부모와의 소통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인데, 오로지 가정통신문을 수합하는 업무로 일과를 보냈다. 또 어느 날에는 학부모가 찾아왔는데, 바닥에 앉아서 인쇄물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라더라. 종이 값도 만만치 않다. 어림잡아도 연간 350만~400만 원이 들어간다. 이미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 앱이 있었는데, 이 같은 문제는 그대로 잔재해 있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 : 앱이나 프로그램 등을 제작한 경험이 있나.


“없다. 사실 아이디어는 내가 냈지만, 앱을 완성한 건 남편이다. 지난해 1월 결혼했는데 밤 10시가 넘어서 퇴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귀가가 늦으니 남편이 걱정했고, 화를 내기도 했다. 3월 한 달간은 새벽 4시를 넘어 잠자리에 들기 일쑤였다. 취미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남편을 설득했다. 전공한 건 아니나, 대학 때부터 취미로 해왔고 교육관련 콘텐츠 작업에도 참여한 경력이 있었다.”


: : 그럼 아내에 대한 ‘사랑의 힘’이 앱 탄생의 동력인 셈이겠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남편이 한땀 한땀 직접 몇 만줄을 코딩하고 알고리즘을 만들었다. 나는 웹디자인과 아이디어만 냈다. 처음엔 남편이 1주일이면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실제 작업하다보니 더 오래 걸렸다. 그렇게 2~3개월간 1.0버전을 완성했다. 이걸 학교용으로 사용했다. 이후 기능을 보강해 2.0버전 제작에 들어갔다. 이때는 도저히 두 사람만으로는 어려워 한 카페 동호인들에게 부탁했다. 집단지성의 시대 아닌가. 뭐든 혼자만의 생각으로 완성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 : 다른 앱들과 다른 ‘학교종이’만의 특징은 무언가.


“기존 앱들은 가정통신문의 내용을 통보만 할 수 있고 수합기능이 없었다. 이를 학년, 학급, 학생 등 개별 단위로 쉽게 배부하고 응답을 회수한 뒤 그 결과를 통계와 엑셀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 등 자료를 첨부해 전달력을 높인 것을 비롯해 칠판 기능, 푸시 알림, 수신 확인 등의 기능을 첨가했다. 아이들과 재미난 추억, 학습 장면 등을 넣는 사진첩 기능도 있다. 충남(교육청)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했는데, 청양 공주 등 시골학교에서 근무했다. 당시 부모님과 떨어져 조부모와 사는 아이들이 많았고, 학부모의 동의가 필요할 때 어려움이 많았다. 이럴 때 ‘학교종이’는 선택적인 정보전달과 확인 및 응답이 가능하다. 예전엔 1학년 학부모가 6학년 학생의 가정통신문까지 받아야 했다면 ‘학교종이’는 특정 학생까지 지정한 뒤 전달이 가능해 학부모들의 집중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 : 앱 개발에 어려움은 없었나.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무료로 운영하다보니 서버나 문자 비용을 매월 수십만 원씩 자비로 써야 해서 조금 부담이 된다. 학교에서만 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이 사용될 줄 정말 몰랐다. 혹시나 해서 후원계좌를 열어놨더니, ‘3만원’ 들어왔더라.(웃음) 그래도 이런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만도 가슴이 벅찼다. 교사나 학부모 모두 ‘실용적이다’ ‘참신하다’ ‘광고가 없어서 좋다’ 등 호평을 한다. 교사들이 잡무를 줄이고 학생들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기여한다는 점이 뿌듯하다.”


: : 앱 개발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주변 교사들이 ‘멋지다’, ‘좋은 일 한다’며 격려하고 응원해준다. 즐거운 기분으로 힘을 낸다고나 할까. 응원의 말 한마디가 기쁘다. 반대로 앱에 대해 쓴소리를 하면 내가 낳은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 요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남편과 다른 아이디어에 대한 대화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당분간은 이 앱을 운영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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