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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사회를 위한 정치인의 '말(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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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사회를 위한 정치인의 '말(說)'
  • 최태영
  • 승인 2016.10.28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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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기자단이 주최해 열린 국회의원 후보자 초청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우리의 토론문화가 얼마나 전근대성을 벗어나지 못했나를 새삼 절감했다. 사상 처음 지역 출입기자단 주최라는 의미도 있거니와 지역 첫 토론회라는 점에서 이날 행사는 각계각층의 주목을 꽤 받았다. 나름 타이트한 진행과 어렵지 않은 질문들이오간 이유도 있다. 그러나 중반을 넘어설 무렵 상호 날선 공방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나온 원색적 발언은 결국 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차 질문을 통한 상호 토론 시간에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는 이해찬 후보에게 “작년에 세종-서울 고속도로 건설사업 확정의 공로로 이춘희 세종시장이 공주가 지역구인 박수현 의원에게 유공자 표창을 했는데, 지역 국회의원이 얼마나 한 일이 없으면 그러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이해찬 후보는 “토론회가 점점 유치해져 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표창 같은 작은 거 하나 가지고 토론회 격조를 떨어 트리고 있다”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모든 공약이 가능할 것처럼 얘기하는 건 공직자로서 잘못된 자세”라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사실 박 후보가 이 후보를 상대로 사전에 기자단이 제공한 정책이나 의제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신공격성 질문을 던진 셈이었다. 그렇더라도 교육부총리에다 국무총리까지 지낸 6선 현역인 이 후보의 원색적 발언에 순간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상식에 비춰 엉뚱하다고 할 만큼 품격을 떨어뜨리는 말로 들렸다.


언제부턴가 개인(인격)도 국가(국격)도 품격이 저급하다는 얘기들이 자주 언급된다. 국격의 비하는 외교활동에서의 무식한 대처나 국가지도자의 정제되지 못한 언행에서부터 해외 관광 나간 민간인의 추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인격의 비하는 특히 사회지도층 인사의 공·사석에서의 개념 없는 언행에 의하거나 사인의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서 정도를 벗어나는 언행에서, 또는 거래에서의 신용불량 등으로 인해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근래 들어와 각 분야에서 ‘막말’ 논란이 잇따라 회자되고 있는 탓이 크다. 그 심각성이 상식적인 도를 넘
는 수준인 듯하다. 특히 말이 많은 정치인들에게서 유독 심하다. 수년 전 국민들의 선택을 받고 한 국가의 통수권자가 된 대통령에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귀신의 자식”이라는 의미를 가진 ‘귀태(鬼胎)의 후손’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한 정치인이 있었다. 어떤 정치인은 기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지나친 성적(性的) 표현이 담긴 농담으로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여기자들을 성희롱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공분을 산 적도 있다.


사실 막말 논란은 비단 정치권만의 일은 아니다. 한 언론에서는 모 국내 항공사의 여객기 사고에 대해 “사망자들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라는 말로 유족들과 국민의 마음에 큰 상처를 입히기도 했다. 대학에선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들은 강의를 평가하는 인터넷 공간에 자신들을 가르친 교수와 수업에 대해 온갖 욕설과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고 쓴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독 정치인들의 ‘말’이 중요한 이유는 세상을 향한 그들의 침투력이 강한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정치인의 막말은 정치의 품격, 정당의 품격을 낭떠러지에 던지는 격이다. 이해찬 후보의 이날 발언 역시 우리 사회가 기다리고 있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아니다. 상식적으로 힘을 가진 자가 덜 가진자에게, 연장자가 아랫사람들에게 좀 유하게 대하는 것이 맞지 싶은데, 정치인들이 서로 주고받는 말들은 가히 섬뜩할 정도다.


정치인은 국민을 속여도 국민이 그를 버릴 수 없는 필요한 존재다. 이는 무엇보다 정치인의 막말 언어표현이 정화돼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려 있다는 말처럼 내친 김에 사회 전반을 흐르는 비속하고 저급한 대화 문화, 표현 문화를 고치는 노력을 20대 국회 때 해 보면 어떨까. 언어표현 등 총론적 각론적 교육과정을 포함한 체계적인 정치입문 교육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같은 정치인들의 진정한 자정노력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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