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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봐야 아름답다"…'두 바퀴'로 만나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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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봐야 아름답다"…'두 바퀴'로 만나는 세상
  • 한지혜
  • 승인 2016.03.31 1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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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인물·동호회 탐구 | 세종시한두리자전거동호회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이 왔다. 때맞춰 지난 주말, 깃발을 단 20여 명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제주도를 찾았다. 세종시한두리자전거동호회(이하 한자동)의 올해 첫 원정 라이딩. 회원들은 3박4일 동안 총 248km를 달려 천상의 섬을 한 바퀴 종주했다. 21일 새벽 제주도에서 돌아온 김익곤(61) 동호회 회장을 만나 ‘세종시 자전거 문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자전거 문화’ 만들기가 목적


“목포항에서 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했어요. 첫날은 제주항에서 송악산까지, 둘째 날은 송악산에서 성산까지, 셋째 날은 성산에서 제주항까지 달려 돌아왔습니다. 체력이요? 아직 충분하죠.(웃음)”


그는 4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탔고, 중병을 겪은 뒤에도 자전거를 놓지 않았다.


“동호회는 2012년 4월에 개설됐어요. 당시에는 대평리에 사는 10여명의 주민들이 중심이었는데, 현재는 신도시 주민 위주로 250여 명 가까이 늘었죠. 그중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50여명 정도입니다.”


당초 동호회 설립 취지와 목적은 ‘자전거 타기’였다. 하지만 3년차에 접어든 현재 그 목적이 더 광범위해졌다.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공익적인 의미가 커진 것이다.


“동호회를 통해 단순히 자전거를 즐기는 것을 넘어 자전거 문화를 만들고, 도시 홍보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깃발 라이딩을 시작했죠. 단체복과 깃발에 세종시 마크를 새기고 달리면서부터 저절로 자부심도 커졌습니다.”


일렬로 늘어선 라이딩 부대가 지나가면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 장거리 라이딩을 할 경우 예전에는 가는 곳마다 현지인들로부터 “어디서 왔냐”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 요즘은 깃발의 표식 때문인지 “세종시에서 왔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에게 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타도 타도 질리지 않는 게 매력”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또 “혼자든 여럿이든 상관없고, 시간과 나이에도 구애받지 않는 운동”이라고도 했다. 건강 측면에서 본다면 “마라톤이나 등산처럼 오래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는 운동이 아니어서 뼈나 연골이 상할 일도 없다”는 설명이다.


자전거를 못타는 회원이 있다면 곽연모(72) 전임 회장을 찾아가면 된다. 그는 현재 한두리교 아래에서 무료 자전거 강습을 열고 있다. 김 회장은 “다 같이 호흡을 맞춰 타는 게 미덕”이라면서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냐”며 웃었다.


그는 자전거 타기 가장 좋은 계절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를 꼽았다. “꽃비 내리는 섬진강 길을 달려본 이들은 그 풍경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럴 때는 시간이 간다는 사실마저 아쉬울 정도”라고 했다.






‘사람 냄새’ 나는 동호회 지향


그가 내건 모토는 “사람 사는 냄새 풀풀 나는 동호회”다. 남자들은 형님, 아우하며 돈독하게 지내고 여성 회원들에게는 존중과 배려의 마음으로 대하는 게 수칙이다.


“여성 회원도 적지 않지만 주말에 남편들 눈치 보느라 참여가 곤란한 경우가 많아요. 남편의 전폭적 지원 없이는 동호회 활동이 어려운게 사실이죠. 하지만 취미가 맞는 부부들은 함께 활동하기도 합니다. 현재 총 세 부부가 가입 돼 있어요. 서로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참 보기 좋습니다.”


요즘 여타 운동 동호회들의 폐해는 회원들의 무서운(?) ‘장비 자랑’이다. 그는 “장비자랑하지 않는 순수한 자전거 동호회를 지향한다”고 했다. “자전거는 보편적이고 서민적인 스포츠이기 때문에 거부감과 소외감이 생겨서는안 된다”는 철칙이다.


자전거 타기 좋은 세종시?… 아직은 ‘미흡’


세종시도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현재 공공자전거 ‘어울링’을 운영하고 있고, 총 401㎞의 자전거 도로망 중 현재까지 225km(56%)가 구축돼 있는 상태다.


김 회장은 “세종시의 자전거문화는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현재 시 차원의 적극적인 자전거 문화 홍보도 없을뿐더러 보완할 인프라도 많다는 것.


“자전거 천국을 만들겠다는 도시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공공자전거를 이용해야 한다는건 모순입니다. 시민들은 물론 외지 여행자들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해요. 자전거 길도 도로와 병행이 안 되도록 조성해야 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안전을 위해 도로와 완벽하게 차단시켜야 하지요. 세종시는 현재 흰색선만 연결해 놓은 정도인데, 보완해야 할 점이 아직 많습니다.”


금강 자전거길 종주를 위해 각지에서 온 라이더들. 그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불편은 음수대가 없다는 점이다.


“제일 큰 문제는 금강 자전거 길에 음수대가 없다는 거예요. 서울 한강만 봐도 음수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벤치와 정자도 많습니다. 반면 세종시는 벤치와 정자도 적고, 간혹 있더라도 땡볕에 설치돼 있는 게 문제죠. 자전거 문화는 자전거 도로만 조성해서는 발전이 어렵습니다.” 


그는 자전거 축제에 대해서도 “세종시가 개최하고 있는 자전거 축제는 형식적인 행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자전거를 타는게 아닌 자전거 ‘문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자전거 철학이다.




안전수칙’, 자전거 문화의 첫 걸음


자전거 길에도 중앙선이 있다. 우측통행은 물론 안전거리 확보도 필수다. 


“안전한 자전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비 착용이 필수입니다. 헬맷은 반드시 착용하고, 뒤로 넘어질 경우를 대비해 배낭을 메는 것이 좋습니다. 또 오랜 시간 탈 경우에는 자외선차단이나 이물질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글도 착용해야 하죠.”

그는 특히 “급제동시 충돌 위험이 있으니 5m 이상 안전거리를 꼭 유지해야 한다”며 “도로에서는 항상 비상등을 켜고 일렬 횡대로만 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개의 바퀴가 달린 자전거는 작은 돌 하나에도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라는 게 그의 당부다.


두 바퀴가 데려가는 ‘풍경’


그들의 다음 원정은 고성 통일전망대다. 동해안을 끼고 펼쳐지는 총 750km의 자전거 도로가 얼마 전 새로 완공됐기 때문. 이어 내년에는 세종시 깃발을 꼽고 떠나는 대마도 일주도 계획하고 있다.


갑사, 마곡사, 궁남지, 대청댐 등은 그들의 주말 단골 코스다. 단풍이 질 때면 사찰이 있는 산으로 가고, 바람이 좋은 날에는 강으로 간다.


김 회장은 “차로 보는 풍경과 자전거를 타면서 보는 풍경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네 바퀴로 가면서 많은 것을 놓친다. 그중에서는 그의 말대로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것들”도 있을 것이다. 두 바퀴가 데려가는 아름다운 ‘풍경’. 그 속으로 빠져도 좋을 4월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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