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을 학습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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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무엇을 학습해야 하나'
  • 이병애
  • 승인 2016.03.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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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애 칼럼니스트 | 기계와의 공존 속 인간의 역할



인간과 기계의 대결서 인간만이 느끼는 ‘희로애락’ 드러나
자가 학습 ‘머신러닝’ 앞 인간의 학습능력 초라해질 수도
도구적 이성의 몫은 ‘인공지능’, 성찰적 이성의 몫은 ‘인간’
인간-기계’ 공존·행복 위해 새 윤리 기준·삶의 양식 개발 시급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인공지능과 천재기사의 게임에서 이세돌 9단의 패색이 짙어지자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에 놀라워하며 흥분했고 SF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기도 했다. 슈퍼컴퓨터로 무장한 알파고와 맞붙은 세계 최강자는 마치 고독한 인류의 대표자인양 사람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알파고가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은 인간과 대결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일종의 성능테스트였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 완벽을 기하려는 학습의 연장이었다. 물론 대국 이후 구글의 주가가 치솟은 것을 보면 제조사의 선전 전략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 구도로 몰고 가 한편의 드라마를 엮어낸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비록 그처럼 이번 세기의 시합을 대결 구도로만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인간의 3연패에 충격을 받고 1승에 환호하고 마지막 패배에 울컥하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흥분이었고 즐거움이었고 아쉬움이었다. 알파고는 그저 최고의 승률이 나오는 수를 찾아 낮이고 밤이고 학습 또 학습할 뿐이었으리라.


이세돌 9단은 어려서부터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알아내는 천재였다고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알파고 역시 스스로 학습을 통해 진화한다고 한다. 배운 하나를 가지고 배우지 않은 열을 알아내는 것은 추론 능력에 의한 것이다.


이번에 알파고가 보여준 인공지능의 놀라운 점은 인간은 상상할 수 없는 무한한 연산 능력으로 수많은 경우의 수와 확률을 단순히 계산해 승리한 것이 아니라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자부해온 추론 능력을 보여준 것이 아닌가 한다. 컴퓨터가 추론할 수 있다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엄청난 데이터를 소화해 열이 아니라 백을 알아내는 일도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앞에서 인간의 학습능력은 초라해질 수 있다.


오랫동안 인간과 동물의 차이 혹은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인간의 이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왔다.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을 때의 이성이 자기 통제적이고 자기 결정적이며 성찰적이고 비판적인 능력이었다면 현대사회의 이성은 호르크하이머가 지적했듯이 도구적 이성으로 축소되고 왜곡돼 기형적으로 발전해온 면이 있다.


목적 자체에 대한 성찰 없이 오로지 목적을 이루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찾아내는 도구로서 이성을 사용해 왔다. 인간이 기계처럼 승리 혹은 성공을 목적으로 설정해 놓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도록 학습해오지 않았던가. 이제 이런 기계적 사고로는 실제 기계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됐다.


목적을 이루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알아내는 것이 도구적 이성의 몫이었다면 목적 자체를 결정하고 비판할 수 있는 것은 성찰적 이성의 몫이다. 도구적 이성의 몫은 가장 강력한 도구인 인공지능에게 그 해결을 부탁하고 앞으로 인간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다. 성공이나 승리가 아니라 공존이나 행복을 목적으로 설정해 새로운 윤리의 기준을 만들고 새로운 삶의 양식을 개발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와 서울에서 배운 것’이라는 글에서 두 가지를 말했다. 알파고가 인간 기사가 미처 찾아내지 못한 수를 보여주는 등 바둑판 전체를 꿰뚫고 있었다면서 알파고가 다른 문제에서도 인간이 배우거나 생각하지 못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잠재력을 보여준 점, 또한 인간과 기계가 서로 자극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결국 인간이 그 혜택을 보게 되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공영의 실례를 보여준 점이라고 했다.


인공지능시대의 도래 앞에서 새로운 미래의 설계에 설레어 하기 보다는 지배를 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그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을 엄청나게 바꿔 놓았듯이 이제 데미스 하사비스의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영역 전반에서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1983년에 제작된 「블레이드 러너」라는 영화에서 반란을 일으킨 복제인간들이 제조된 때는 2016년이거나 2017년 이었다!) 그 미래가 디스토피아일지 유토피아일지는 인간들이 도구적 이성이 아닌 성찰적 이성을 얼마나 열심히 학습해 회복하느냐에 달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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