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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잃어버린 20년' 이젠 우리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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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잃어버린 20년' 이젠 우리 차례?
  • 송영웅
  • 승인 2016.08.16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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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한국경제, 무얼 먹고 살 것인가



세계 최강 삼성휴대폰도 ‘시한부’
중국의 잠식, 비교우위 사라졌다
불확실성 딛고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삼성전자의 휴대폰 사업부가 5년 내에 사라진다.’, ‘50년 가까이 참치가 주력 사업이었던 동원산업이 점진적으로 참치 사업에서 손을 뗀다.’


요즘 기업체 임직원들과의 저녁 술자리에서 심심치 않게 나도는 이야기다. 물론 상당히 과장된 소문이지만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해 있는 현재와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에 다니는 지인들로부터 기업의 속사정을 들어봐도 심각함을 실감한다. 초인류 기업인 삼성은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과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에버랜드와 제일모직(패션 부문) 합병, 삼성SDI와 제일모직(소재 부문)의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크윈을 한화에 매각 등 최근 1~2년 사이 대규모 정리성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의 새 수장이 된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말 다소 생소한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는 가하면, 바이오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잇달아 밝혔다. 신규 분야에 뛰어들겠다는 야심찬 도전이지만, 미래 먹거리에 대한 삼성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부장급 이상의 중간 간부 상당수가 명예퇴직의 형태로 정리해고 됐다. 삼성 임원들은 더욱 사정이 나빠, 사실상 퇴임하고 안식년을 지내는 임원들이 부지기 수다. 필자의 지인은 아직 삼성을 다니고 있지만, “나는 파리 목숨이다. 앞으로 2~3년이라도 버티면 다행”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국내 독보적인 1위 기업인 삼성이 이 정도면 다른 기업들의 사정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그동안 해외시장 호조로 세계 5위까지 올라간 현대자동차는 올해 매출 목표를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작년보다 낮춰 잡았다. 매출 목표마저 낮출 정도로 대내외 여건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의지해갈 주력 먹거리 산업이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다. 1970~1980년대부터 우리 경제를 받쳐온 전통 산업인 철강, 조선, 해운업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 2000년대 이후 우리 산업을 이끌어 온 IT 산업 역시 중국의 급부상으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휴대폰 제조 및 판매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최신형 휴대폰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반면 삼성의 홈그라운드인 우리나라에서 중국 전자제품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샤오미의 한 제품은 성능 대비 가격이 너무 저렴해 ‘대륙의 실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화웨이나 샤오미의 휴대폰이 삼성전자와 맞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농담이 사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처럼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면서도 최대 경쟁자라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버릴수도, 취할 수도 없는 게 중국이다. 그래서 더욱 고민이다. 중국은 20여년 전 우리나라가 일본의 주력 산업들을 하나 둘씩 차지했던 것처럼, 우리의 주력 산업들을 빠르게 잠식해 가고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자칫 우리에게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올해부터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까지 발효돼 향후 한·중 간의 무역 동조화 현상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일대 변혁기에 처해 있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경제를 리드하던 첨단 제조 산업의 기술력이 개발도상국까지 보편화 되면서 우리나라가 비교 우위에 있던 관련 제품의 경쟁력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휴대폰, 가전,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그간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던 대표 산업군들이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 2~3년 사이 추월당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선 치명적이다. 이제 새로운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개척해야 한다. 향후 10, 20년 뒤 인류 삶의 중심으로자리 잡을 유행과 테크놀로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미래 인류의 삶을 높이는 사업에 대한 선투자’다.


미래에 대한 투자는 단순한 과학이나 기술력의 발전 같은 테크놀로지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 환경, 건강, 문화, 가족, 교육, 신재생 에너지같은 보다 포괄적이고 정성적 분야까지로 확대 할 필요가 있다. 기술력의 발전은 결국 자연 본질에 대한 동경을 불러오는 게 자연의 이치다.산업혁명 이후 인류의 발전이 기술력 쪽에 일방적으로 치우쳤다는 점이 힌트가 될 수 있다.


물론 미래에 대한 선투자는 불확실하고,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래서 이 일을 기업에만 떠넘겨선 이뤄질 수 없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들이 함께 미래 먹거리, 아니 앞으로 인류의 삶을 이끌어갈 네오 컬처를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추진해야 한다. 인류는 이런 엉뚱함과 상상력으로 진화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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