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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적완화(QE)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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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양적완화(QE)의 불편한 진실
  • 송영웅 한국일보 미래전략실 부장
  • 승인 2016.08.16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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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가진 자’의 횡포, 세계경제에 그림자 남겼다




미국, 정확히 말해 미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가 올해 안에 금리인상을 공식화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됐던 ‘사상유례가 없던’ 미국의 양적완화(QuantitativeEasing·QE)가 7년 만에 막을 내렸다.


당시 용어조차 생소했던 ‘양적완화’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촉발된 금융 위기에 직면한 미국이 자국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내린 긴급처방이었다.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에 따르면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1차(2008년) 1조 7000억 달러, 2차(2010~2011년) 6000억 달러, 3차(2012~2014년) 1조 4000억 달러 등 모두 세차례에 걸쳐 총 3조 7000억 달러(약 4330조원)를 국채 매입의 형태로 시장에 풀었다.


하지만 국가 간 금융과 교역이 얽혀있는 글로벌 경제구조에서, 양적완화는 주변국에 민폐를 끼치는 대표적인 ‘근린 궁핍화 정책’ (Beggar-my-neighbor Policy)이다. 양적완화 당사국은 자국 화폐가치를 떨어뜨려 소비와 수출을 늘려 경기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반면, 주변 상대국의 화폐가치는 반대로 높아져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기축통화라는 특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천문학적인 ‘달러 찍기’는 사실상 자국의 경제 위기를 주변국, 특히 신흥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기는 위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통화 확대 정책에 힌트를 얻은 유럽연합(EU), 일본, 그리고 중국은 즉각적으로 양적완화 대열에 동참했다. 이들은 미국 달러만큼의 영향력을 갖고 있진 못하지만 자국 화폐가 국제 거래에서 기축통화로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UC)의 경우 그간 회원국 간이해 충돌로 주춤했지만 최근 유로화를 찍어 유동성을 강화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EUC는 내년까지 매달 600억 유로씩 총 1조 4000억 유로(1800조 원) 상당의 채권을 매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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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양적완화 무한경쟁, 신흥국에 쓰나미
내년 美금리인상, 세계경제에 후폭풍 예고
한국경제, 타이밍 잃지 않는 균형감각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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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70조 엔 규모의 기업어음과 국채를 매입해 온 일본은 아베 집권 이후 매입한 도를 101조 엔까지 늘렸다. 아베노믹스를 추진한 2013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일본은 약 130조 엔(1250조 원)을 시장에 풀어 놓았다.


중국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엄청난 위안화를 발행하고, 미 달러에 위안화 환율을 고정하는 페그제(Peg System)를 실시하는 등 미국의 양적완화에 맞서 왔다. 중국 인민은행의 자산 규모가 미국 FRB보다 1조 달러 가까이 많다는 것이 이를 간접 증명한다. 중국의 위안화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통화 바스켓에 포함돼 기축통화의 위치를 확보함에 따라 그 위력은 더욱 강화됐다.


이 같은 초강대국들의 무자비한(?) 통화 확대 정책은 앞으로 수년간 글로벌 경제에 후속 파장을 몰고 올 것이 확실하다. 큰 지진 뒤에 강력한 쓰나미가 찾아오듯, 기축통화를 보유한 경제 대국들의 화폐 찍어내기 무한경쟁의 후속 쓰나미가 신흥 개발도상국에 휘몰아칠 것이다.


그 피해 대상국에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우선 그간 미국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 신흥국의 높은 금리에 투자했던 투자자금이 미국으로 회기하면서 투자금 이탈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은행은 급격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국내 금리를 인상하게 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자 부담 증가는 소비 위축 → 투자 위축 → 경기 침체 → 성장률 하락 → 가계수입 감소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한 신흥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해 신흥국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의 수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 EU, 중국, 일본의 불황이 다른 제 3의 신흥국으로 전가되는 형국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이런 불공평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가진자의 횡포’, ‘경제력의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실례로 1998년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했을 시절, IMF는 화폐 발권 제한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에는 엄격한 긴축재정과 외환 관리를, 금융기관과 기업, 노동계에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등 경제·산업 전반에 걸쳐 혹독한 조정을 강요했다.


최근 IMF 부채 미상환국으로 전락한 그리스도 IMF와 EU 국가들의 엄격한 긴축재정 강요로 큰 내부 혼란을 겪었다.


이처럼 신흥국의 경제위기 극복처방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들이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 대해서는 무한정 화폐 찍어내기까지 눈 감아 주는 것은 분명한 이율배반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계적으로 진행될 내년 세계경제는 또 한 번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제 1교역국인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올해 말 타결되고, 추세적 경기 침체기에 들어선 중국을 대신해 제 2교역국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는 강자가 지배하는 정글이다. 강대국과 신흥국 사이에 끼인 우리나라가 살 길은 월등한 기술력과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균형 감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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